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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가전 M&A' 가로막는 공기업들 [thebell note]

진현우 기자공개 2018-06-28 09:08:49

이 기사는 2018년 06월 27일 07:5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회생절차(법정관리)를 밟게 된 부실기업은 인가전 M&A로 재기를 꿈꾼다. 인가전 M&A는 즉각적인 현금유입이 가능해 회생계획을 수행할 수 있는 확실한 수단이다. 법정관리를 졸업할 수 있는 기회임은 말할 것도 없다. 인가전 M&A를 성사시키기 위해 마지막으로 거쳐야 할 관문은 관계인집회다.

최근 취재원들을 만나면 공기업 채권자들에 불만을 쏟아내는 이야기가 적지 않다.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한국무역보험공사, 서울보증보험 4곳이 화제의 중심에 선다. 이들은 채권 변제비율이 내부 기준을 미달할 경우에 회생계획안에 동의하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다. 인수 희망자는 지레 겁먹고 인가전 M&A를 주저하곤 한다.

회생계획안에 동의할지 여부를 결정하는 건 온전히 채권자 마음이다. 시장 관점에서 납득이 안가는 사례가 종종 있다는 게 문제다. 청산가치 보장의 원칙을 준수하는 인가전 M&A에서 인수금은 청산가치보다 높게 설정된다. 경제적 논리만 기준으로 삼으면 M&A를 전제로 한 회생계획안에 반대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 다수의 채권자가 더 많은 채무액을 변제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공기업 채권자들이 회생계획안에 반대하는 진짜 이유는 뭘까. 입체적으로 들여다 볼 사안이긴 하나, 주된 원인은 '공적 자금을 운용한다'는 기관 고유의 특성에 있다는 목소리가 많다. 추후 감사원 등에서 문제 삼을 게 두려워 일단 반대하고 보는 것이란 시각이 적지 않다. 같은 맥락에서 변제비율이 낮으면 내부 심의위원회 안건으로조차 상정되지 않는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회생계획안이 부결되면 회생절차 폐지사유가 발생한다. 법원은 2주 이내 별다른 항고가 없으면 파산을 결정한다. 비록 기술력을 인정받더라도 (법정관리를 통한) 소생 기회를 잃은 기업은 문을 닫게 된다. 현금을 변제받을 수 있었던 채권자들은 한 푼도 건지지 못하는 상황도 발생한다. 상거래 채권자는 거래처를, 임직원들은 한순간 일자리를 잃게 된다.

일례로 조미김 생산업체인 해우촌은 신용보증기금의 반대로 인가전 M&A가 무산될 위기다. 해우촌은 인수금을 고려해 회생채권 변제비율로 11%를 예고했다. 총 회생채권액의 34%를 보유하고 있는 신용보증기금이 현금 변제비율 30% 이하를 이유로 반대표를 행사하면 회생계획안은 가결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한다. 변제재원은 42억원(인수금)에서 25억원(공매)으로 줄어든다.

공기업 채권자들에게 회생계획안 반대사유를 물어보면 돌아오는 답변은 비슷하다. 경제적으로 이득이라는 사실은 인지하지만, 소극적인 행위(회생계획안 반대 혹은 기권)를 할 수밖에 없는 내부적 이유가 있다고 한다. 회생계획안 찬반을 결정하는 명확한 기준(현금변제 비율)이라도 알려줘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인수자 입장에선 멀쩡한 기업을 놔두고 망가진 기업을 인수하는 게 큰 부담이다. 그럼에도 법정관리 기업 인수를 추진하는 이유는 기술력과 경쟁력을 갖춘 아까운 회사들도 많아서다. 도덕적으로 흠결이 있는, 상식적으로 이해될 수 없는 경우가 아니라면 인가전 M&A가 관계인집회에서 무산될 리스크는 최소화돼야 한다고 본다.

최종 결정권자인 법원 역시 납득 못할 사정으로 반대표를 던지는 공기업 채권자에 반해 영향력을 행사할 필요가 있다. '강제인가' 카드는 괜히 주어지는 게 아니다. 쓸만한 기업에 재기의 기회를 열어주는 게 법원이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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