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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광그룹, '요동친 후계구도' 이호진의 우회 전략 [오너십의 탄생]①2003년 맏형 사망, '개인회사+자사주' 활용 지배력 강화

박창현 기자공개 2018-03-16 08:10:45

[편집자주]

모든 일에는 시작과 끝이 있다. 기업과 오너십도 마찬가지다. 지배구조 최정점에 서 있는 오너들도 처음부터 그 자리에 있었던 것은 아니다. 지배구조 재편의 풍파와 무게를 견디고 나서야 비로소 왕관을 쓸 수 있었다. 너무도 당연하게 여겼던 오너십의 형성 스토리와 핵심 변곡점들을 되짚어 본다.

이 기사는 2018년 03월 08일 15:0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사진)은 이임용 창업주의 막내 아들로 태어났다. 위로 형이 둘이나 있었다.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코넬대학교 경영 대학원과 뉴욕대학교 대학원을 수료한 수재였다. '조용하고 무던한 성격', '똑똑한 재벌가 셋째 아들' 세상 기준을 놓고 보면 이보다 더 행복할 수 있을까.

이호진
하지만 예상치 못한 비극이 그를 기업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전장으로 이끌었다. 둘째 형이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1996년 아버지도 명운을 달리했다. 그래도 큰 형이 있었다. 후계 구도 또한 황금률을 그대로 따랐다.

태광그룹은 태광산업이 지주사 역할을 맡고 있었다. 태광관광개발과 대한화섬, 티브로드(옛 한국케이블TV 안양방송) 등 건설, 화학, 섬유, 방송 등 주력 사업을 모두 총괄했다. 후계구도 또한 태광산업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상속 절차 후 맏형 이식진 전 부회장이 15.57%로 최대주주에 올랐다. 뒤를 이어 이 전 회장이 15.14%의 지분을 확보했다. 사실상 쌍두체제가 구축된 셈이다. 뒤를 이어 세 누이가 1.23%씩 지분을 나눠가졌다. 어머니와 고모부, 외사촌 등 다른 친인척 지분까지 합치면 오너일가 지분이 과반을 넘었다.

수 년간 이 체제가 유지되다가 2003년 변곡점을 맞았다. 이식진 전 부회장마저 갑작스레 별세하면서 지배구조 판도가 바뀌었다. 맏형이 갖고 있던 지분은 전량 아들인 이원준 씨에게 상속됐다. 자연스럽게 최대주주도 이원준 씨 몫이 됐다. 다만 이듬해 5만주(4.49%)를 장내매도하면서 지분율이 11.08%까지 떨어졌다. 이 전 회장이 처음으로 태광산업 최대주주에 오르는 순간이었다.

이후 이 전 회장은 지배력 확대에 박차를 가했다. 다만 전면에 직접 나서기 보다는 우회 전략을 통해 장악력을 높여나갔다. 2008년은 1인 오너십 구축의 첫 발을 내딛는 해였다. 개인회사들이 그 역할을 수행했다. 시스템통합 IT 업체 '티시스(옛 태광시스템즈)'와 부동산 유지관리 업체 '티알엠(옛 태광리얼코)'이 그 주인공이다.

티알엠과 티시스는 이 전 회장의 100% 가족회사였다. 개인 지분율이 양 사 모두 51%에 달했다. 나머지 지분 또한 아들인 이현준 씨가 보유했다. 여기에 내부 일감을 발판 삼아 수 백억원 대 잉여금도 확보하고 있었다.

자금력이 풍부했던 티알엠과 티시스는 그 해 각각 2.3%, 2.1%씩 태광산업 지분을 사들였다. 지분 매입 행보는 이후에도 계속됐다. 2009년과 2010년에 추가로 지분을 취득하면서 지분율을 5.27%, 5.94%까지 끌어올렸다. 소유 구조를 감안할 때 이 전 회장 지배력이 그만큼 강화되는 효과가 나타났다.

반면 2대 주주였던 원준 씨는 사촌 간 지분 매매에 나서면서 지분율이 7.49%로 떨어졌다. 두 사람간 격차가 또한 20%포인트 가까이 벌어졌다.

원준 씨는 그 지분율이 현재까지도 유지되고 있지만 이 전 회장은 추가 지분 확보 기회도 잡았다. 먼저 2016년 어머니 이선애 씨로부터 지분 0.12%를 상속받으면서 개인 지분율이 15.81%로 상승했다. 여기에 올 초 지분 실명전환이 이뤄지면서 0.1% 포인트 가량 지분율이 더 높아졌다. 개인회사간 합병으로 주주명만 달라졌을 뿐 이 전 부회장은 현재 27%대 지분율을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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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전 회장 우회 지배 전략의 또 다른 묘수는 '자기주식'이었다. 태광산업은 창업주 별세 이후부터 자사주를 계속적으로 늘렸다. 1997년에는 4.5%에 불과했지만 이듬해 8.4%를 추가 매입하면서 12.95%로 늘어났다. 이 전 회장 1인 오너십 구축 시기에도 추가 거래가 이뤄지면서 자사주 비율이 현재 24.4%에 달하고 있다.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다. 따라서 자사주가 늘어날수록 기존 주주들의 실질 의결권이 강화되는 효과가 나타난다. 오너 일가 입장에서는 사재 한 푼 들이지 않고 그룹 장악력을 높이는 지렛대로 활용할 수 있다. 실제 개인회사를 포함해 이 전 회장의 명목 지분율은 27% 수준이다. 하지만 의결권이 없는 자사주를 제외하고 순수 의결권 지분만을 놓고 보면 실질 지배력이 35%까지 상승한다. 결과적으로 개인회사와 자사주를 활용해 압도적인 1인 지배 체제 기틀을 마련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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