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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플레이 위기 방관할 때 아니다 [thebell note]

이경주 기자공개 2018-05-14 08:03:44

이 기사는 2018년 05월 11일 08:2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작년 사상 최대 이익을 거둬서 그랬을까. LG디스플레이(LGD)가 올해 1분기 갑자기 1000억 원에 가까운 적자를 기록하자 시장은 충격에 빠졌다. 증권사들은 LGD의 올해 연간 감가상각 전 영업이익 전망을 1조원 이상 하향조정했다. LGD주가도 실적발표(25일) 후 10거래일 동안 10% 가까이 빠졌다. 비상장사 삼성디스플레이도 LCD사업부는 비슷한 분위기다.

국내 LCD패널산업이 중국업체들의 증설공세로 언젠가 위축될 것이란 위기감은 항상 있었다. 시장이 놀란 건 그 시기가 너무 빨리 왔기 때문이다. LGD가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지 1년 만에 말이다.

애널리스트들에게 시장 전망에 대한 솔직한 의견을 물었다. 올해 국내 업체들이 흑자를 유지할 것이란 보고서들이 나와 있지만 실제로는 가능성이 낮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일부에선 글로벌 패널사들 일부가 라인가동을 포기하지 않으면 국내 업체들이 매분기 수천억 대 손실을 지속하는 상황이 될 것이라고 한다. 이른 바 중국 발 치킨게임이 시작됐다.

중국업체들은 국내 업체와는 출발점이 다르다. 정부가 출자자로 나서 수조원 대 자금을 지원한다. 중국 최대 업체 BOE가 대표적이다. BOE는 충칭시 지방정부가 108억 위안(약1조8000억원), 멘양시가 200억위안(약3조3500억원)을 출자하고 있다. 중국업체들은 법인세 우대세율 15%(일반 25%)도 적용받는다. 정부가 LCD패널사업을 첨단 기술로 인정해 법인세 특혜를 주고 있다. 자금이 넉넉하니 낮은 수율과 적자가 두렵지 않다.

국내 업체들은 거의 모든 조건이 열위에 있다. 법인세는 25%(최고세율)이고 인건비도 중국보다 비싸다. 경쟁력은 기술력 하나다. LG는 대형 OLED(유기발광다이오드)로, 삼성은 중소형 OLED로 중국과 격차를 벌리는 것이 유일한 생존법이다.

상황이 이런데 우리 정부는 안일해 보인다. 현재까지 뚜렷한 대응책이 나오지 않는다. 업계는 기존 지원제도 '신성장동력·원천기술 세액공제'라도 실효성 있게 바꿔줄 것을 요구한다. 이 제도는 기업이 미래자동차와 디바이스(OLED포함) 등 9개 신성장동력 분야에 시설투자를 할 경우 세액공제를 지원하는 것으로 2017년 1월부터 시행됐다. 공제율은 대기업 5%, 중견 7%, 중소 10%다.

하지만 공제요건이 까다로워 수혜를 받은 기업이 제도 시행 후 한 곳도 없다. 여러 요건 중 연구개발비(세법기준)가 전체 매출액의 5% 이상 돼야 한다는 조항을 대다수기업이 만족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기준을 낮춰 국내 패널업계가 이 제도 수혜를 받으면 OLED사업 투자에 그나마 숨통이 트일 수 있다.

정부는 보다 긴박히 움직일 필요가 있다. 업계 목소리에 세심히 귀 기울이고 할 수 있는 조치는 즉각 취해야 한다. 상황을 방관하다간 자칫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는 상황이 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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