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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모레퍼시픽 3세 승계 '증여 데자뷰' [오너십의 탄생]④서경배, 증여로 지배 구축…서민정 '수증+물납' 닮은꼴

박창현 기자공개 2017-10-20 08:32:15

[편집자주]

모든 일에는 시작과 끝이 있다. 기업과 오너십도 마찬가지다. 지배구조 최정점에 서 있는 오너들도 처음부터 그 자리에 있었던 것은 아니다. 지배구조 재편의 풍파와 무게를 견디고 나서야 비로소 왕관을 쓸 수 있었다. 너무도 당연하게 여겼던 오너십의 형성 스토리와 핵심 변곡점들을 되짚어 본다.

이 기사는 2017년 10월 18일 14:5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이 대를 잇는 닮은꼴 승계 행보로 시장의 이목을 끌고 있다. 친인척들의 절대적인 지지 속에 지배 기틀을 마련했던 서경배 회장은 핵심 자산을 다시 적통 후계자이자 장녀인 서민정 씨에게 일찍이 물려주는 방식으로 차기 후계 구도를 구상하고 있다. 증여 과정에서 발생한 세금을 주식으로 대납하는 수순 또한 부녀가 닮아있다.

아모레퍼시픽 후계 승계는 증여 거래를 동반하고 있다. 서 회장 또한 가족들로부터 물려받은 자산으로 지배구조 초석을 세웠다. 1997년 그룹 수장에 오른 뒤 6년 동안 총 7차례에 걸쳐 핵심 자산을 증여받았다.

아모레

먼저 1998년 아버지인 서성환 창업주로부터 지주사 아모레퍼시픽그룹(이하 아모레G)의 전신인 '㈜태평양' 지분을 65만 주나 증여받았다. 이전까지 12.7%에 불과했던 서 회장 지분율은 이 단 한 번의 거래로 20.4%까지 뛰어 올랐다.

이후 추가적인 증여·상속이 줄을 이었다. 2002년 들어 매부인 김의광씨로부터 ㈜태평양 보통주 5만 2227주와 우선주 2395주를 증여받았다. 직계존속을 넘어 전체 오너 일가의 지지를 받은 모양새다.

같은 해 다시 서 창업주가 보통주 20만 9573주를 증여했다. 같은 시기 어머니인 변금주 씨도17만 주를 내놨다. 2003년 서 창업주가 별세하자 잔여 지분에 대한 상속 절차도 이뤄졌다. 이렇게 서 회장이 가족들로부터 물려 받은 지분만 114만 여주에 달했다. 지분율로 따지면 13% 넘는 규모였다.

가족들이 전폭적인 지지 덕분에 서 회장은 ㈜태평양 지분율을 26%까지 높일 수 있었다. 증여를 지렛대 삼아 탄탄한 지배 토대를 마련한 서 회장은 이후 지주사 전환을 통해 완벽한 1인 지배 체제를 구축했다.

증여세는 물려받은 주식으로 대납했다. 증여 거래가 한창이던 2002년 12월 서 회장은 ㈜태평양 주식 9만 1500주를 세금으로 지급했다. 이듬해 3월에도 증여세 물납 신청이 허가되면서 7만 8800주를 세무당국에 내놨다.

이 같은 행보를 적통 후계자인 서민정 씨도 똑같이 밟고 있다. 첫 시작은 2006년이었다. 당시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지배구조 변혁기를 겪고 있었다. 그 해 6월 지주사 전환 작업의 일환으로 ㈜태평양을 투자회사 '아모레G'와 사업회사 '아모레퍼시픽'으로 분할했다.

이 과정에서 서 회장이 보유하고 있던 ㈜태평양 주식도 분할비율에 따라 아모레G와 아모레퍼시픽 주식으로 쪼개졌다. 같은 해 12월 1일 서 회장은 나눠진 주식 가운데 '아모레퍼시픽 우선주 20만 1488주'를 전량 장녀에게 증여했다. 의결권이 없던 이 사업회사 지분은 이후 몇몇 단계를 거치면서 3세 승계의 초석으로 탈바꿈된다.

증여 5일 뒤인 12월 6일, 아모레G는 아모레퍼시픽 주주들을 대상으로 현물출자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유증은 아모레퍼시픽 주주들이 보유하고 있는 보통주와 우선주를 받고, 그 대가로 아모레G 신주를 주는 '주식교환 공개매수'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 때 민정 씨는 현물출자 유증에 참여해 증여받은 아모레퍼시픽 우선주를 아모레G 우선주로 교환했다. 다만 보유 지분 가운데 55%에 해당하는 11만 2437주만 교환 신청을 했다. 교환 비율에 따라 24만 1271주의 아모레G 우선주를 새롭게 받았다.

잔여 아모레퍼시픽 우선주 보유분은 증여세를 내는데 활용했다. 증여 4개월 뒤 민정씨는 남은 지분 8만 8940주로 증여세를 물납했다. 사실상 세금 액수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 지주사 현물출자 청약 물량을 결정한 것으로 분석된다.

민정 씨가 새롭게 취득한 아모레G 우선주의 변신도 주목할 대목이다. 아모레G는 현물출자 대가로 신규 발행된 신형 우선주에 대해서는 발행일로부터 10년이 경과되면 보통주로 강제 전환되는 권리를 부여했다.

지난해 12월이 바로 발행 10년이 되는 해였다. 이에 따라 민정 씨가 보유하고 있던 아모레G 우선주는 보통주로 전환됐고, 자연스럽게 오너 3세가 그룹 지주사 의결권을 확보하게 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2012년에는 화장품 사업 핵심 계열사인 '이니스프리'와 '에뛰드' 지분도 증여받았다. 서 회장은 갖고 있던 이니스프리 보통주 4만 4450주(18.18%)와 에뛰드 보통주 18만 1580주(19.52%)를 장녀에게 모두 물려줬다. 이니스프리와 에뛰드는 그룹 5대 글로벌 챔피언 브랜드에 포함돼있으며, 매년 고속 성장을 하고 있다.

지주사인 아모레G는 양 사 지분을 80% 이상 보유하고 있다. 경영권이 확고하게 유지되고 있는 만큼 민정 씨는 향후 소유 지분을 자유롭게 승계 재원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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