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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경의 Frontier Markets View]한국의 매운 맛, 아시아를 사로잡다

고영경 박사공개 2018-03-30 11:13:50

[편집자주]

바야흐로 저성장의 시대다. 기업들은 다시금 성장의 기회를 얻기 위해 새로운 시장으로 눈을 돌린다. 최근 십여 년간 글로벌 경제 성장과 물가 안정을 견인해 온 중국도 과거와 같은 고성장을 기대할 수 있는 이머징 시장이 더 이상 아니다. 이제 글로벌 기업들의 눈은 그 다음 시장인 프론티어마켓으로 향한다. 아시아 프론티어 마켓의 중심부 말레이지아 쿠알라룸푸르 현지에서 경영학 교수로 재직하며 이 시장의 성장과 가능성을 지켜봐 온 필자가 이 시장의 현재와 미래에 관한 이야기를 하나씩 풀어가려고 한다.

이 기사는 2018년 03월 30일 10:1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pop과 드라마에 이어 한식이 한류를 이끌고 있다. 동남아 어디서든 한국식당을 찾아볼 수 있고, 쇼핑몰 푸드코트에서도 한국 음식 맛보기가 어렵지 않다. 불고기와 비빔밥으로 대표되던 한국음식은 이제 김치찌개, 떡볶이에서 순두부찌개, 잡채 등으로 그 메뉴를 확장 중이다.

K푸드 가운데 가장 성공한 사례를 한가지만 꼽으라면 단연 라면이다. 2017년 한국의 라면수출액은 3억5000만 달러로 2010년 1억5700억 달러에 비해 크게 증가했다. 특히 2015년부터 급증했는데, 증가세를 이끈 1등 공신 가운데 하나가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이다.

20180330_불닭볶음면이미지

삼양식품은 2012년 처음 불닭볶음면을 출시했다. 수출액은 2013년 7억원에서 시작해 2014년 42억원, 2015년 99억원, 그리고 2016년 70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4년간 100배 성장한 것이다. 그리고 2017년에는 무려 1800억원을 기록, 삼양라면 전체 수출액(2,000억원) 90%를 ‘불닭' 브랜드가 채웠다. 이 가운데 동남아 수출은 약 40% 정도다. 불닭의 선전에 힘입어 지난해 삼양라면은 ‘1억불 수출의 탑'을 수상했다.

동남아 사람들은 국수나 라면을 많이 소비한다. 2억5,000만명의 인구를 자랑하는 인도네시아는 중국 다음으로 라면을 많이 먹는 나라다. 베트남과 필리핀, 태국 역시 라면 소비량으로는 세계 10위 안에 들 정도로 동남아인의 라면사랑은 뜨겁다. 한국 라면업계가 중국 다음으로 동남아 시장을 주목하는 이유이다. 한국라면은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일찍이 특유의 깔끔한 매운 맛으로 주목을 받았다. 여기에 볶음면을 좋아하는 동남아인들의 취향을 간파한 제품이 바로 불닭볶음면이다.

이 제품의 인기는 한국에서 상상하는 것 이상이다. 국가와 연령을 가리지 않고, 그야말로 선풍적이다. 젊은이들 사이에서 불닭볶음면을 먹고 매운맛을 참아내는 동영상이나 사진을 올리는 것이 유행처럼 번져나갔다. 구글에서 ‘Korean fire noodle challenge' 를 입력하면 모두 146만건의 검색 결과가 나온다. 유튜브에서만 37만2000건이 올라와 있다. 편의점과 슈퍼마켓마다 불닭볶음면 매대가 따로 있을 정도다.

불닭볶음면의 인기는 독특한 매운 맛에 SNS마케팅이 효과가 극대화된 결과이다. 해외 수출의 비중이 늘면서 삼양라면은 해외 마케팅 전담팀을 신설, 국가별로 영향력 있는 블로거나SNS유저를 통해 홍보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미국의 유명 라면블로거인 한스 리네쉬를 통해 동영상으로 해외 소비자들에게 제품을 소개하기도 했다. 또한 현지 입맛에 맞는 신제품 출시도 인기 비결이다. 카레와 마라를 넣은 신제품들을 포함, 현재 ‘불닭' 브랜드로 8종의 일반라면과 8종의 컵라면이 나와있다. 가열찬 인기 덕에 신제품이 출시되면 판매상들은 앞다투어 행사를 열어준다. 여기에는 삼양식품 대표 캐릭터 ‘호치'를 활용한 캐릭터 마케팅도 이뤄진다.

이제 세계화라는 하나의 축으로 시장을 확대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한식 세계화가 범한 오류도 여기에 있을지 모른다. ‘글로벌 스탠다드' 와 ‘초현지화(슈퍼 로컬라이제이션)'이 결합할 때,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다. 불닭볶음면은 그 모범사례로 부족함이 없다.

고영경교수프로필_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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