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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CEO승계카운슬'을 위한 변명 [thebell note]

심희진 기자공개 2018-06-21 08:15:25

이 기사는 2018년 06월 20일 11:4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보도자료의 톤이 달라졌다" 요즘 들어 포스코 출입기자들 사이에서 자주 오가는 말이다. 지난 4월 권오준 회장이 사퇴 의사를 밝힌 후 포스코는 곧바로 'CEO승계카운슬'을 구성해 차기 회장 선출 작업에 돌입했다. 어떤 방식으로 후보군을 추릴건지, 현재 몇명이 검토 대상에 올라있는지 등에 관한 보도자료를 2주에 한번꼴로 배포하고 있다.

특이한 것은 포스코 측이 아닌 이사회 중심의 CEO승계카운슬(이하 승계카운슬)에서 해당 자료를 직접 작성한다는 점이다. 최근 포스코 보도자료가 어딘지 모르게 예전과 다르다는 얘기를 듣는 것도 이 때문이다.

포스코는 2013년 말 처음으로 차기 회장 선출 작업을 승계카운슬에 맡겼다. 승계카운슬은 미국의 제너럴일렉트릭(GE)식 모델을 벤치마킹한 경영자 인선 방식이다. 독립성이 담보된 사외이사들이 단기간에 집중적으로 승계를 논의할 수 있도록 만든 조직이다.

그간 포스코 회장 인선은 정치권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박정희 정부 주도의 산업화 정책에 힘입어 성장한 회사인 만큼 태생부터 정경유착의 그림자가 따라다니고 있다. 2000년 공기업 딱지를 떼고 민영화에 성공했지만 여전히 포스코 회장들은 어느 누구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중도 하차했다. 주류 정치세력이 바뀔 때마다 늘 그랬다.

어제까지만 해도 장밋빛 경영 전략에 대해 얘기하던 회장이 다음날 돌연 일신상의 이유로 사퇴하는 것은 포스코에 결코 좋지 않다. 그래서 마련된 제도가 승계카운슬이다. 외압을 조금이라도 차단해보자는 포스코 자체의 자정 노력이 발현된 결과물이다. 승계카운슬이 회의 내용에 관한 보도자료를 그 어디도 거치지 않고 직접 작성하는 것도 작은 오해조차 남기지 않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하지만 여전히 정치권은 여야 할 것 없이 포스코 회장 선출에 훈수를 두고 있다. 이달 초엔 김철근 바른미래당 대변인이, 어제는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원내부대표가 나섰다. "깜깜이 인선이다", "밀실 논의다", "선출 과정에 특정세력이 개입하고 있다", 한술 더 떠 "승계카운슬을 해체해야 한다"며 오히려 의혹을 키우고 있다. 실체는 없다. '그렇다더라'는 소문이 들린다는 게 근거다. 포스코 스스로가 아니라 외부에서 문제를 만들고 있는 모양새다.

포스코 승계카운슬은 외부 비판에도 아직까지 후보군에 누가 포함됐는지 공개하지 않고 있다. 후보자 개인의 명예를 고려한 조치라는 게 승계카운슬의 설명이다. 불필요한 외부세력의 간섭과 후보자 간 소모적 갈등을 차단하기 위해서라도 승계카운슬의 비공개 결단은 현 시점에 필요해보인다.

권오준 제8대 회장 선출 당시 도입된 승계카운슬은 이제 2회째 가동 중이다. 제도 자체의 정당성을 논하기엔 아직 이르다. "보도자료를 통해 지속적으로 회장 후보군 선정 절차와 진행과정에 대해 공유하겠다" 승계카운슬이 밝힌 공식입장이다. 승계카운슬은 오늘 8차 회의를 통해 최종면접자를 추려 CEO추천위원회에 넘길 예정이다. 모쪼록 승계카운슬의 말대로 공정한 심사를 거친 적합한 인물들이 후보군 명단에 오르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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