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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표, 간장시장 1위 '한우물 70년' [식음료 명가 재발견①]내실 중시·외형 확장 지양…50년 無적자·끊임없는 R&D투자

전효점 기자공개 2018-07-02 08: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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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식음료업계가 성장 한계에 봉착했다. 시장이 정체된 가운데 업계간 경쟁은 그 어느때보다 치열하다. 창립 이후 반세기 넘게 크고 작은 난국을 수없이 헤치며 살아남은 식음료 명가들조차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더벨은 식음료 명가들의 성장과 현 주소, 100년 명가로 도약하기 위한 노력들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18년 06월 26일 07:5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샘표는 70년이 넘게 간장 시장 1위를 수성하며 전 국민의 밥상을 책임져왔다. 비결은 ‘등급 없는 간장'이다. 간장과 같은 기본 먹거리 만큼은 지위나 재산 여부를 떠나 전국민이 똑같이 좋은 것을 먹어야 한다는 것이 창업주 박규회 전 회장으로부터 대대로 이어져온 샘표의 생각이다.

‘내 식구들이 먹지 못하는 음식은 만들지도 말라'는 창업주의 가르침은 아들인 박승복 전 회장을 거쳐 손자인 박진선 현 회장까지 '내실‘을 중시하는 경영철학으로 나타났다. 무분별한 사업 다각화보다는 '고품질 간장'으로 한우물을 파고, 외형보다 재무건전성을, 외부 평가보다는 임직원의 만족에 가치를 추구하는 경영을 추구해온 것이다.

품질에 관한 한 샘표의 역사는 국내 식품 제조업 선진화의 역사기도 하다. 창업주인 박규회 전 회장은 1958년 충무로 공장에 이어 창동에도 공장과 연구실을 완비하고 당시 식품사로서는 처음으로 품질관리 제도, 기술, 보증 방법을 도입해 체계적인 제품 관리에 나섰다. 박승복 전 회장은 1978년 간장 업계 전체의 품질을 함께 향상시키겠다는 뜻에서 창동 공장에 경쟁사 대표와 생산 기술자들을 초청해 제조공정과 노하우를 공개하는 파격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품질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에 1985년 ‘간장 파동'으로 장류업계에 대한 불신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도 샘표는 재빨리 신뢰를 회복할 수 있었다. 당시 박승복 전 회장은 직접 광고에 출연해 소비자들을 안심시키고 주부들의 공장 견학을 추진했다. 뒤이은 1987년에는 이천에 당시 단일 품목 설비 시설로는 세계 최대 규모의 간장공장을 짓고 최고 품질의 간장을 만들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내실을 다지지 않은 채 몸집 불리기에 급급하지 않겠다는 기준은 1970년대 많은 이들이 라면 사업으로 확장을 권했을 때도 흔들리지 않았다. 대신 재무건전성을 택해 ‘50년 무적자 기업'이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다시 썼다. 이 때문에 샘표는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차입으로 외형 확장에 주력한 기업들의 도산 행렬이 이어질 때도 오히려 채용을 늘리면서 강소기업으로 재평가 받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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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송생명과학단지 내 샘표 발효연구센터 부지에서 열린 ‘샘표 우리발효연구센터' 기공식.
박진선 현 회장 역시 "외형 키우고 돈 버는 것보다 중요한 것이 많다"며 '돈 보다 가치'를 앞세운다. 박 회장은 선대의 '내실경영 철학'을 연구개발(R&D)을 통해 차근차근 실현해 가고 있다. 박 회장은 2013년 충북 청주 오송생명과학단지에 300억 원을 투자해 발효기술을 기반으로 각종 신소재, 화장품 등을 개발하는 기술연구소를 짓는가 하면 한식의 과학화와 세계화를 위한 다양한 프로젝트에 투자해왔다. 이를 기반으로 식품회사에서 나아가 바이오기업으로의 변신에 골몰하고 있다.

샘표 관계자는 "샘표가 20년 전, 10년 전과 지금이 완전히 다른 것처럼 앞으로 10년 뒤에는 새로운 기업이 돼 있을 것"이라며 "샘표의 근간이 되는 발효는 무궁무진한 변신이 가능한 분야인 만큼 발효 기술을 바탕으로 신성장 동력을 키워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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