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8년 03월 26일 08:1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연초부터 출자사업이 쏟아진다. 앵커 출자자들은 물론 연기금과 공제회 등이 잇따라 벤처펀드 조성에 나서고 있다. 연간 신규 벤처투자 규모도 사상 처음으로 3조원에 육박할 전망이다.하지만 올해 출자사업은 예년과 다른 모습으로 전개되고 있다. 얼마전 마감한 한국성장금융투자운용의 반도체펀드 조성사업은 단 한 곳만이 운용을 제안했다. 지난해 최대 6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업계의 주목을 받았던 것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다. 모태펀드의 정시 1차 출자사업에서도 이전과 달리 주요 대형사들의 이름을 찾기 어렵다.
변화는 지난해 이미 다수의 펀드가 조성됐다는 점에서 충분히 납득할 만하다. 그렇지만 업계는 꾸준히 제기되던 출자 시장의 '카니발라이제이션(자기시장 잠식)'이 본격화되는 것이 아니냐고 우려한다.
이러한 우려는 비슷한 시기에 유사한 분야를 대상으로 한 앵커 출자사업이 쏟아지며 제기됐다. 특색없이 쏟아진 출자사업이 제살 깍아먹기식의 흥행 부진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몇 년간 벤처투자 시장에 쏟아진 정책자금과 각종 출자사업은 대부분 같은 시기인 연초에 이뤄지며 이 같은 우려를 뒷받침하고 있다. 출자 분야도 정책적 목적이 반영된 4차 산업혁명과 성장성이 높은 바이오, 콘텐츠 등에 집중돼 왔다. 조성 펀드의 명칭만 다른 거의 똑같은 출자사업이 연초 연달아 이뤄져온 것이다.
출자 분야와 시기가 동일한 출자사업이 쏟아진다면 벤처캐피탈들은 선정 가능성이 높거나 민간 매칭이 용이한 사업만을 선호할 수 밖에 없다. 벤처 투자시장에 골고루 뿌려져야 할 민간 매칭 자금도 몇몇 출자사업에 집중될 수 밖에 없다. 과도한 쏠림 현상은 출자사업의 흥행 부진으로 이어져 자칫 사업 폐지라는 최악의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이제 앵커 출자사업이라고 해서 마냥 흥행을 장담할 수는 있는 시기는 지났다. 출자사업마다 뚜렷한 차별성을 마련해 운용사들이 선뜻 참여할 수 있도록 바뀌어야 한다. 획일적이던 출자사업 시기를 조정하는 것도 방법일 수 있다. 치열한 경쟁 속에 고유 출자사업의 흥행을 이끌기 위한 출자자 스스로의 변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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