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8년 07월 03일 08:2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 4월 법무부는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보내온 중재의향서를 공개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관한 건이었다. 국정농단 사태 때 정부가 합병 과정이 잘못됐다고 판단한 만큼 삼성물산 주주였던 엘리엇에 피해를 보상하라는 내용이다.중재의향서는 ISD중재(투자자-국가 간 중재 Investor-State Dispute Settlement)를 제기하기 전에 보낸다. 엘리엇이 정식으로 중재에 들어가면 피해액수로 6억7000만달러(한화 약 7100억원) 이상을 주장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에 맞불이랍시고 금융당국은 엘리엇의 5% 룰 위반을 지적했다. 총수익스와프(TRS)를 활용해 몰래 지분을 늘린 게 잘못이라고 봤다. 검찰에 조사자료를 넘기기로 했고 실제로 검찰은 신속하게 수사에 착수했다.
ISD는 투자자가 해외 정부의 차별적인 행태에 의해 피해를 봤을 때 제기한다. 엘리엇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정당한 수익보전 요구에 대해 대한민국 정부가 이성적으로 응하지 않고 검찰을 동원했다고 볼 수 있다. 지분공시 위반 혐의로 임직원들을 수사해 한국에 들어오기 어렵게까지 만들었다. 오히려 검찰수사가 법원 판결에 이어 ISD 제기의 빌미만 더 제공했다.
정부는 본게임에 들어가서도 대처능력이 떨어졌다. 쉽게 이길거라 예상했던 대우일렉트로닉스 건에서 참패했다. 캠코를 정부로 인정한데다 730억원 상당을 이란의 다야니측에 지급하라는 판정을 받았다. 730억은 다야니에 몰수당한 원금에 이자까지 친 돈이다. 중재인이 우리 정부의 의견을 하나도 인정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상황이 이쯤되니 궁금증이 생긴다. 과연 엘리엇만 우리나라 정부를 상대로 중재를 제기할 생각을 할까. 우리나라 정부는 나름대로의 사정이 있지만 해외 투자자 입장에서는 엘리엇의 행동은 충분히 논리적이다.
다른 판결문에서는 회피했지만 분명히 문형표씨를 피고로 하는 두 번의 판결문에는 국민연금이 주주로서 의결권을 행사하는 데 정부가 부당한 압력을 사용했다고 명시했다. 구체적인 보고서 조작 증거까지 있다고 해서 투자자로서 정당하게 의문을 제기했는데 갑자기 검찰에서 수사가 들어온다. 이 정부가 다야니에서 보여준 중재 성적도 좋지 않다.
그렇다면 '나도 제기해볼만 하겠다'고 생각할 다른 투자자는 없을까. 삼성 주식을 보유한 외국인 투자자가 비단 엘리엇뿐은 아니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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