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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C, 엘리엇 펀드 출자금 아직 남았다 2010년 투자분 회수 안해…ISD로 논란 재조명

김일문 기자공개 2018-05-10 08:13:32

이 기사는 2018년 05월 09일 11:0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미국계 헤지펀드인 엘리엇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가 조성한 펀드에 KIC(한국투자공사)의 출자금이 여전히 남아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엘리엇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과 관련, 한국 정부를 상대로 ISD(해외투자자의 국제중재)를 제기한 가운데 우리나라 국부펀드는 엘리엇에 자금을 대고 있었다.

9일 IB업계에 따르면 엘리엇매니지먼트의 블라인드 펀드에 KIC 출자금 5000만달러가 그대로 남아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KIC는 지난 2010년 10월 이 펀드에 출자한 것으로 전해졌다.

KIC의 투자는 블라인드 펀드 특성상 장기 투자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블라인드 펀드의 만기는 통상 10년 이상이며 길게는 20년에 달하는 경우도 있다.

KIC의 엘리엇 투자 사실은 지난 2015년에 뒤늦게 밝혀지면서 세간의 이목이 집중됐다. 2015년은 엘리엇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극렬히 반대하면서 주목을 받았던 때였다. 국부펀드인 KIC가 한국 기업을 공격하는 글로벌 헤지펀드에 투자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논란이 됐었다.

안홍철 당시 KIC 사장은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국감장에서 "엘리엇과 같은 헤지펀드에 대한 투자를 삼가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실제로 엘리엇 펀드의 출자금은 회수하지 않았다. KIC가 투자한 펀드의 수익률이 양호했고, 출자기관이 운용사의 투자처나 포트폴리오에 관여할 수 없던 탓이 컸다.

현재는 상황이 달라졌다. 당시는 엘리엇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비율을 문제삼으며 양사의 합병을 반대하는데 그쳤지만 지금은 엘리엇이 한국 정부를 상대로 피해 보상을 요구하고 나선 상황이다.

KIC는 현행법상 국내 투자가 원천적으로 금지됐다. 2015년 당시엔 KIC가 엘리엇을 통해 삼성물산 지분을 보유한 것 자체가 잘못됐다는 지적도 있었으나, 펀드를 통해 운용되는 포트폴리오일 뿐 직접 취득이 아니라는 점에서 법 규정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해석했다.

지금은 엘리엇이 우리나라를 상대로 소송에 가까운 중재를 요청했다는 점에서 KIC가 더 곤혹스러워졌다. 정부를 상대로 피해 보상을 요구하는 펀드에 정부 출자금이 들어있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KIC 투자금은 정부가 발행한 외평채(외화평형기금채권)랑 한국은행 외환보유고를 활용한다.

아직 엘리엇이 요구하는 정확한 중재 금액 등은 알 수 없으나 과거 외환은행 매각 방해를 이유로 정부에 4조원의 ISD를 제기한 론스타의 사례를 비춰볼 때 수천억원의 투자 손실을 주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KIC측은 "투자와 관련된 사항이라 자세한 설명을 해줄 수 없다"고만 밝혔다.

한편 KIC를 제외하고는 국민연금, 공제회 등 국내 대형 출자기관의 엘리엇 투자는 거의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한 출자기관 투자 담당자는 "엘리엇은 과거부터 헤지펀드 중에서도 지배구조 문제와 경영권 분쟁이 벌어진 곳에 파고들어 수익을 추구하는 운용사로 잘 알려져 있다"며 "이러한 곳에 출자를 할 경우 향후 구설에 오를 수 있어 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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