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7년 09월 13일 07:5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의 동일인 지정이 논란이다. 네이버가 공정거래위원회의 결정에 불복해 행정소송도 검토하고 있다고 하니 총수 딱지가 꽤나 불편했던 모양이다. 이재웅 다음(현 카카오) 창업자까지 나서 이해진 GIO를 옹호하면서 논란의 초점은 정부 당국의 판단이 과연 적절했느냐로 옮겨붙는 분위기다.

사실 동일인 지정은 이해진 개인에게는 부담스러운 족쇄임에 분명하다. 본인 뿐만 아니라 일가 친척까지 공시 대상에 등재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이전에 비해 운신의 폭이 좁아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동일인 지정 이후 곧바로 이해진 GIO의 개인회사 두 곳과 친척 회사가 한 곳이 주목을 받기도 했다.

네이버와 이해진 GIO가 공정거래위원회의 이번 결정에 대해 불만을 나타내는 논리도 일견 이해는 간다. 비정상적인 거래와 이를 통한 사익 편취가 횡행했던 과거 재벌들의 행태를 막기 위해 만든 옛 제도를 첨단 IT기업에 똑같이 적용시켜서는 안된다는 것이 네이버의 주장이다.

네이버가 깔끔한 지배구조와 선진적인 의사결정 시스템을 갖춘 기업임에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공정거래위원회의 이번 결정도 마냥 무시할 수만은 없다. 창업자인 이해진 GIO의 네이버 지분율은 비교적 낮은 수준이지만 등기이사로서 회사 경영에 관여하고, 사외이사 선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점 등은 공정위가 이해진을 총수로 지목한 배경이었다.

무엇보다 정부 당국의 판단에 헛점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개인이 부담된다는 이유만으로 동일인 지정을 취소해달라는 요구는 역차별 논란을 불러일으킬수도 있다는 점에서 조심스럽다. 이는 마치 네이버에게만 예외를 적용해 특별대우를 해주는 모양새가 될 수도 있다.

네이버는 토종 인터넷 검색 엔진으로 출발해 현재 한국을 대표하는 IT 기업으로 성장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도 시가총액 열 손가락 안에 드는 대장주다. 이번 동일인 지정은 단순히 이해진 GIO를 옥죄기 위한 규제라기 보다는 네이버가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큰 기업으로 성장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네이버와 이해진 GIO로서는 자신들과 영 어울리지 않는 옷을 억지로 입히려 한다고 항변할 수 있겠지만 네이버의 위상과 덩치가 커진 만큼 당국의 규제 논리도 어느 정도 수긍할 필요가 있는 것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