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7년 12월 13일 08:2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엔지니어링은 기술 기반의 설계 산업이다. 본격적인 시공에 앞서 인프라를 구축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비용적인 측면에서 보면 엔지니어링의 비중은 전체 건설 투자비의 5~10%에 불과하다. 하지만 시설물의 품질과 수명이 사실상 이 과정에서 결정된다. 그만큼 기술력 확보가 중요한 분야다.이 같은 현실을 반영하듯 정부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놨다. PQ(사전입찰심사)제도가 그것이다. 발주자가 입찰에 참여하는 업체의 재무상태·기술수준·시공실적 등을 종합적으로 사전에 심사하는 것을 말한다. PQ제도를 살펴보면 총 5가지 평가 항목으로 이뤄져 있다. △참여기술자(업무수행 능력) △유사용역 수행실적 △신용도 △기술개발·투자실적 △기술자의 교체빈도 등이다.
평가 기준 중 눈에 띄는 대목은 기술개발과 투자실적 부분이다. 총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 수준이다. 신기술 개발을 장려해 엔지니어링 업계 전체의 발전을 도모하자는 취지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매출액의 3%를 연구개발비로 사용하면 7%, 신기술 및 특허 취득 건수와 활용도에 따라 3%의 가점을 받는다.
취지 자체는 괜찮아 보인다. 10%라는 비중은 수주의 당락을 결정하는 데 유의미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을 정도다. 엔지니어링 업체들이 기술개발에 투자하도록 유인하기에 충분하다는 얘기다.
하지만 실상은 이상과는 다른 듯하다. 업계 관계자는 "일정 요건을 충족해 가점을 받기 위한 형식적인 수준의 기술개발이 대부분"이라며 "제도의 취지와 달리 업계 전반에 걸쳐 적극적으로 기술개발에 나서는 분위기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PQ제도의 허점을 활용해 엔지니어링 업체들이 가점 채우기에만 급급하다는 것이다. 실제 대부분의 엔지니어링 업체는 회계장부상 매년 매출액의 3% 가량을 기술개발에 투입하고 있다. 대부분의 입찰 참여 업체가 7%의 가점을 획득하는 셈이다. 입찰 참여 업체에 대한 기술력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국내 엔지니어링 업계는 주요 수익원인 국내 인프라 시장이 축소되면서 전환기를 맞이하고 있다. 이를 대체하기 위해 해외시장 진출 확대가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하지만 현행 제도는 기술 변별력 확보를 강화하는 국제 추세와는 동떨어져 있는 것이나 다름 없다.
업계 관계자는 "프로젝트의 규모, 가격과 같은 정량적 수치가 주요한 사업자 선정 기준이 됐다"며 "상대적으로 기술제안서(Technical Proposal)에 대한 중요성이나 역량강화는 간과돼 왔다"고 지적했다. 현재의 PQ제도는 분명 변별력 측면에서 한계가 명확해 보인다. 기술개발에 인색한 업계 풍토를 바꾸기 위해선 제도손질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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