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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경의 Frontier Markets View] 말레이시아 국부펀드 '카자나'를 아시나요

고영경 박사공개 2017-10-10 08:43:13

[편집자주]

바야흐로 저성장의 시대다. 기업들은 다시금 성장의 기회를 얻기 위해 새로운 시장으로 눈을 돌린다. 최근 십여 년간 글로벌 경제 성장과 물가 안정을 견인해 온 중국도 과거와 같은 고성장을 기대할 수 있는 이머징 시장이 더 이상 아니다. 이제 글로벌 기업들의 눈은 그 다음 시장인 프론티어마켓으로 향한다. 아시아 프론티어 마켓의 중심부 말레이지아 쿠알라룸푸르 현지에서 경영학 교수로 재직하며 이 시장의 성장과 가능성을 지켜봐 온 필자가 이 시장의 현재와 미래에 관한 이야기를 하나씩 풀어가려고 한다.

이 기사는 2017년 09월 28일 14:2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말레이시아 나집 라작 총리가 미국을 공식 방문했다. 나집 총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제트기 구매를 약속했으며, 이와 더불어 EPF와 카자나(Khazanah)를 통해 미국 투자를 확대하겠다고도 발표했다. EPF(Employees' Provident Fund)는 고용연금으로, 말레이시아 4대 연기금 가운데 하나다. EPF는 대략 30억-40억 달러 미국 투자계획이 있다고 밝히고 있다. 한국 투자업계에서는 EPF가 어느 정도 알려져 있는 반면 카자나에 대해서는 모르는 이가 대부분이다.

카자나는 1993년 설립된 말레이지아 유일의 국부펀드로, 한국투자공사(KIC)나 싱가포르 테마섹(Temasek)과 비슷하다. 정부가 소유한 상업자산을 바탕으로 운용되며 국익을 목적으로 한 전략적 투자로 유명하다. 카자나의 모든 주식은 재무부 기관(Minister of Finance incorporated)이 소유하고 있으며, 실질적으로 총리가 관장하고 있다. 말레이시아의 총리가 재무부 수장이 되는 법에 따른 것이다.

1995년 말레이시아 공항공사와 STLR의 주식이 재무부에서 카자나로 옮겨온 이후, 푸트라자야 홀딩스(Putrajaya Holdings), MCIC, MODENAS, 우사하사마 프로톤-DRB(Usahasama Proton-DRB) 등 여러 기업에 투자를 진행했다. 현재 말레이시아 주식시장에서 대형주로 손꼽히는 악시아타(Axiata Group Berhad), CIMB 그룹 지주회사(CIMB Group Holdings Berhad), 말레이시아 전력회사(Tenaga Nasional Berhad), 말레이시아 텔레콤(Telekom Malaysia Berhad), 말레이시아 공항 지주회사(Malaysia Airports Holdings Berhad), IHH 헬스케어 그리고 UEM 썬라이즈 등의 대주주이기도 하다.

2016년 12월 기준 실현가치(RAV)는 1,453억 링깃 (346.5억 달러), 순자산가치는 1021억 링깃(243.5억 달러)이다. 한국투자공사가 1108억 달러를 운용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규모는 3분의 1 수준이다. 그러나 2004년 이후 실현가치와 순자산가치의 연간 성장률(CAGR)이 각각 8.6%, 9.3%을 각각 기록하고 있다. 특히 최근 몇 년 사이 말레이시아 환율과 자본시장의 큰 변동성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에서도 지난 해에는 이익증가율이 33.0%에 이르기도 했다.

카자나

카자나는 주로 말레이시아 자국 내 투자를 진행했다. 하지만 해외진출과 포트폴리오 다각화 등의 기회를 지속적으로 엿보다 지난 2008년 중국 베이징에 해외지사를 설립하면서 해외 진출의 첫 시동을 걸었다. 중국과 말레이시아 양국간 경제협력 강화 목적이었지만, 점차 막강해져 가는 중국 시장을 놓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후 2009년 인도 뭄바이에 두 번째 사무소를 열고 말레이시아 정부관련 기업(GLC: Government-linked companies)의 해외 진출을 돕는가 하면, 인도기업에게 말레이시아 투자기회 소개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2013년에는 특이하게도 터키 이스탄불에 사무소를 열었는데, 이는 중동과 북아프리카 중앙아시아 등에 대한 투자강화를 위한 교두보의 성격이 강하다. 말레이시아는 잘 알려져 있다시피 이슬람 금융 허브건설을 목표로 하고 있기에 전략적 선택을 취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같은 해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진출한다. 실리콘밸리가 혁신과 기술의 상징적이고 실질적인 중심지이기에 글로벌 테크놀로지 기업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기 위한 포석이다. 유럽에 대한 투자는 2016년 영국 런던에 유럽 투자유한공사를 설립함으로써 본격 시작됐다.

2016년 말 기준으로 카자나의 투자자산은 대략 55%가 말레이시아에, 45% 가량이 해외투자로 구성되어 있다. 싱가포르가 13%로 가장 많고, 그 다음이 중국, 터키, 인도네시아 순이다. 미국 테크놀로지 기업에 4억 달러 가량 투자된 상태인데, 나집 총리 이번 미국 방문을 계기로 투자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에는 아직까지 투자가 이루어진 적이 없다.

재무부의 산하에 있으면서도 카자나는 다른 정부관련 투자기관과는 그 성격이 판이하다. 말레이시아의 '테마섹'을 표방하고 있는 만큼, 관료보다는 전문인력들이 주요 자리에 포진해 사업을 이끌고 있다. 정부 자금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자금조달을 위해 직접 뛰기도 한다. 안전한 국내 시장에 만족하지 않고 해외에도 적극적인 투자를 벌이며 다른 민간 투자 기관들을 자극하고 있다. 신성장 동력을 찾고 있는 한국의 투자 기관들이 관심 갖고 볼 만한 플레이어다.

고영경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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