KAI, 檢 수사 이어 '부정당' 심사까지…무차별 제재 신음 방사청, 의혹단계서 계약 심의회…"해외 수출 등 차질 우려"
심희진 기자공개 2017-08-31 08:13:46
이 기사는 2017년 08월 30일 15:1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한공우주산업(KAI)이 오는 31일 열리는 방위사업청의 '부정당 업체' 지정 관련 심의 대상에 오르는 등 정부 부처의 잇단 제재 압박으로 속을 앓고 있다. 방위사업청이 문제 삼는 허위 원가 의혹에 대해 아직 검찰 수사가 이뤄지지 않은 데다 이를 근거로 부정당 업체로 지정될 경우 경영 활동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30일 업계에 따르면 방위사업청은 오는 31일 부정당 업체 지정을 위한 계약 심의회를 연다. KAI를 포함한 여러 방산업체들이 심의 대상에 올라 있다.
일반적으로 방산업체가 방위사업청과의 계약 과정에서 위법 행위를 저질렀다는 게 입증될 경우 부정당 업체로 지정된다. 방위사업청은 KAI의 허위 원가 자료 제출을 심의의 근거로 삼고 있다. 전 KAI 직원인 손승범 씨는 2007~2014년 수리온 등의 개발을 맡을 외부 용역업체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처남 명의를 이용해 법인을 세우고 물량을 맡긴 뒤 비용을 과다 계상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방위사업청 관계자는 "KAI가 심의 대상에 오른 이유는 허위 원가 자료를 제출했기 때문"이라며 "손 씨가 방위사업청에 계약 관련 서류를 제출할 때 원가를 과다 청구했다는 혐의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업계는 손 씨가 원가 조작 혐의에 대해 어떠한 조사도 받지 않았다는 점을 근거로 이번 심의가 다소 부당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손 씨는 한 달 넘게 공개수배 중인 상태로 감사원만이 손 씨의 유죄를 주장하고 있다. 검찰에 의해 범죄 사실이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단순 의혹만 가지고는 부정당 업체로 지정하긴 어렵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일부에선 감사원 입김이 작용할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방위사업청이 KAI를 부정당 업체로 지정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감사원이 손 씨의 혐의를 지적한 상황에서 방위사업청이 증거 불충분으로 KAI에 대한 심의를 건너뛰긴 힘든 상황"이라며 "적어도 나중에 '우리는 처분했다'는 명분을 갖기 위해서라도 부정당 업체로 간주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부정당 업체 지정과 관련해 제척기간이 정해져 있다는 점도 KAI에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계약상 위법 행위가 있었다 해도 일정 시간이 지나버리면 방위사업청이 문제 삼을 수 없다. 손 씨의 혐의는 발생 시점이 오래된 사건으로 방위사업청의 심의 가능 기간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다. 이번 심의회를 넘기면 나중에 위법 행위가 확정된다 해도 방위사업청은 KAI에 환수 조치를 내릴 수 없다. 이를 근거로 방위사업청이 KAI를 부정당 업체로 우선 지정해두고 추이를 살펴보려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KAI가 부정당 업체로 지정될 경우 최소 수개월에서 최대수년간 국내 입찰에 참여할 수 없다. 원가를 얼마만큼 부풀려 불법 이익을 취했는지에 따라 제재 수위가 달라진다. 각종 기업 평가시 감점 요인으로도 작용한다.
국내 사업뿐 아니라 수출에도 타격을 입게 된다. KAI는 현재 미국 공군이 추진하고 있는 17조 원 규모의 고등훈련기(APT) 교체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KAI가 개발한 T-50 훈련기가 차기 APT 후보군에 올라 있지만 부정당 업체로 지정될 경우 경쟁에서 밀려날 가능성이 크다.
KAI는 심의 결과에 따라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KAI가 부정당 업체로 지정된다 해도 법원에 이의를 제기할 경우 최종 판결이 나올 때까지 방위사업청의 판단은 유효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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