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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감 느낀 하나금투, 9년 만의 증자 [하우스 분석]경쟁사 몸집불리기에 부담…하이증권 인수 등 M&A도 검토한 듯

민경문 기자공개 2018-03-27 13:25:13

이 기사는 2018년 03월 26일 10:2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증권업계 보수의 아이콘으로 지목돼 왔던 하나금융투자가 무려 9년만에 자본 확충에 나선다. 여느 금융그룹보다 증권사 키우기에 인색했던 곳이 하나금융그룹이었다. 하지만 경쟁사들의 덩치 불리기를 더 이상 외면하기 어려웠다. 연임에 성공한 이진국 사장의 고민도 깊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하나금융투자는 지난 23일 이사회를 열어 7000억 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결의했다. 주당 발행가액은 5만 2000원이다. 자기자본은 2조 5416억 원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하나금융지주는 앞서 코오롱인더스트리를 대상으로 한 3자 배정 증자 등으로 자회사 투자금을 모았다.

과거 10년간 하나금융투자 자기자본이 늘어난 금액은 6000억 원대에 그쳤다. 유상증자만 보면 지난 2009년 1000억 원어치가 마지막이었다. 그만큼 덩치 불리기에 소극적이었다. 비은행 계열사인 만큼 지주 차원의 기대도 크지 않았다. 증권사가 하나지주에서 차지하는 순이익 비중은 5% 대에 불과했다.

비은행 계열을 외면한 건 다른 금융지주사들도 마찬가지였지만 언젠가부터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다. 신한금융투자, NH투자증권 등 경쟁사들이 모회사 지원으로 자기자본 늘리기에 나섰다. 업계 10위권 밖이었던 KB증권도 현대증권 인수를 통해 초대형 IB로 거듭났다. 덕분에 신용등급도 AA+로 올랐다.

중소형 증권사들이 아래서 치고 올라오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었다. 키움증권은 1조 9000억 원까지 자기자본을 늘려 턱밑까지 쫓아왔다. 메리츠종금증권은 3조 원대 자기자본으로 이미 초대형 IB를 라이벌로 생각한 지 오래다. 하나금융투자로선 증권업계에서 존재감이 사라질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했다.

이는 하나금융투자의 증자 보도자료에도 언급돼 있다. 하나금융투자 측은 "유기적 성장만으로는 경쟁에 한계가 있다"며 "정부가 대형사 중심으로 정책을 추진중인데다 경쟁사들도 자본 확충에 나서고 있다"고 밝혔다. 순익(작년 1463억 원)만으로는 자본을 늘려나가기가 쉽지 않다는 판단이다.

내부적으로는 M&A를 통한 덩치 불리기도 고민한 것으로 알려졌다. 7000억 원 규모의 자기자본을 가진 하이투자증권이 타깃이었다. 당초 원매자로 나섰던 DGB금융지주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가 난항을 거듭한 점이 영향을 미쳤다. 다만 인사 비리를 둘러싸고 최근 하나은행·금융감독원간 갈등을 빚고 있다는 점 등은 의사결정에 아킬레스건이었다.

전문가들은 하나금융투자가 2조 5000억 원 규모로 자본을 늘리긴 했지만 추가 확충이 불가피한 것으로 보고 있다. 2조 원대 자기자본으로는 여전히 중형사에 머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기업신용공여와 프라임 브로커리지 서비스(PBS)의 경우 적어도 자기자본 3조 원을 맞춰야만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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