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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풍, 캐스팅보트 '문고' 정리…'3세시대' 개막 장형진 회장, 아들 회사 씨케이에 영풍문고 넘겨…장세준·세환 지배구조 정점에

이경주 기자공개 2018-04-13 13:07:00

이 기사는 2018년 04월 12일 11:2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영풍그룹이 3세 경영 시대에 진입했다. 창업 2세인 장형진 영풍 회장이 실질적인 경영권 유지를 위해 캐스팅보트로 남겨뒀던 영풍문고 지분을 모두 매각했다. 일찌감치 진행했던 승계작업의 마지막 단추까지 채워졌다.

영풍문고 지분은 장 회장의 장남 장세준 코리아써키트 부사장과 차남 장세환 서린상사 대표가 같은 지분율로 최대주주로 있는 씨케이에 넘어갔다. 씨케이는 영풍그룹 지배구조 최상단에 위치해 있다. 영풍 3세 시대는 형제 공동 경영 구조가 만들어질 전망이다.

영풍은 영풍문고 지분 정리를 통해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하는 효과도 얻었다. 승계 작업도 마무리하고 지배구조를 단순화했다.

◇ '캐스팅보트' 영풍문고 지분 아들회사에 매각…승계 마지막 단추

장 회장은 지난달 말 보유하고 있던 영풍문고 지분 18.5%(3만7000주)를 전량 아들이 대주주로 있는 씨케이(CK)에 매각했다. 매각가는 151억 원으로 주당 단가는 40만9452원이다. 이 거래로 씨케이의 영풍문고 지분율은 거래전 14.5%에서 33.0%로 상승해 최대주주로 등극했다. 종전 최대주주는 장 회장이었다.

영풍문고 지분율 변화

씨케이는 장회장의 두 아들 장세준 부사장과 장세환 대표가 각각 지분 32.8%를 보유한 공동 최대주주다. 이어 장 회장의 장녀 혜선씨(22.9%)와 부인 김혜경씨(11.5%)가 나머지 지분을 갖고 있다.

장 회장의 영풍문고 지분은 캐스팅보트 지분이었다. 장 회장은 지주사격 회사인 영풍 지분은 장차남에게 모두 넘긴 상태다. 영풍은 코리아써키트, 인터플렉스, 영풍전자 등 주요 전자계열사들과 고려아연 등을 지배하고 있다.

영풍 1대 주주는 장세준 부사장으로 16.89%다. 2대주주는 영풍개발(14.17%), 3대주주는 장세환 대표(11.15%)다. 장 회장은 1.13%에 불과하다.

장 회장은 영풍문고를 활용해 영풍개발을 지배했고 영풍에 대한 캐스팅 보트를 쥐고 있었다. '영풍문고→영풍개발→영풍→영풍문고'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덕분에 가능했다.(관련기사)

장 회장은 영풍개발을 통해 장차남의 지위를 바꿀 수 있었다. 장세준 부사장은 영풍 최대주주긴 하지만 3대주주 장세환 대표와 지분율 격차(5.74%p)가 크지 않다. 2대주주 영풍개발(14.17%)이 누구를 지원하느냐에 따라 판도가 뒤바뀔 수 있다.

영풍구조(전)

장 회장은 영풍 지분율이 미미함에도 영풍문고를 통해 그룹 계열사들에 대한 실질적인 경영권을 유지해 왔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최근까지도 장 회장은 영풍 지배력 아래에 있는 코리아써키트나 인터플렉스 안산 사옥에 출근해 주요 사안에 대한 결재를 맡았다"며 "1%대 영풍 지분은 숫자일 뿐 장 회장이 최고 실권자"라고 말했다.

이번 영풍문고 지분 매각으로 장 회장은 그룹에 대한 법적인 영향력을 상실했다. 장 회장이 실권을 내려 놓기로 결정했거나 조만간 내려 놓기 위한 사전작업으로 보인다.

◇ 순환출자해소 겸 씨케이 지배력 강화 '두마리 토끼'

영풍은 씨케이를 통해 순환출자고리도 해소했다. 씨케이가 영풍문고 대주주가 되면서 '영풍문고→영풍개발→영풍→영풍문고' 고리에서 '씨케이→영풍문고→영풍개발→영풍'의 지배구조가 됐다. 씨케이는 앞서 지난 2월 영풍이 보유하고 있던 영풍문고 지분 24% 중 14.5%를 매입했고 영풍의 잔여 보유지분 9.5%를 영풍문고가 자사주 형식으로 취득했다.

씨케이가 지배구조 최상단에 서며 자녀들 지배력이 강화됐다. 씨케이는 장 회장이 보유한 영풍문고 지분까지 추가로 매입하면 지배력을 더욱 보강했다.옥상옥 구조가 생겼지만 순환출자고리는 사라져 3세 경영 시대의 리스크를 사전에 해소했다.

장 회장은 영풍문고 지분을 장남이나 차남 한 명에게 몰아주지 않고 두 아들이 공동 보유한 씨케이에 이를 매각했다. 캐스팅보트 지분이 장남과 차남에게 공평하게 나뉘어진 셈이다.

현 구도에선 영풍과 계열사들에 대한 주요 의사결정을 하려면 장남이든 차남이든 상대의 동의가 필요하다. 장 회장이 형제경영 구조로 승계작업을 마무리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영풍구조(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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