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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번가 투자' H&Q, 국민연금 유치 배경은 3호 블라인드펀드 성공 예감..운용성과 '긍정적' 평가한듯

한형주 기자공개 2018-06-22 09:56:36

이 기사는 2018년 06월 20일 06:33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텔레콤과 SK플래닛이 오픈마켓 '11번가'의 대규모 투자유치에 '국민연금'을 끌어들인 건 중요한 대목이다. 운용사(GP)가 다름 아닌 'H&Q 코리아'여서다. 결과적으로 국민연금이 H&Q의 그간 펀드 운용 성적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H&Q는 오랜 기간 시장에서 국민연금 '장학생'으로 인지돼 온 베테랑 운용사다. 국내 1세대 독립계 하우스로 다른 PE들은 내세울 수 없는 업력을 갖춘 점, 지금도 회자되는 1호 블라인드펀드 성공 신화 등이 국민연금의 신뢰를 뒷받침해 줬다.

H&Q가 2005년 국민연금을 앵커 출자자(LP)로 초청, 설립한 1호 펀드(설정액 3000억원)는 이듬해부터 △현진소재 △대한유화 △케이에스넷 △용현비엠(현진소재 자회사) △만도 등 5곳에 총 2328억원을 투자했다. 2009년부터 순차적으로 보유지분을 매각, 투자원금의 2배가 넘는 4788억원을 회수했다. 5곳 중 대한유화(IRR 7%)를 제외하고 모두 IRR 30%가 넘는 고수익을 거뒀다. 최종 청산 수익률 IRR 29%라는 기록적인 성과를 냈다. 시장에서 국내 톱티어 PE를 논할 때마다 빠짐 없이 거론된 H&Q다.

투자금을 배로 돌려받자 국민연금을 비롯한 LP들은 H&Q가 추후 조성한 2, 3호 펀드에 총 1조2000여억원을 약정해 줬다.

◇빛바랜 1호 펀드 성과

이렇게 2008년 설정된 H&Q 2호 블라인드펀드(3725억원). 첫 투자한 제화업체 이에프씨(EFC)가 경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채권단에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신청하면서 H&Q의 명성에 흠을 안긴다. '에스콰이아' 브랜드로 유명한 이에프씨는 결국 2014년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800억원을 들여 지분 100%를 인수했던 H&Q는 이로 인해 투자금 대부분을 날리는 혹독한 실패를 맛봤다. 이는 향후 국민연금이 대체투자 사후관리 전담조직을 신설하는 계기가 됐다. PE업계 파장도 컸다.

그나마 같은 펀드로 투자해 먼저 엑시트한 하이마트의 수익으로 이에프씨의 손실을 만회할 수 있었다. H&Q는 2010년 하이마트에 900억원을 투자해 2012년 1604억 원을 회수했다. 원금의 1.8배로 IRR 27%의 실적을 달성한 성공 사례다.

문제는 나머지 포트폴리오 기업들의 성과가 좋지 못했다는 점이다. H&Q는 이에프씨와 하이마트 이후 △하나마이크론 △블루버드소프트 △메가스터디에 잇따라 투자했다. 이들 5개사에 들인 자금은 총 3157억원이다. 하이마트로 얻은 수익을 이에프씨로 까먹었으니 남은 3곳의 투자 성과가 절실한 상황. 450억원을 투자한 블루버드소프트에선 150억원 정도 수익을 거뒀으나, 총 1000억 원가량을 투자한 하나마이크론과 메가스터디에서 400억원 수준의 자금을 회수하는 데 그쳤다. 결국 2호 펀드는 500억원 이상 손실로 청산했다.

국민연금 입장에서 H&Q는 1호 펀드 '대만족', 2호 펀드 '아쉬움'으로 기억되는 GP인 셈. 이런 H&Q에게 국민연금이 다시 4000억원 가까운 출자를 결정한 데는 '3호 블라인드펀드' 성공 예감이 한 몫 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잡코리아·일동제약 등 3호 펀드 투자실적 '양호'

11번가 펀딩에 드라이파우더(미소진 물량) 전량이 투입되는 3호 펀드는 2013년 자체 설정 최대 금액인 5642억원 규모로 설립됐다. 포트폴리오 기업은 △잡코리아 △일동제약 △잡코리아 잔여지분 △LS전선아시아 △소프트플레이코리아 △CJ헬스케어 등이다. 여기까지 펀드 소진율은 80%가량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11번가 투자가 완료되면 미소진 물량은 '0'이 된다.

무엇보다 국민연금의 눈에 든 점은 양호할 것으로 예상되는 회수 실적으로 보인다. 현 시점에서 H&Q가 3호 펀드에서 가장 자랑할 만한 기업은 잡코리아와 일동제약이다.

H&Q는 2013년 말 국내 취업포털 1위 잡코리아 지분 49.9% 인수로 첫 투자를 집행했다. 이후 약 2년이 지나 대주주인 미국 몬스터월드와이드로부터 잔여지분(50.1%) 전량을 취득해 100% 지분을 보유한 단독주주가 됐다. 잡코리아 바이아웃(Buy-out)에 들인 총 투자금은 약 2000억 원으로, 이 중 900억원 안팎은 인수금융(Loan)으로 충당하고 나머지는 3호 펀드에서 소진했다.

잡코리아는 유한회사라(주식회사가 아닌) 금융감독원에 공시된 재무정보가 없어 실적 추이를 확인하긴 어렵지만, 시장에 매각설이 나돌 정도로 원매자 및 자문사들의 관심도가 높다. H&Q로의 피인수 이후 괄목할 만한 '밸류 업'이 진행 중이란 의미로 풀이된다. 실제로 잡코리아는 아르바이트 취업포털 '알바몬'의 선전에 힘입어 눈에 띄는 수익 개선을 이루고 있다는 평가다.

2015년 H&Q의 2차 투자 당시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이 170억원 수준이었는데, 이듬해엔 영업이익만 약 230억원으로 전년보다 40% 이상 급증했다. 잡코리아는 현재 H&Q 3호 펀드에 담긴 포트폴리오 기업 중 가장 성과가 탁월한 자산으로 분류된다. H&Q가 최근 잡코리아 차환(리파이낸싱) 작업을 단행해 투자금 대부분을 회수한 것이 그 방증이다.

두 번째 투자 타깃은 일동제약(2015년)이었다. H&Q는 당시 일동제약에 대해 적대적 인수합병(M&A)을 시도했다 실패한 녹십자의 소유지분 대부분(20%)을 678억원에 인수, 백기사 역할을 수행하며 2대주주 지위에 올랐다. 일동제약은 2016년 지주사 일동홀딩스와 사업회사 일동제약으로 인적분할했다.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양사 주가(19일 종가) 기준 H&Q 보유지분 가치는 일동제약 880억 원, 일동홀딩스 200억원 정도로 합산액은 투자원금을 웃돈다.

업계 관계자는 "단정짓기에 다소 이른 시점이긴 하나, H&Q가 3호 펀드에서 과거의 영광을 재현할지 모른다는 기대감이 국민연금의 거액 출자를 이끌어 낸 한 배경으로 읽힌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은 18일 투자심의위원회를 열고 H&Q가 조성하는 4000억원 규모의 프로젝트펀드 출자를 승인했다. 새마을금고 등 다른 기관들도 일정 금액을 투자하는 구조다. H&Q는 블라인드펀드(3호) 내 미소진 자금을 전액 동원해 1000억원을 보탤 계획이다. 이로써 SK플래닛 11번가에 총 5000억원의 자금을 쏠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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