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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경의 Frontier Markets View] 말레이시아, 61년만에 찾아온 기회 혹은 위기

고영경 박사공개 2018-05-29 09:20:47

[편집자주]

바야흐로 저성장의 시대다. 기업들은 다시금 성장의 기회를 얻기 위해 새로운 시장으로 눈을 돌린다. 최근 십여 년간 글로벌 경제 성장과 물가 안정을 견인해 온 중국도 과거와 같은 고성장을 기대할 수 있는 이머징 시장이 더 이상 아니다. 이제 글로벌 기업들의 눈은 그 다음 시장인 프론티어마켓으로 향한다. 아시아 프론티어 마켓의 중심부 말레이지아 쿠알라룸푸르 현지에서 경영학 교수로 재직하며 이 시장의 성장과 가능성을 지켜봐 온 필자가 이 시장의 현재와 미래에 관한 이야기를 하나씩 풀어가려고 한다.

이 기사는 2018년 05월 25일 17:5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 5월 9일 치러진 말레이시아의 총선 결과는 예상치 못한 야당의 압승이었다. 무려 61년만에 처음으로 정권이 교체된 역사적 사건이 벌어진 것이다. 최초의 야당 승리, 그리고 이 선거를 이끈 이가 93세의 마하티르 모하맛 전 총리라는 사실은 그야말로 충격이다. 이번 선거를 계기로 불어닥칠 말레이시아 정치 지형의 변화가 시장에 어떤 영향을 줄지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

선거 결과가 이같이 뒤집힐 것으로 생각한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나집 라작 전 총리의 부패 스캔들로 집권여당연합 국민전선(BN·Barisan Nasional)에 대한 국민들의 반감이 상당히 쌓여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다수는 집권여당이 승리할 것으로 봤다. 2013년에 치러진 13대 총선에서도 여당이 전체 득표수에서는 뒤졌지만, 결국 133석을 확보하면서 총리 자리를 지켜낸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1MDB(말레이시아 개발회사) 스캔들이 터진 뒤 불타올랐던 수십만 시민들의 시위('깨끗한'을 뜻하는 '버르시·Bersih 4.0')도 정부를 변화로 이끌어내지 못한 기억이 있기 때문이었다.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마하티르가 이끄는 야당이 승리할 경우 자본시장이 큰 충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런 일을 한번도 경험해 본적 없는 정부가 과연 일관된 경제정책을 펼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 그리고 오히려 혼란이 가중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우세했다.

그러나 결과는 예상과 반대로 나타났고, 주식시장은 큰 폭의 하락은 모면했다. 선거 다음날 미국시장에서 거래되는 말레이시아 주식시장 지수 iShares MSCI Malaysia ETF가 6% 이상 하락했지만, 다음날 회복세로 돌아섰다. 선거일을 포함해 3일의 휴일이 주말까지 이어지면서, 시장의 충격을 완화할 수 있는 시간을 충분히 갖게 된 덕분이다. 새 정부는 소위 '비즈니스-프렌들리' 정책 신호를 보냈고 처음으로 중국계 인사를 재무부장관에 임명했다. 5월 14일 선거 이후 처음으로 주식시장이 열렸을 때, 폭락세로 시작했으나 20분만에 회복하면서 결국 상승세로 마감했다.

선거 직후 우려했던 시장 폭락은 모면했지만, 리스크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새 정부의 수장인 마하티르가 선거기간 동안 내세운 공약들 때문이다. 마하티르는 재화용역세(GST)를 선거 후 100일 이내에 폐지할 것이며, 중단된 연료보조금을 다시 지급하겠다고 약속했다. 서민들이 민감하게 여겼던 6%의 GST는 오는 6월 1일부터 사라진다. 예전처럼 판매 및 서비스 세금(SST)이 도입되더라도 세수 감소는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2017년 GST 수입은 4,430억 링깃으로 GDP의 3.3%를 차지했지만, 과거 SST는 1.6%에 불과했었다.

20180525_말레이지아총선

정부 재정 안정화의 또 다른 축은 부정축재 재산환수다. 새 정부는 나집 라작 전 총리 출국 금지와 함께 자택 압수수색으로 각종 비리에 광범한 조사를 벌이고 있다. 특히 전 정권의 핵심사업인 대규모 인프라 프로젝트도 전면 재검토에 들어갔다. 나집 총리의 몰락을 가져온 1MDB를 비롯, 이제껏 드러나지 않은 정부 부채가 계속 드러나고 있다.

공식적으로 말레이시아 연방정부의 부채는 6868억 링깃(GDP의 50.8%)으로 알려져 있지만, 최근 재무부 장관 림구안응이 밝힌 바에 따르면 전체 국가부채 규모가 1조링깃에 이른다. GDP의 80.3%에 달하는 액수다. 여기에 미국발 금리인상과 달러 강세까지 덮치면서 최근 주식시장은 크게 하락하고, 달러 대비 환율도 꾸준히 올라가는 것도 부담이다.

말레이시아판 적폐 청산이 일사천리로 진행되면서 시민사회는 미래에 대한 기대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고, 이러한 노력이 장기적으로 지배구조 개선과 투명성을 높여줄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단기적으로 말레이시아 자본시장은 변동성이 극대화되거나 신용등급마저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 그나마 유가가 오름세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 산유국 말레이시아에 반가운 소식이다.

고영경교수프로필_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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