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전체기사

[도시바 M&A 딜스토리]日 내부소화 실패…외국 IT업체들에 던져진 기회② INCJ, 르네사스 때는 日기업 협조로 해결…KKR도 투자 거절

윤동희 기자공개 2018-05-31 08:20:36

[편집자주]

베인캐피탈 컨소시엄의 도시바메모리 인수는 글로벌 테크 M&A 역사상 가장 주목할만 한 거래 중 하나임에 틀림없다. 200억 달러에 육박하는 거래규모에서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글로벌 반도체 산업 지형을 바꿀만큼의 영향력을 가지고 있어서다. 이같은 임팩트를 잘 아는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은 도시바메모리를 경쟁자에게 뺏기지 않기 위해 속속 뛰어들며 많은 뒷이야기들을 남겼다. 그 이야기들의 중심에는 SK하이닉스가 있었다.

이 기사는 2018년 05월 28일 14:5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도시바는 국내로 치면 한국의 현대나 LG처럼 일본을 대표하는 기업이다. 그중에서도 도시바 메모리의 위상은 일본 반도체 산업의 마지막 자존심과도 존재였다.

일본도 한국의 산업은행처럼 핵심 산업 보호를 위해 설립된 금융기구가 있고 이를 통해 사정이 어려워진 핵심기업에 지원을 해왔다. 산업혁신기구(Innovation Network Corporation of Japan·INCJ)가 그런 역할을 주로 맡았다. INCJ는 2009년 국가산업발전을 위해 설립된 민관합동 펀드인데 민간보다는 정부의 출자율이 압도적으로 높다.

INCJ가 도시바 메모리를 등한시 했던 것은 절대 아니었다. 이런 위상을 가진 회사를 해외로 매각하겠다고 처음부터 방침을 정했을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한국의 사정에 비유하자면 국내 대기업그룹이 재무상태가 악화됐다고해서 핵심 전자사업부를 무작정 해외에 매각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일본도 우리나라와 정서가 비슷하다고 이해하면 된다. 실제로 딜 과정에서 여론의 향배는 중요한 변수로 작용했다.

◇ 원전사업 2015년부터 시한폭탄

도시바가 메모리 사업 매각을 공표한 것은 2017년 초반지만 일본 내부에서는 도시바의 이상징후가 일찌감치 감지되고 있었다. 업계에 따르면 INCJ는 물밑 작업을 통해 도시바 메모리에 투자를 할 기업체를 일본 안에서 물색했다. 일년 여의 투자제안에도 선뜻 나서는 자국기업을 찾지 못했다고 한다.

시작은 2011년 부터였다. 당시 동일본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원전사업자들은 비상이 걸렸다. 히타치를 비롯해 도시바도 예외가 아니었다. 도시바는 자회사 웨스팅하우스를 통해 미국 원전사업을 수주했고 2008년부터 미국 대형 엔지니어링 업체 CB&I 산하의 S&W와 파트너쉽 체제로 일을 해왔다. 2011년 이후 원전 규제가 강화되고 발전소 설계 변경이 불가피해지면서 프로젝트 비용이 크게 늘었다. 비용부담을 놓고 2012년부터 웨스팅하우스는 S&W와 소송을 벌였다.

그러다 웨스팅하우스는 2015년 10월 S&W를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비용부담을 놓고 소송을 벌이던 주체 두 곳이 갑작스레 한 회사가 되면서 논란이 외부로 새나가지 않게 됐다. 일본 경제 주간지 주간동양경제에 따르면 소송이 계속될 경우 원전 프로젝트에 따른 손실이 드러날 수 있었기 때문에 내린 결정이었다. 도시바는 이러한 부적절한 회계처리를 영원히 숨길 수는 없었다. 2014년 결산발표를 2015년 5월에서 9월로 늦추고 경영진을 대폭 교체하는 일이 벌어졌다.

도시바는 2017년 3월 공시를 통해 2016년 결산기준 손실규모가 웨스팅하우스 파산보호 신청으로 3900억엔이 아닌 1조엔(약 10조원)으로 확대됐다고 밝혔다. 자산보다 부채가 6200억엔 많아졌다. 웨스팅하우스 사업방향이 정해지면서 도시바 이사회는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도시바 재정상태 보전을 위해 반도체분야 분사 계획을 승인했다. 최소한 2015년부터 2년을 끌어온 것으로 INCJ도 도시바의 결정을 예의주시하고 있었을 거란 설명이다.

◇ INCJ, 르네사스 사례 재현 실패

사실 도시바 메모리 전에도 INCJ는 르네사스에 이미 같은 방법으로 자국 반도체 기업에의 투자를 이끈 경험이 있다. 르네사스는 2010년 NEC와 히타치, 미쓰비시의 시스템반도체 사업을 합쳐 만든 회사다. 주력공장이 지진 피해를 입고 공급에 차질을 빚자 INCJ가 2013년 1383억5000만엔(약 1조4000억원)을 투자했다. 민간 투자금액은 116억엔으로 크지 않다. INCJ는 필요 시 500억엔을 추가로 지원할 수 있다고도 했다.

르네사스 투자구조
2014. 12 작성

지난해 말 기준으로 르네사스의 지분은 INCJ가 50.09%를 보유하고 있다. 나머지 지분은 일본 신탁서비스 6.42%, 히타치 5.55%, 미츠비시 4.5%, 토요타 2.4% 식으로 잘게 나눠져 있다. 자국 기업들의 공동투자로 명분과 실리를 챙긴다는 복안이었다. 2012년 한 때 KKR이 르네사스 투자를 검토하기도 했지만 결국 INCJ와의 이견으로 딜이 성사되지는 못했다.

지금은 나아졌지만 2015년부터 2016년 말까지 도시바 메모리 매각을 결정할 시기에는 르네사스 사정이 좋지 않았다. 르네사스의 매출은 2011년부터 2016년까지 우하향 곡선을 그렸다. 2014년에야 흑자전환을 했고 사실 호황기인 지금에도 영업이익률이 10%대에 불과하다. 실적이 언제 회복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INCJ도 선뜻 도시바 메모리에 대규모 투자를 하기 힘들었다. 같은 이유로 일본 민간 기업들도 INCJ가 주도하는 르네사스식 투자방식을 회피하는 분위기였다.

또 다른 INCJ의 야심작인 일본 디스플레이 연합인 'JDI의 성적은 더 좋지 않았다. JDI는 히타치제작소, 도시바, 소니의 중소형 액정표시장치(LCD) 사업을 통합해 2012년 4월 출범했다. INCJ가 2000억엔(약 2조원)을 투입해 회사 출범을 주도했다. JDI는 이후 3년 연속 순손실을 기록했다.

업계 관계자는 "INCJ도 우리나라의 사례와 마찬가지로 윗선 교체에 따른 투자 책임을 져야 하는 위치"라며 "일본 기업들도 당시 도시바 메모리에 투자를 하겠다는 곳이 많지 않아 해외 원매자들에게 도시바 메모리 인수 기회가 돌아오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르네사스 실적
르네사스 매출 추이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