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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민의 Money-Flix] 실리콘밸리는 어떻게 유니콘을 만들어내는가미국 벤처업계의 깊숙한 내막을 다른 HBO 시트콤 <실리콘밸리>

이철민 VIG파트너스 부대표공개 2017-10-25 08:49:58

[편집자주]

많은 영화와 TV 드라마들이 금융과 투자를 소재로 다룬다. 하지만 그 배경과 함의를 파악하기란 쉽지 않다. '알고 보면 더 재미있다'는 참인 명제다. 머니플릭스(Money-Flix)는 전략 컨설팅 업계를 거쳐 현재 사모투자업계에서 맹활약 중인 필자가 작품 뒤에 가려진 뒷이야기들을 찾아내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려 한다.

이 기사는 2017년 10월 24일 13:38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국내 벤처캐피탈 업계로 수 조원의 자금이 몰리고 있다. 새 정부가 적극적으로 벤처·중소기업들을 지원하기 위해 나서면서, 정부 관련 기관·연기금·공제회 등 투자자들도 이에 발맞추어 출자 규모를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간 정치적인 불안정 때문에 벤처업계에 드리웠던 먹구름이 해소되는 모양새다.

그렇게 위상이 커져 가고 있지만, 벤처 기업과 벤처캐피탈 업계가 외부와는 다소 단절된 듯한 인상을 주는 것은 여전하다. 투자 대상이 상대적으로 큰 기업이고 다양한 금융기관·자문사 등과 협업을 하는 사모펀드의 경우와는 달리, 새로운 기술·아이디어를 가진 창업자들과 벤처 투자자들 사이의 교류가 그 특성상 폐쇄적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영화나 드라마에서 벤처 기업인이나 벤처 투자자들을 보기는 쉽지 않다. 간혹 등장을 하더라도 젊은 나이에 성공을 거머쥔 상투적인 인물로 그려지거나, 아니면 주변부의 인물에 머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 현상은 벤처의 본산 미국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 성공한 벤처 기업인을 다룬 영화나 드라마는 종종 있었지만, 벤처 업계 자체를 다룬 사례는 많지 않은 게 사실이다.

HBO가 시즌4까지 방영한 인기시트콤 '실리콘 밸리'
HBO가 시즌4까지 방영한 인기시트콤 '실리콘밸리'

그런 의미에서 2014년 4월 미국의 유료 채널 HBO가 다소 뻔한 제목의 <실리콘밸리>라는 시트콤을 시작했을 때, 그 성공을 예상한 이들은 많지 않았다. '믿고 보는'이라는 수식어를 부여 받을 정도로 HBO가 <왕좌의 게임>, <롬>(Rome), <섹스 앤 더 시티>, <밴드 오브 브라더스> 등 성인 취향의 작품에 강했지만, 코미디에선 상대적으로 큰 주목을 받지 못해왔기 때문이었다.

그런 우려를 말끔히 씻고, <실리콘밸리>는 지금까지HBO 최고의 코미디 시리즈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런 성공을 이끈 주인공은 훌리(Hooli)라는 대형 인터넷 기업에서 주목 받지 못하는 엔지니어로 등장하는 리처드(토마스 미들디치 분)다. 그가 과외 시간에 음악 검색을 위해 만든 무손실 압축 알고리즘이 엄청난 가능성이 있다고 판명 받으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 압축 기술을 기반으로 리처드가 '피리부는 사나이'(Pied Piper)라는 벤처 기업을 설립하고, 팀원들을 모으고, 기술과 서비스를 개선하고, 매각을 고민하고, 투자를 받으며 좌충우돌하는 과정이 시트콤의 주요 내용이다. 중요한 것은 그 이야기의 전개 자체가 미국의 관련 업계 사람들도 놀랄 정도로 너무나도 현실적이라는 점이다.

그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제작진들이 다양한 실리콘 밸리의 벤처 기업인들과 투자자들로부터 깊이있는 자문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 결과 중간 중간에 벤처 기업인과 벤처캐피탈들은 물론 금융·투자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까지 깊은 인상을 남기는 장면들이 자주 등장한다. 그 대표적인 예는 시즌2의 첫번째 에피소드에 등장하는 다음 장면이다..

피리부는 사나이의 가능성을 눈치챈 훌리가 인수시도 하지만, 리처드는 팔지 않기로 결정한다. 그 소문이 업계에 퍼지면서 완전 초기 투자를 유치하는 과정임에도 불구하고 가치평가액이 경쟁적으로 계속 올라간다. 처음부터 회사를 긍정적으로 보고 지원해주었던 벤처캐피탈의 여성 주니어 파트너인 모니카(아만다 크루 분)는 밤 늦은 시간 리처드를 찾아와 이렇게 조언한다.

"당신 회사의 가치는 아무리 높게 봐도 그 절반 밖에 안 되요. 이건 전형적인 폭주 가치평가(A classic runaway valuation)죠. 회사는 이 가치평가에 묶일텐데, 절대 부응하기 힘들어요. 만일 다음 라운드에서 가치를 더 높이지 못하면, 당신은 X되는 거에요. 젊은 CEO에게는 죽음의 키스죠. 현실적인 가치평가로 시작해서, 적정한 수준의 성장을 보여주는 것이 좋아요"

찌질한 주인공들과 그 주변인물들이 나누는 실리콘밸리식 농담과 가끔 터지는 화장실과 마리화나 유머를 낄낄대며 보다가, 갑자기 이런 지극히 현실적인 대사를 듣는 경험은 매우 독특한 것이다. 아쉬운 점은 국내에선 시즌1만 씨네프 채널에서 방영되었으나, 어떤 이유에선지 다시 보기 서비스가 없다는 것이다. 다행히 구글신은 '실리콘밸리 미드 보기'를 물으면, 그 답을 바로 주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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