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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무공개매수'의 당위성

한형주 기자공개 2017-12-13 08:39:48

이 기사는 2017년 12월 11일 08: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융투자협회가 최근 국내외 IB업계에 '의무공개매수(Mandatory Tender Offer)' 제도 재도입에 대해 의견을 수렴하는 공문을 보냈다. 의무공개매수제란 대주주가 아닌 제3자가 상장기업 주식을 25% 이상 매입할 경우 의무적으로 '50%+1주'를 공개매수토록 규정한 제도다. IMF 외환위기 이후 기업 구조조정을 원활하게 한다는 취지로 폐지됐다.

현행 국내 공개매수 제도는 유가증권시장 및 코스닥 상장법인 지분 5% 이상을 10인 이상의 주주로부터 장외 취득(6개월 이내)할 경우에 한해 금융감독위원회에 신고서를 제출, 신문 공고 등을 통해 공개매수 절차를 따르도록 하고 있다. 적용 사례가 거의 없어 사실상 유명무실하게 여겨졌다.

의무공개매수 제도는 영국과 EU에선 명문법으로 운영되고 있다. 미국에선 제도로서 시행되고 있진 않지만, 여러 판례에서 대주주의 소액주주에 대한 신의성실의무(Fiduciary Duty)가 인정된다. 이처럼 다수 국가의 M&A에서 의무공개매수 의의가 존중받고 있다. 금투협이 나섰다는 건 이제 국내에서도 정부 차원의 개정 검토가 이뤄지고 있다는 걸 의미한다.

'왜 이제 와서…'란 생각은 든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1~2년 간 국내 M&A 시장을 견인했다 할 만큼 큰 비중을 차지해 온 것이 기업 구조조정 매물이다. 그만큼 재무상태 악화에 허덕이는 기업들이 많다는 얘기. 20년 전 위기상황이 끝났을 때 바로 다시 회복시켰어야 하는데, 지금껏 미적대다가 좋지 않은 타이밍에 도입을 논하게 됐다.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제도 개혁 자체는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그간 일반 소액주주들이 시장에서 공정하게 대우받지 못한 점을 감안하면 말이다. 가령 KB금융지주는 지난해 현대증권을 인수하면서 경영권 지분 22.56% 매입 대가로 지배주주에 주당 2만 3182원을 지급했다. 소액주주에겐 주당 단 6737원에 주식매수청구권을 부여했다. 미래에셋증권이 대우증권을 인수하는 과정에서도 최대주주인 산업은행 보유지분 43%를 사면서 주당 1만 6518원을 지불했지만, 소액주주의 주식매수청구 가격은 7999원에 불과했다. 그밖에 한화테크윈이나 금호산업 등의 거래에서도 알 수 있다시피 그동안 대주주 지분 인수대금과 소액주주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가격 간엔 큰 괴리가 존재해 왔다.

의무공개매수 제도가 부활하면 인수자의 자금 부담을 가중시켜 M&A 활력을 저해할 개연성이 있다. 그러나 원매자가 대상 기업 지분을 대부분 인수토록 강제함으로써 '경영권 프리미엄'이란 명목으로 대주주에게 부당한 초과 이득을 가져다 주는 것을 방지하는 호작용이 더 크다고 본다. 소액주주의 권리를 정상화한다는 측면에선 더할 나위 없다.

M&A 위축을 우려하는 시각에도 100% 동의하긴 어렵다. 일각에선 의무공개매수제가 오히려 대주주가 핵심 사업에 역량을 집중토록 유도, 적은 지분으로 통제하고 있는 회사에 대한 매각 욕구를 높여 궁극적으로 M&A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란 목소리도 나온다.

무엇보다 가격 버블 리스크가 농후한 전근대적 제도 하에서 국내 M&A 시장이 반드시 활성화돼야 할 이유가 있을까 싶다. 이보다는 주주 간 이익 불균형을 해소하는 일이 우선이다. 이미 국내 자문업계에서도 상당 수 종사자들이 의무공개매수제가 종국적으로 가야할 길이라는 데 공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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