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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민의 Money-Flix] 재벌 대 의사, 누가 이기든 지는 쪽은 우리?- 대학을 인수한 재벌과 대학병원 의사들과의 갈등을 다룬 드라마 <라이프>

이철민 VIG파트너스 대표/파트너공개 2018-08-07 09:38:22

[편집자주]

많은 영화와 TV 드라마들이 금융과 투자를 소재로 다룬다. 하지만 그 배경과 함의를 파악하기란 쉽지 않다. '알고 보면 더 재미있다'는 참인 명제다. 머니플릭스(Money-Flix)는 전략 컨설팅 업계를 거쳐 현재 사모투자업계에서 맹활약 중인 필자가 작품 뒤에 가려진 뒷이야기들을 찾아내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려 한다.

이 기사는 2018년 08월 06일 17:4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날이 너무 더우니, 색다르게 퀴즈로 시작을 해보자. 재벌 그룹의 대학 및 대학병원 인수와 관련되어, 다음 중 드라마 속 등장인물이 아니라 실제 인물이 한 말은 무엇일까?

1. 장사하는 기업이 이 나라 교육 시장에 뭐 대단한 뜻이 있어서 대학을 인수했겠나?
2. 대학에서 돈 나올 곳은 병원밖에 없다. 우리(병원)가 처음부터 타겟이었다.
3. 반대파 교수들이 제 목을 쳐달라고 목을 길게 뺐는데, 안 쳐주면 예의가 아니다.
4. 구조 자체가 수익이 안 나면 그러면 구조를 바꾸면 되지, 원래 그렇다는 말이 어디 있나?

정답이 무엇인지, 그 말을 한 사람이 누구인지 굳이 밝힐 필요는 없을 듯 하다. 누군가를 특정하는 것이 껄끄러워서가 아니라, 모두 다 드라마 속 대사인 것 같지만 반대로 실제 있었던 말이라고 해도 하나도 이상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만큼 재벌 그룹의 대학 및 대학 병원 인수와 관련하여, 이해 관계자들간의 갈등이 생겨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로 받아들여진다.

아주대(한진), 울산대(현대중공업), 연암대(LG)에 이어 1996년 삼성이 성균관대를 재인수하고 2008년 두산이 중앙대를 인수함으로써, 현재 재벌 그룹에 의해 운영되고 있는 대학은 총 다섯 곳이다. 이러한 재벌의 대학 설립 또는 인수에는 명확한 목적이 있다. 맞춤형 인재의 확보, 향후 빠른 성장이 예상되는 헬스케어 분야로의 진출 기반 구축, 그리고 일부 세금 혜택이다.

인하대의 항공, 성균관대의 IT, 연암대의 농축산 분야 등은 그 첫 번째 목적이 매우 긍정적으로 잘 구현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연암대를 제외한 나머지 모든 대학들이 대학병원에 집중적인 투자를 해왔다는 사실은, 두 번째 목적도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상기시켜준다. 의료 민영화가 제한된 상황에서, 헬스케어 분야로의 확장에 대학병원 만한 대안이 그간 없었기 때문이다.

얼마 전 방영을 시작한 jtbc의 새 드라마 <라이프>는 바로 그러한 재벌의 대학 인수, 특히 대학 병원의 접수 과정에서 있었을 법한 첨예한 갈등 상황을 흥미진진하게 다루어 큰 주목을 끌고 있다. 지난해 이 맘 때 방영되어 극찬을 받았던 tvN 드라마 <비밀의 숲>의 이수연 작가가 주연 배우 조승우와 다시 뭉쳤다는 사실 때문에 한껏 부풀었던 기대에 적절히 부응하고 있는 것이다.

jtbc 드라마 라이프
대학병원을 인수한 재벌과 의사들간 갈등을 그린 jtbc 드라마 '라이프'

물류 자회사에서 노조와의 갈등을 잘 해결한 30대 후반의 전문경영인 구승효(조승우 분)가, 대학병원을 접수하고 구조개혁을 하라는 사명을 받고 사장으로 임명된다. 취임 직후 그는 큰 적자를 보이고 있는 산부인과, 소아과 그리고 응급의료센터를 폐쇄하려 하는데, 의료진들이 그런 기업식 병원 운영 방침에 대하여 집단적으로 반발을 하면서 드라마 속 갈등이 시작 된다.

그 과정에서 이 드라마가 시청자들에게 던지는 질문들이 매우 명확하고 시의적절하다. "대학 병원(혹은 대학)은 본질적으로 기업과 무엇이 다른가?", "의사의 의료 행위는 다른 서비스 업과 근본적으로 무엇이 다른가?", "의료 사고에 대해서는 정당하게 관리, 감독, 처벌 되고 있는가?", "재벌 등의 자본이 의료 분야까지 지배하도록 놔둬야 하는가?"등 말이다.

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뻔한 이분법적인 시각이 배제되어 있는 것은 이 드라마의 가장 큰 미덕이다. 이를 위해 재벌가 출신도 아니고 의사도 아닌, 구승효를 갈등의 현장에 던져놓은 것은 신의 한 수다. 냉혈한 자본의 대리인처럼 보이지만, 재벌이라는 권력과 의사라는 기득권 집단 사이에서 그가 경험하게 되는 불합리함에, 시청자들이 쉽게 공감하게 되기 때문이다.

물론 드라마의 결론은 싱겁게 끝날 가능성이 높다. 완성도와 무관하게 어느 한 쪽에 손을 들어주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결론이 어떻게 날 지, 충분히 예측 가능하다. 자본으로 무장한 가장 큰 권력 중 하나인 재벌이 새로운 먹거리로서의 헬스케어 분야에 지속적 진출을 꾀하는 한, 양측이 적절하게 결탁하는 형태로의 변화는 불가피하다고 보는 것이 맞는 것이다.

그걸 가속화시키기 위한 방편 중 하나로, 재벌 계열의 미디어들이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지난 8월 4일자 모 신문은 "19년째 헛바퀴 돈 원격의료"라는 제목으로, 무려 4개 면에 걸쳐 원격의료시장에 대한 개방 필요성에 대한 기사들을 실었다. 드라마 속 화정그룹 회장 조남형(정문성 분)이 구승효 사장에게 한 다음과 같은 대사를 곱씹어 보게 만드는 대목이다.

"지금 있는 우리 계열사들에서 10년 후에 살아남을 게 몇 개나 있는 것 같아? 의료 서비스업은 평생이야. 100세 시대에 병원은 마지막 집이야. 의료를 서비스업으로 인식시키려고 우리 기업들이 수십 년을 건드렸어. 괜히 분쟁 겪으면서 민간병원 세우고 병상 키우고 투자한 줄 알아? 이제 시장 만들어졌어. 키워서 먹어야 돼."

<라이프> 예고편: https://www.youtube.com/watch?v=W1Iu65J4hc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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