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8년 05월 10일 08:2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태광그룹은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 사례에 항상 이름을 올렸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문제삼은 오너일가 수혜 공식을 그대로 따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중심에 그룹 총수 이호진 전 회장과 가족회사 '티시스'가 있었다.티시스는 이 전 회장의 복심 그 자체다. 이 전 회장은 2004년 티시스를 직접 세웠다. 이후 장남을 주주로 참여시켜 '51%-49%' 소유 구조를 만들었다. 티시스는 그룹 전산시스템 일감을 독점했다. 전체 매출의 80% 이상을 내부 거래를 통해 벌어들였다.
항상 곳간이 풍족했다. 여유 자금은 이 전 회장의 그룹 지배력 강화에 활용했다. 티시스는 2008년부터 그룹 지배구조 최정점에 서 있는 태광산업 지분을 11% 이상 매입했다. 그 덕분에 이 전 회장은 직접 보유분을 포함해 26% 넘는 지배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
하지만 2013년부터 대기업 일감 규제가 강화되자 이 전 회장과 티시스 또한 결단을 내릴 수 밖에 없었다. 대부분의 대기업들은 꼼수 아닌 꼼수를 썼다. 공정거래법은 총수일가 지분이 30%이상(비상장사는 20% 이상)인 계열사만 규제 대상으로 삼았다. 이에 보유 지분을 29%로 낮춰서 규제 칼날을 피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도 이 전 회장과 티시스는 미봉책이 아닌 근본적인 해결책을 내놨다. 먼저 티시스를 중심으로 오너일가 소유 일감 수혜기업들을 하나로 합쳤다. 지난해에는 다시 통합 티시스를 내부 일감이 많은 '사업 부문'과 태광산업 지분 등 각종 금융 자산을 보유한 '투자부문'으로 쪼갰다.
이 전 회장은 분할 결정과 동시에 일감 수혜 사업부문의 소유권을 포기하겠다는 발표를 했다. 1000억원이 넘는 재산을 스스로 포기하겠다고 공약한 셈이다. 그리고 최근 스스로 뱉은 말을 실천으로 옮겼다. 이 전 회장은 티시스 보통주 26만 2545주(49.54%)를 태광산업에 무상증여했다. 수증가액은 1066억원에 달했다.
순수성을 의심할 수도 있다. 이 전 회장은 횡령과 배임 혐의로 1심과 2심에서 모두 징역형을 선고 받았다. 건강상의 문제로 현재 불구속 상태에서 3심 재판을 준비하고 있다. 대외 이미지를 신경 쓸수 밖에 없는 위치다.
그럼에도 통큰 결단은 충분히 박수받을 만하다. 내부 일감을 통해 벌어들인 수익을 사실상 주주들에게 다시 돌려주는 선택을 했기 때문이다. 그 어떤 대기업 총수도 하지 못했던 일이다. 이 전 회장의 '결자해지'에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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