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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신 키우는 대한유화 일감 몰아주기 [thebell note]

박창현 기자공개 2018-04-19 08:17:04

이 기사는 2018년 04월 17일 07:5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한유화그룹은 일감 몰아주기 규제 이슈가 나올 때마다 입방아에 오르는 단골손님이다. 여러 규제 강화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철옹성과 같은 내부거래 시스템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순규 회장과 부인 김미현 씨는 무역 계열사 '케이피아이씨코포레이션(이하 KPIC)'의 100% 주주다. KPIC는 핵심 계열사인 대한유화와 거래 관계를 맺고 있다. 대한유화가 화학 제품을 생산하면, KPIC가 이를 매입해 시장에 갖다 파는 구조다. 양 사간 거래 규모는 9000억원에 육박한다.

작년 새로운 특수관계자가 등장했다. 에이원상사가 그 주인공이다. 에이원상사는 KPIC와 마찬가지로 무역업체다. 지난해 KPIC와 에이원상사는 138억원 어치의 내부거래를 했다. 이는 에이원상사 전체 매출의 57%에 해당하는 규모였다.

에이원상사 주주는 이교웅 씨 단 한 명뿐이다. KPIC와 대한유화는 이 회장과 이 씨의 관계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 다만 에이원상사가 KPIC, 대한유화 등과 기타(주주등) 특수 관계로 얽혀있다는 점, 이 회장의 다음 항렬 돌림자가 '교'자라는 점 등을 비춰볼 때 가족회사라는 점은 유추할 수 있다.

보다 각별한 혈연관계로 추정할 수 있는 증거도 많다. 먼저 KPIC와 에이원상사는 대표이사가 같고, 한 건물을 본사로 쓰고 있다. 외견만 놓고 보면 사실상 한 몸이나 다름없다. 결정적으로 KPIC가 에이원상사에 지급 보증과 담보 제공 등 금전적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직계 가족이 아니라면 쉽지 않은 경영상 조치들이다.

대한유화그룹은 이미 과거 일감 몰아주기 문제로 구설에 오른 전력이 있다. 대한유화는 2010년 들어 KPIC 100% 해외 자회사였던 'ATMAN'에 대규모 일감을 지원했다. ATMAN은 시장에서 나프타를 구입하고, 이 원재료를 다시 대한유화에 파는 일을 했다. 하지만 곧 통행세 논란이 불거졌고, KPIC는 2014년 ATMAN을 청산했다.

에이원상사는 ATMAN 이후 두 번째로 등장한 가족기업이다. 아직 거래 규모도 크지 않고 일감 지원 성격 또한 다르다. 그럼에도 대를 이어 일감 수혜 가족기업이 등장했다는 사실 자체로 찜찜함이 남는다. 정체를 숨기는데 급급한 대한유화그룹의 태도 또한 그 같은 의심을 키우고 있다.

내부거래가 항상 나쁜 것은 아니다. 보안과 거래 특수성 탓에 불가피한 측면이 있을 수 있다. 결국 오해를 푸는 것도 기업이 할 일이다. 전례가 있다면 더욱 그렇다. 오해가 쌓이면 불신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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