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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으론 선진형, 실제론 후진형 '철학없는 분산탓' [KT 지배구조 딜레마]③2002년 민영화에만 초점…공공성 이유로 기형적 정치 개입

김성미 기자공개 2018-03-13 07:56:53

[편집자주]

'KT의 주인은 국민입니다.' KT 홈페이지에 가면 볼 수 있는 회사 모토다. 민영화된 지 16년이 훌쩍 지났지만 아직까지 공기업 같은 슬로건을 사용하고 있다. KT는 민영기업이지만 국민기업이란 모토처럼 공기업의 이미지도 갖고 있다. 낙하산 인사가 당연했고 정권이 바뀌면 CEO가 바뀌었다. KT는 내규를 바꿔가며 낙하산 인사를 막고 진짜 민영기업의 모습을 갖추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KT가 민관 딜레마에서 새로운 정체성을 찾기 위한 과제와 해법을 모색해본다.

이 기사는 2018년 03월 12일 07:10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T의 지배구조는 겉으로 보기엔 완벽하다. 하지만 실제 작동되는 모습은 지극히 후진적이다. 민영화된 지 16년이 지난 KT는 여전히 정부의 개입에 자유롭지 못하다. KT는 최대주주가 없는 회사이면서 보편적 통신 서비스와 공공성을 갖춘 회사이기도 하다.

정부 입장에선 개입할 여지와 필요성이 있다. 그러나 정부가 지분을 한꺼번에 민간에 팔면서 정부의 개입 근거는 사라졌다. 근거 없는 기형적인 정치 개입으로 10여년을 이어왔다. 근거가 없으니 개입의 진폭도 컸다. KT 회장과 사외이사가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바뀌는 내홍을 겪는 것은 겉과 실제가 다른 지배구조의 영향 탓이다.

KT의 지배구조를 정상화하려면 지분 문제가 아니라 사업과 정부와 역학관계를 재정립하는 과정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KT가 영위하는 공공성격의 사업을 개편하거나 정부의 개입 근거를 명확히 해 경영구조를 투명하게 만드는 것 등이 대안으로 제기된다.

KT 지분 구조

9일 업계에 따르면 KT 주요 주주는 국민연금 10.34%, 국내 기관 및 개인 34.47%, 외국인 48.48%, 자사주 6.18%, 우리사주조합 0.53%로 구성돼 있다. 5%이상 주식을 갖고 있는 주주는 국민연금과 NTT도코모(5.46%) 정도다. KT의 지분 구조는 완전 분산된 상태로 볼 수 있다.

정부는 2002년 주요 공기업의 지분을 매각하며 KT의 민영화에 나섰다. 당시 정부는 보유하던 KT 주식 28.36%를 한 번에 매각했다. 당시 SK텔레콤, 삼성생명-삼성투신운용, LG전자, 대림컨소시엄, 효성컨소시엄 등이 지분을 분할 인수했다.

KT의 전신은 한국통신으로 유선통신망을 시작으로 무선통신, TV 까지 영역을 확대했다. 통신 산업의 특성상 국적성과 공공성의 담보가 필요했다. KT의 민영화 과정에서 정부는 특정 기업이나 컨소시엄이 지배구조를 좌지우지하지 못하도록 분산에 힘을 썼다. 16년이 지나며 주요 컨소시엄들이 지분을 정리했고 이제는 국민연금과 NTT도코모 정도만 5% 이상의 지분을 확보하고 있다.

KT는 완벽한 지분 분산으로 민영화에 성공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정부의 개입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KT는 2011년부터 5년 연속 한국기업지배구조원(CGS)의 ESG(Environment, Social, Governance) 평가 지배구조부문에서 최우수 등급인 A+를 받고 있다.

그러나 정권이 바뀔 때마다 회장이 교체되는 등의 불명예 퇴진이 반복됐다. 경영진과 이사회 모두가 정부 코드 맞추기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황창규 회장이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 차은택 측근 임원 채용 등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된 것만 봐도 KT가 정권에 얼마나 좌지우지되는지 알 수 있다.

전문가들은 KT 민영화를 위한 장기계획이 없던 점을 현 상황의 원인으로 지적했다. 정부가 KT 민영화를 추진할 당시 주식 제 값 받기에만 집중했지 △소유구조에 대한 고민 △공공성 보장을 위한 장치 △자율경쟁 구도 형성 등에 대한 계획은 세우지 않았다.

정부는 공기업 태생의 KT의 실질적인 민영화 플랜에 대해선 어떤 장치도 마련하지 않았다. 되레 낙하산 인사들을 내려 보내는 통로로 활용한 측면이 크다.

KT는 유무선 통신망이란 기간산업을 갖고 있다. 국적성과 공공성이 중요한 이유다. 외국자본에 이를 넘겨줄 수도 없고 특정 사기업에 이를 넘겨줄 수도 없다. 정부가 공공성을 유지하도록 어느 정도 개입이 불가피한 산업이다. 외국의 사례에서도 독점적 통신 사업자에 대해 정부가 지분을 갖고 개입하는 사례가 부지기수다.

KT의 후진적 지배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선 지분 이슈가 아니라 공공성에 대한 개념 정리부터 다시 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정부가 개입할 수 있는 권리의 근거를 마련하고 그 범위 안에서 의사결정에 개입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KT가 영위하는 공공영역의 사업을 재편하는 것도 방법이다. KT 입장에선 공공영역의 사업을 독점적으로 영위하면서 정부의 개입과 공생한 면도 있다. 국가 자산을 넘겨받으며 갖게 된 독점권으로 유선사업에서 우위를 점하게 되자 이를 가지고 민간 통신 사업자에게 횡포를 부리기도 했다.

기업 지배구조 관련 한 연구원은 "정부와 KT가 보이지 않는 공생관계를 맺어오면서 KT가 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의지가 크지 않았던 것"이라며 "정부의 낙하산 인사도 근절돼야 하지만 KT가 지배구조, 이사회, 사업 등 전방위에서 투명성과 독립성을 갖춰나가는 것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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