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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영, 과감한 출구 전략 고민할 때 [thebell note]

김경태 기자공개 2018-07-12 07:55:01

이 기사는 2018년 07월 11일 07:5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수년간 부영그룹은 부동산 포식자로 군림해왔다. 프라임오피스와 알짜 토지가 매물로 나오면 거의 매번 등장했다. 일단 인수전에 참여를 선언하고 나면 현금 동원력을 바탕으로 최종 승자가 된 적이 많았다.

그렇게 거칠 것 없었던 부영그룹이 약 1년 전에 산 을지빌딩(옛 삼성화재 을지로사옥) 매각에 나서고 있다. 이번 매각은 어찌 보면 상당히 부끄러울 수 있는 일이다. 매물로 내놓은 그 자체로도 투자 실패를 자인한 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을지빌딩을 팔려고 하는 것은 그만큼 상황이 어렵다는 방증으로 보인다. 그룹이 부동산을 살 때 대부분 매입주체로 나섰던 부영주택은 작년에 심각한 적자를 기록했다.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이 각각 1555억원, 2342억원에 달했다.

이런 상황에서 부영그룹이 을지빌딩 외에 관리에 어려움을 겪는 일부 빌딩과 토지 매각에 추가로 나서면 어떨까 싶다. 지금보다 조금 더 과감해지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현재 을지빌딩은 부동산업계에서 상당한 관심을 받고 있다. 물건의 가치뿐 아니라 시장 상황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서울에 다수의 프라임오피스가 매물로 나왔지만 하반기 들어서는 눈에 띄게 줄어든 상태다. ING센터와 NH투자증권 여의도 사옥 등이 매물로 거론되지만 아직 확실히 정해진 것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부영그룹이 최근 수년간 매입한 프라임오피스들은 모두 최고 수준의 상품성을 가진 곳들이다. 프라임오피스 단위면적당 최고가가 매번 경신되는 현 시장 상황을 고려하면, 부영그룹 소유 빌딩도 바람을 타고 비싼 값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프라임오피스뿐 아니라 알짜 토지를 내놔도 성공적으로 팔릴 수 있다. 최근 공공과 민간택지 공급이 축소되면서 부동산 디벨로퍼들은 일감 확보에 굶주려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부영그룹이 소유한 알짜 토지를 내놓는다면, 그간의 금융·관리비용을 상회하는 값을 받을지 모른다.

실제 부동산디벨로퍼들은 부영그룹의 토지를 탐내고 있다. 최근 용산에 보유한 토지를 매각할 거란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 디벨로퍼 사이에서 돌았다. 또 디벨로퍼들은 뚝섬 토지도 매물로 나오길 은근히 기대하면서 군침을 흘리고 있다.

부영그룹이 지난날 보여줬던 부동산 먹성이 잘못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주력사업을 하면서 나름대로 사업 다각화를 하기 위한 것들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3자 입장에서 볼 때 현재의 부영그룹은 힘들어 보인다. 우선 현실을 인정하고, 시장 상황을 둘러봤으면 한다. 그리고 어려울 때일수록 냉정하게 장사꾼 기질을 살리길 바란다. 그러면 제대로 된 출구 전략을 짤 수도 있고, 또 다른 사업 다각화에 나서기 위한 밑천을 단단히 건질 수도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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