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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민의 Money-Flix]'정치로부터 신문을 지켜낸 히로인'이란 판타지워싱턴 포스트와 미국 정부의 충돌을 그린 영화 <더 포스트>

이철민 VIG파트너스 부대표공개 2018-03-15 10:30:25

[편집자주]

많은 영화와 TV 드라마들이 금융과 투자를 소재로 다룬다. 하지만 그 배경과 함의를 파악하기란 쉽지 않다. '알고 보면 더 재미있다'는 참인 명제다. 머니플릭스(Money-Flix)는 전략 컨설팅 업계를 거쳐 현재 사모투자업계에서 맹활약 중인 필자가 작품 뒤에 가려진 뒷이야기들을 찾아내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려 한다.

이 기사는 2018년 03월 15일 09:56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정치, 자본 그리고 언론 간에 갈등과 음모, 협잡이 난무하는 현장의 여주인공을 한명 꼽으라면? 한국 사람들이라면 지금은 영어의 몸이 된 전 대통령이나 그 절친을 떠올릴 수 있겠지만, 여기 다른 시대를 살았던 또 다른 인물이 있다. 바로 1963년부터 약 30년간 워싱턴 포스트를 이끈 캐서린 그레이엄이다.

우리에겐 다소 낯선 그녀는 파산한 워싱턴 포스트를 1933년에 인수하여 발행인이 된 유진 메이어의 둘째 딸이다. 아버지로부터 발행인 자리를 물려받은 남편 필립 그레이엄이 자살을 하자, 그녀는 자의반 타의 반으로 오너 가족을 대표하여 신문사의 운영에 발을 들여 놓게 된다. 그리고 1969년부터 공식적인 발행인의 자리에 오른다.

얼마 전 개봉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더 포스트>는 그런 배경을 가진 ‘미국 주류 언론 사상 최초의 여성 발행인'을 주인공으로 만들어진 영화다. 영화의 무대가 되는 1971년은 미국 정부의 베트남과 관련된 기밀문서인 이른바 ‘펜타곤 페이퍼'가 공개되면서 언론과 닉슨 행정부간의 충돌로 미국이 발칵 뒤집혔던 시점이다.

영화 '더 포스트'
메릴 스트립과 톰 행크스가 주연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더 포스트'

영화는 그 과정에서 진실을 밝혀야 한다는 언론의 사명에 입각해 정치권력의 압박에 굴하지 않고 기밀문서에 대한 보도를 허용하는 캐서린에게 초점을 맞추고 있다. 아카데미 작품상과 각본상에 빛나는 영화 <스포트라이트>가 카톨릭 사제들의 아동 성추행을 보도한 보스턴 글로브의 기자들에게 초점을 맞춘 것과 대비되는 부분이다.

그런데 이 영화에는 금융인 관계자들의 흥미를 끌만한 요소가 하나 더 있다. 바로 그 동일한 시점에 워싱턴 포스트가 IPO를 진행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당연하지만 신문사의 이사들은 정부와의 충돌이 IPO에 부정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며, 팬타곤 페이퍼에 대한 보도를 하지 말자고 캐서린을 강하게 압박하는 것으로 그려진다.

다행히 미국 법원이 언론의 보도 권리를 옹호하는 판결을 내림으로써, 우려와는 달리 워싱턴 포스트의 IPO는 큰 지장 없이 성공적으로 마무리 됐다. "(기사의) 품질이 (신문의) 수익성을 좌우한다"(Quality drives profitability)는 캐서린의 대사는, ‘정치와 자본에 위협으로부터 언론을 구한 것은 결국 진실'이라는 영화의 메시지를 잘 대변한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 영화는 잘 알려지지 않았던 한 여성의 위대함을 재조명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일까? 아쉽게도 그렇지는 않아 보인다. 무엇보다 특정한 시점에 있었던 흥미진진한 상황을 부각시켜놓은 판타지에 가깝다. 이는 캐서린이라는 인물이 훗날 보여준 일련의 언행들을 살펴 보면 쉽게 눈치챌 수 있다.

우선 그녀는 영화 속 대사와는 달리 회사의 가치가 진실을 대변하는 기사의 품질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시장 내 독점적인 입지에서 나온다는 것을 간파하고 이를 실재로 구현했다. 워렌 버핏의 투자를 받고 그의 자문을 얻어, 다음해 워터게이트 사건을 파헤쳐 더더욱 막강해진 영향력을 기반으로 워싱턴 DC 지역 내 다른 신문들을 고사시켰던 것이다.

그에 더해 1988년 CIA 초청 연설에서 "대중들이 알 필요가 없거나 알면 안 되는 것들이 있게 마련이다. 나는 정부가 적법한 절차를 통해 기밀을 숨길 수 있고, 언론도 그런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이를 보도할지 말지를 결정할 수 있어야 민주주의가 번성할 수 있다"는 말로, 언론이 미국 정치권력의 일부로서 작동해야 한다는 신념을 표출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왜 스필버그는 이러한 판타지 영화를 만들었던 것일까? 아마도 현재 미국의 엄혹한 정치 환경 하에서는 언론이 더더욱 분발해야 한다고 채찍질하기 위함일 듯 하다. 2013년 워싱턴 포스트를 2억5000만 달러에 인수한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저스가, 이 영화를 보고 트럼프 행정부와 더욱 날을 세워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압도적 완성도 <더 포스트>: https://www.youtube.com/watch?v=egUg_k0EBW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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