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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스틸, '중국 車부품 사업' 실패로 끝나나 [격변기 중견 철강사]②'강음한일강철' 지분가치 반토막, 현지판매·유럽수출 부진

심희진 기자공개 2018-06-05 13:03:00

[편집자주]

철강은 '산업의 쌀'이라 불린다. 대한민국 산업 근대화 중심에 이 쌀을 만드는 중견 철강사들이 있었다. 반세기 가깝게 산업의 텃밭을 지키며 성장했다. 하지만 최근 상황은 녹록치 않다. 글로벌 무역 마찰로 인한 피해가 커지고 있고, 중국의 무차별 가격 공세로 수익성 확보에도 난항을 겪고 있다. 격변기 중견 철강사들을 둘러싼 각종 변수들을 살펴보고, 지배구조와 재무구조 등 자체 경쟁력도 점검한다.

이 기사는 2018년 05월 31일 15:1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하이스틸이 영토 확장 일환으로 야심차게 추진한 중국 자동자부품 사업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현지 수요처 발굴 및 해외 수출 등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지난 10여년간 이익을 낸 적이 단 한 번밖에 없다. 턴어라운드가 쉽지 않아 향후 손실 규모가 더 커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하이스틸은 2003년 1월 한일철강이 강관사업부를 인적분할해 설립한 곳이다. 매출액 기준 세아제강, 휴스틸, 넥스틸의 뒤를 잇는 국내 4위권 업체다.

하이스틸이 독립 직후 가장 먼저 한 일은 해외시장 진출이다. 하이스틸은 2003년 3월 중국 장쑤성 우시에 있는 장인에 강음한일강철유한공사(JIANGYIN HANIL STEEL)를 설립했다. 강관사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한편 신흥시장 개척을 통해 수익성을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었다. 한일철강과 함께 40대 60 비율로 초기 자본금 1200만달러(약 130억원)를 출자했다.

2003년 8월 60만㎡(약 18만1500평) 부지에 생산설비를 짓기 시작한 강음한일강철은 이듬해 준공을 마쳤다. 이후 브레이크라인용 이중권 강관과 연료라인용 일중권 강관, 완충장치 강관 등의 생산라인을 설치했다. 자동차용 부품으로 사용되는 세경관, 소경관 및 충격 완화용 소음기기 등을 제조해 글로벌 완성차 업체, 현지 메이커에 공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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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실적이다. 공장 가동 첫 해부터 상황이 녹록치 않았다. 외형 성장을 기대했지만 거래처 발굴 등 연착륙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2005년 7억원의 매출과 37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이후에도 경영환경은 나아지지 않았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중국 내 차량 판매 증가세가 둔화된 데다 현지 정부가 생산과잉 억제 등 자동차 산업의 구조조정을 추진한 탓이다. 중국산 저가 제품과의 가격 경쟁에서 밀린 것도 영향을 미쳤다. 매출액은 2009년 100억원대에 진입한 이래 줄곧 120억원선을 유지하고 있지만 수익성은 여전히 마이너스(-)에 머물러 있다. 설립 후 지난해까지 강음한일강철유한공사가 순이익을 낸 건 2010년 2억원이 전부다.

강음한일강철유한공사 관계자는 "중국 정부의 자동차부품 산업 육성정책으로 외형 성장을 이어왔다"며 "하지만 자동차 관련 세수혜택 철회 등으로 내수 시장이 침체된 것과 더불어 2012년 유로존 재정위기, 이란에 대한 금융제재로 수출량이 감소했다"고 말했다.

합작회사의 부진은 하이스틸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해 하이스틸은 강음한일강철의 차입금 427만달러(약 46억원)에 대해 수출입은행에 513만달러(약 55억원)의 지급보증을 섰다. 또 다른 차입금 70만달러(약 8억원)에 대해서도 신한은행에 84만달러(약 9억원) 한도의 연대보증을 제공하고 있다. 강음한일강철의 재무건전성이 회복되지 못하면 하이스틸이 60억~70억원가량을 대신 갚아야 하는 상황이다. 이는 하이스틸의 1년치 영업이익과 맞먹는 수준이다.

현재 강음한일강철의 지분가치는 반토막난 상태다. 하이스틸은 강음강철의 수익구조가 빠른 시일내 정상화되기 어렵다고 판단해 투자금 71억원 가운데 52%에 해당하는 34억원을 손상차손으로 인식했다. 손상차손은 투자 지분의 장부가보다 회수 가능 금액이 현저히 낮다고 판단됐을 때 차액만큼 비용으로 처리하는 회계 방식이다.

하이스틸은 중국뿐 아니라 동남아시아, 유럽, 러시아 등으로 수요처를 확대해 강음한일강철의 경영 정상화를 꾀할 방침이다. 전기자동차 시장의 빠른 성장으로 관련 부품에 대한 수요 또한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강음한일강철유한공사 관계자는 "유럽, 러시아 등에서 고객사와의 절대적 신뢰관계 구축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중국의 경우 시진핑 정부가 강력한 정책의지로 전기자동차 보급에 속도를 내면 부품시장도 활기를 띨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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