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8년 02월 01일 07:5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브랜드가치 제고를 통한 시너지 극대화에 적합한 인물."미국계 사모펀드 운용사 JC플라워즈(이하 JCF)가 지난 15일 김옥진 애큐온캐피탈 대표이사(회장)를 선임하면서 밝힌 사유다. 애당초 없던 회장직을 신설하면서 김 대표를 영입했다. 그만큼 JCF에겐 '애큐온' 브랜드가치 제고가 중요한 과제였다.
JCF는 지난 2015년 8월 KT캐피탈(현 애큐온캐피탈)을 인수하면서 한국시장에 발을 들였다. 이후 2016년 7월 HK저축은행(현 애큐온저축은행)을 사들여 캐피탈의 자회사로 편입했다. 캐피탈과 저축은행은 각각 2016년 7월, 작년 12월에 애큐온으로 사명을 바꿨다. 브랜드를 론칭한지 얼마 안 된 탓에 인지도는 상당히 낮은 편이다.
김 회장이 취임하자마자 그룹 통합 홍보체계를 구상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실무자들이 J트러스트에 조언을 구하기도 했다. J트러스트는 국내에 JT캐피탈, JT친애저축은행, JT저축은행, TA에셋 등 4개의 계열사를 두고 있는 일본계 금융그룹이다. 애큐온 측은 JT캐피탈을 중심으로 통합브랜드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J트러스트를 참고할 만한 사례로 여긴 듯하다.
JCF는 캐피탈과 저축은행의 통합시너지 강화를 위해선 취약한 브랜드가치를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애큐온이란 브랜드도 JCF가 글로벌 컨설팅업체 랜도(Landor Associate)에 의뢰, 10개월 간의 네이밍 작업 끝에 정한 이름이다. 긴 시간을 들여 새 브랜드를 만들고 가치를 키우려는 행보는 일반 사모펀드와 다른 점이다. 보통 사모펀드는 일정기간 보유하다가 웃돈 받고 파는 비즈니스라고 생각하기 쉽다.
이는 JCF 특유의 투자전략과 맞닿아 있다. JCF는 세계 17개국 50개 기업에 150억달러 규모를 투자하고 있는 운용사다. 일본 신세이뱅크, 네덜란드의 NIBC, 미국 엔스타 등이 대표적인 포트폴리오다. 금융회사에 한해 경영권 있는 지분을 전문적으로 투자하고 있어 일반 사모펀드와 운영방식이 다르다.
금융업은 단기간에 급등하는 업종도 아니고 엑시트(투자금 회수)도 오래 걸려 장기적 안목을 갖고 접근해야 하는 분야다. 그래서 JCF는 기본 10년 이상을 생각하며 투자에 나선다고 알려졌다. 지난 2000년 일본 장기신용은행 시절 투자해 신세이뱅크로 이름을 바꾼 뒤 십 수 년에 걸쳐 회수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지금도 제임스 크리스토퍼 플라워즈(James Christopher Flowers) 회장 개인이 2.79%, JCF가 조성한 펀드가 21.39%, 총 24.18%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플라워즈 회장은 이사회 멤버로도 활동 중이다.
최근 만난 금융권 관계자는 "JCF의 애큐온 브랜드 전략이 일본 신세이뱅크 사례와 유사한 것 같다"며 "사명변경을 통한 과거와의 절연, 통합브랜드를 내세운 그룹 시너지 제고, 이를 기반으로 한 고객가치 창출 등 장기적인 관점을 갖고 접근하는 자세가 비슷하다"고 말했다. JCF의 색다른 투자전략이 한국시장에서도 먹힐지 사뭇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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