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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영, 위기가 기회다 [thebell note]

이명관 기자공개 2018-02-26 08:35:17

이 기사는 2018년 02월 23일 07:0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그동안 곪았던 게 이제야 터져버린 걸까. 이중근 회장이 구속됐다. 이 회장이 받고 있는 혐의는 횡령·배임, 조세포탈, 공정거래법 위반, 입찰방해, 임대주택법 위반 등 총 15개에 달한다.

시장에선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이다. 그룹 사이즈에 걸맞지 않게 부영그룹은 지나치게 오너 중심의 의사결정 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이 회장이 하나에서 열까지 손수 챙길 정도였다고 한다. 재계 순위 20위권 내 그룹 중 부영과 같은 의사결정 구조를 가진 곳은 찾기 힘들 것이라는 냉소적인 반응까지 나올 정도다.

부영그룹의 몸집은 해를 거듭할수록 커졌지만, 정작 경영체제는 정체돼 있었다는 것이다. 부영그룹은 임대사업을 통해 나오는 현금력을 바탕으로 매년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지난해엔 자산 21조 원 규모의 회사로 성장했고, 덩달아 재계 순위도 16위까지 상승했다. 위로는 CJ그룹이 있고, 아래로는 LS그룹이 자리했다. 단편적으로 보면 부영그룹의 위상이 그만큼 격상된 셈이지만, 경영 시스템은 이를 따라가지 못했다.

이중근 회장은 16곳에 달하는 국내외 계열사 등기임원으로 올라 있다. 지난해 상위 26개 대기업 집단의 총수는 평균적으로 2.3개의 계열사에 이사로 등재됐다. 이 회장의 경우 통상적인 수준과 괴리가 큰 셈이다.

부영그룹은 이 회장 중심의 1인 지배체제도 공고하다. 국내 지주회사 가운데 오너 보유 지분율이 가장 높은 곳으로도 유명하다. 부영그룹은 특유의 폐쇄적인 구조를 갖추고 있다. 부영 22개 계열사는 모두 비상장사다. 20대 대기업 계열사 중 상장기업이 단 한 곳도 없는 곳은 부영그룹이 유일하다. 비상자사는 공시의무가 적다 보니 오너의 입김에 의해 기업이 좌지우지되기 쉽다.

물론 오너 지분율이 높다는 게 문제 되지는 않는다. 다만 부영그룹처럼 폐쇄성이 강한 그룹이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강력한 지배력에 폐쇄성이 더해지면서 독단적인 경영이 가능한 환경이 조성된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부영 내부에선 '부영 = 이중근회장=부영'이란 말까지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중근 회장은 자신이 곧 회사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보니 재무와 회계, 인사, 총무 등 경영 전반적인 시스템이 주목구구식이 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이번 검찰 수사도 횡령 및 배임 등 위법행위가 이중근 회장 개인에게 집중된 것은 시사하는바가 크다"고 말했다.

부영그룹은 임대아파트라는 새로운 비지니스 모델을 가지고 성공한 기업이다. '역발상'으로 남들이 거들떠도 보지 않던 임대사업에 진출해 재계 16위까지 올라서며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지만, 불운하게도 '총수 구속'이라는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하지만 경영 시스템을 만들수 있는, 경영 투명성을 확보 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됐다. '환골탈태'하는 부영의 저력을 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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