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메프, 현금 600억 늘었지만 미지급금 4700억 ①미정산 대금 증가로 유동성은 되레 악화
서은내 기자공개 2018-05-21 07:25:00
[편집자주]
이커머스업계는 여전히 치킨게임이 진행중이다. 대부분 업체들이 적자가 이어지고 있지만 지속적인 자금 조달로 사세를 키우고 외형을 확장하고 있다. 이커머스업계의 유동성을 통해 잠재된 리스크와 각사의 생존 전략을 파악해본다.
이 기사는 2018년 05월 09일 10:2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위메프가 지난해 전년 대비 600억원 가량 현금 보유량을 늘리면서 쿠팡·티몬 등 이커머스 3인방 중 유일하게 현금흐름 기준으로 흑자를 냈다. 하지만 현금 흑자의 배경이 정산되지 못한 거래처(셀러) 대금 증가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지급금 4700억원을 감안하면 오히려 유동성은 더 악화된 모습이다.9일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위메프의 미지급금 규모는 전년(3615억원) 대비 1081억원(30%) 증가한 4696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위메프의 지난해 총 매출액(4731억원)에 육박하는 수치다. 연말 기준 위메프의 현금 보유량이 전년에 비해 늘었지만 지급해야 하는데 아직 정산되지 못한 돈이 그보다 더 많이 늘어났으므로 돈을 벌었다고 볼 수 없다.
위메프 관계자는 "지난 연말에 거래액이 늘면서 정상적인 정산 주기상 아직 지급되지 않은 대금 규모도 함께 늘었다"면서 "회사의 커머스 사업 특성상 총 거래액의 10% 정도가 연말 미지급금으로 남게 되는 구조"라고 말했다. 위메프에 따르면 지난해 거래액은 4조~5조원 사이이며 그 중 10%인 4000억원 이상이 미지급금으로 잡혔다는 설명이다.
위메프는 계약상 거래 대금 지급 시한이 판매한 다음 달 1일로부터 40일 이내 지급하게 돼있다. 5월 9일에 판매하면 6월 1일부터 40일 후인 7월 10일 경이 지급기한이 된다. 위메프 관계자는 "위메프는 단순 판매 중개가 아니라 물건 판매에 대한 책임을 지기 때문에 위메프에서 판매하는 셀러들에 대한 대금 정산 주기가 느린 편"이라며 "아직 적자 기조인 상황에서 정산주기를 크게 앞당기기는 어렵지만 조기 정산을 위해 애쓰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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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치만 놓고 보면 위메프는 최근 별다른 투자 유치 등 자금 조달 없이 커머스 영업 자체로 현금을 벌어들인 모습이다. 지난해 손익계산서상 위메프는 417억원 영업손실(연결 기준)을 기록하며 여전히 적자상태이나 현금흐름표 상으로는 달랐다. 2016년과 2017년 잇달아 영업활동에서 수백억 흑자를 냈다. 영업·투자·재무 활동을 포함해 최근 3개년간 벌어들인 순현금이 1400억원이 넘는다.
기업 현금흐름은 영업·투자·재무활동의 세 지표로 구성된다.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매출, 매입 등 회사의 주된 장사활동에 관계된 것이다. 투자활동 현금흐름은 기계장치, 건물, 토지 등 사업을 위한 필수 투자자산이나 지분 투자와 관련해 변동하는 부분이다. 재무활동 현금흐름은 증자, 감자, 차입 등 자본·부채의 변화에 따른 현금 변화를 뜻한다.
위메프의 최근 3개년 영업활동 현금흐름(연결 기준)을 보면 2015년은 -1205억원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하다가 2016년 684억원 흑자 전환한 후 지난해에도 591억원을 기록하며 플러스 기조를 유지했다. 위메프는 쿠팡, 티몬 등 소셜로 시작한 커머스 업체들과 마찬가지로 해마다 영업적자를 이어가고는 있다. 하지만 타사와 달리 커머스 장사로 현금을 벌고 있는 셈이다. 쿠팡은 지난해 영업활동현금흐름이 -4446억원, 티몬은 -221억원을 기록했다.
위메프의 투자활동 현금흐름 역시 2015년 한차례 -281억원으로 마이너스 현금흐름을 나타낸 후 2016년에는 156억원, 지난해엔 16억원으로 플러스 흐름을 보였다. 재무활동의 경우 2015년 1100억원 규모의 상환전환우선주 유상증자와 400억원 규모 장기차입으로 총 1500억원 자금을 조달했으며 이후 2016년과 2017년에는 큰 변동이 없다. 지난해 단기차입금 5억3000만원을 상환하고 다시 3000만원을 빌린 것 외에는 지난해 말까지 별다른 자금 유치활동을 벌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말 위메프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총 2041억원 규모로 별다른 자금 조달 없이 전년(1441억원)에 비해 600억원 증가했다. 현금 및 현금성자산 외에도 정기예금으로 122억원을 더 가지고 있지만 이 중 대부분은 우리은행, 하나은행 등에 거래상 질권 또는 담보가 설정된 예금이다.
현금 흑자는 이어지지만 미지급금을 반영하면 언제든 마이너스로 돌아설 수 있다. 한 회계 전문가는 "영업현금흐름의 흑자 배경이 미지급금을 대거 늘린 데에 따른 것이므로 외상값을 늘려 적자를 메운 것으로 볼 수 있다"면서 "손해가 나는데 추가 자금 조달 없이 미지급 채무를 늘리면서 재무 상황은 더 악화됐다"고 해석했다.
이는 유동성 지표로도 드러난다. 회사 유동성을 나타내는 지표인 유동비율을 살펴보면 지난해 위메프는 51.9%로 단기간 현금화 가능한 자산이 단기간 갚아야 할 부채의 절반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또 전년(55.9%)에 비해 유동비율은 더 악화됐다.
또 다른 회계 전문가는 "위메프가 지난해 부채 증가를 통해 영업현금흐름을 흑자로 끌어올렸지만 유동성이 양호하다고 보기 힘들다"며 "자본잠식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추가적인 자금 조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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