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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민의 Money-Flix]그렇게 튤립은 그림들이라도 남겼다지만…튤립 파동 시대 네덜란드를 무대로 한 남녀간의 치정을 다룬 영화 <튤립 피버>

이철민 VIG파트너스 부대표공개 2018-01-19 18:23:07

[편집자주]

많은 영화와 TV 드라마들이 금융과 투자를 소재로 다룬다. 하지만 그 배경과 함의를 파악하기란 쉽지 않다. '알고 보면 더 재미있다'는 참인 명제다. 머니플릭스(Money-Flix)는 전략 컨설팅 업계를 거쳐 현재 사모투자업계에서 맹활약 중인 필자가 작품 뒤에 가려진 뒷이야기들을 찾아내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려 한다.

이 기사는 2018년 01월 19일 11:08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오래 전 암스테르담은 한 종류 꽃에 사로잡혀 있었다. 바로 튤립이었다. 먼 동양에서 온 이 아름답고 귀한 꽃을 갖고자 사람들은 이성을 잃어갔다. 부자건 가난하건 빚을 내어가며 거래에 뛰어들면서, 모종 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곧 정부가 개입하여 튤립 거래를 중단시켰고 하룻밤 사이에 시장이 몰락해 버리면서 수천 명의 사람들이 절망에 빠져졌다. 이 모든 것은 아름다움에 대한 사랑과 우리보다도 짧은 생명을 가진 꽃에 대한 열정에서 초래되었다. 그렇게 꽃은 졌지만, 그림들은 남았다." - 영화 <튤립 피버>에서 마리아의 나레이션 中

2015년 메르스 사태 초반, 당시 보건복지부가 "낙타와의 긴밀한 접촉을 피하세요. 멸균되지 않은 낙타유 또는 익히지 않은 낙타고기 섭취를 피하세요"라는 내용의 예방법을 내놓아 빈축을 샀던 일이 있었다. 그에 대해 한 시민이 소셜미디어에 "낙타란 단어를 몇 개월 만에 처음 타이핑해 보는 건지 모르겠다"라고 올려 큰 공감을 얻었을 정도다.

그리고 2년이 지난 뒤 2015년의 낙타만큼이나 갑작스럽게 미디어에 자주 장식하고 또 일상의 대화에서도 사용되고 있는 단어가 하나 나타났는데, 바로 "튤립"이다. 지금 이 시간에도 대한민국을 포함한 전세계를 흔들고 있는 암호화폐 광풍의 여파를, 17세기 네덜란드를 휩쓸었던 튤립 파동(Tulip Mania 또는 Tulip Fever)과 비유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말 급격히 시장이 과열되고 정부가 전면에 나서게 되면서 주류 언론들까지 본격적으로 암호화폐를 다루기 시작했는데, 그 때마다 "튤립"은 빠지지 않고 등장했다. 그리고 묘하게도 암호화폐를 둘러싼 긴장이 최고조에 달하던 12월 14일, 튤립이 제목에 떡 하니 들어간 <튤립 피버>라는 영화가 국내에서 개봉되었다.

튤립 투기 광풍 시대의 네델란드를 무대로 영화 '튤립 피버'
튤립 투기 광풍 시대의 네델란드를 무대로 영화 '튤립 피버'

데보라 모가치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이 작품은 알리시아 비칸데르, 데인 드한, 크리스토프 왈츠, 주디 덴치 등 화려한 연기파 배우들 때문에 제작 초기부터 큰 기대를 받았었다. 성공한 상인 부부, 그 집 하녀와 그녀를 사랑한 생선 장수 그리고 젊은 화가가 얽힌 치정극을 원작만큼 깊이 있는 심리 묘사로 그려내 줄 것이라 기대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개봉 이후 평가는 최악이었다. 대표적인 영화 평점 사이트인 로튼토마토의 신선도 지수는 9%에 머물렀고, 그에 따라 미국 내 흥행도 240만달러라는 초라한 수준이었다. 국내에서도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아 극장을 찾은 관객은 불과 5만여명에 불과했고, 그 결과 개봉한지 며칠이 되지 않아 곧바로 IPTV로 직행해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국민이 암호화폐의 전문가로 거듭나고 있는 광풍의 한가운데라서 그런지 눈길을 끄는 영화 속 장면들이 아주 많았다. 투기 거래의 현장으로 등장하는 술집 뒷방, 한 몫 잡으려고 그 속으로 뛰어드는 생선 장수와 창녀 등의 모습 그리고 튤립 때문에 목숨을 끊은 시체가 운하에서 건져지는 장면 등이 대표적이다.

심지어 사랑에 빠진 상인의 부인과 함께 동인도로 도망을 가기 위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젊은 화가는 튤립에 투자한다. 튤립이 가진 것 없는 이들이 현실을 벗어나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는 기회로 여겨졌던 당시의 상황을 잘 보여준 것이다. 물론 그 시도가 성공하지 못한다는 것은, 굳이 스포일러라고 말할 필요도 없이 예측 가능하지만 말이다.

영화는 튤립 광풍 이후 남은 것은 그림들밖에 없었다며 끝난다. 그렇다면 암호화폐는 어떨까? 그 답을 찾는 과정에서, 우리는 닷컴 광풍이 처참하게 마무리된 직후인 2002년 2월 아담 코헨이 뉴욕 타임즈에 써서 유명해진 칼럼 <페이팔과 버블 이후의 생존 신호들>의 마지막 문단을 다시 읽어볼 필요가 있다.

"튤립 광풍이 끝났을 때, 남은 것은 아름다운 꽃들뿐이었다. (중략) 그러나 인터넷 혁명은, 그 과도한 억측들에도 불구하고, 분명 세상을 바꾸고 있다. 부정적인 시각에도 불구하고, 닷컴들이 이전보다 더 나은 모습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신호들이 보이기 시작하고 있는 것이다."

아담 코헨의 2002년 2월 6일자 뉴욕타임즈 칼럼 ‘PayPal and Other Post-Bubble Signs of Life on the Internet': http://www.nytimes.com/2002/02/06/opinion/editorial-observer-paypal-and-other-post-bubble-signs-of-life-on-the-internet.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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