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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 PE 독립 선언]"은행 안은 불편해"…6년 만에 일궈낸 결실②2012년부터 논의…헤드 교체·분사방식 변화 등 우여곡절 겪어

한희연 기자공개 2018-08-13 08:26:00

이 기사는 2018년 08월 09일 09:5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스탠다드차타드 프라이빗에퀴티(SC PE)가 은행 본사로부터 독립을 목전에 두고 있다. 사실 첫 분사 시도는 지난 20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6년간 수장의 교체, 방식의 변화 등 여러 이슈를 겪으며 분사 작업은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으나, 드디어 올 연말 결론을 맺게 됐다.

2012년 SC은행 내부에서 자체계정투자부문 (Principal Finance)의 분사 논의가 시작됐다. 볼커룰 등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은행에 대한 규제가 점점 강화되는 분위기에서 자기자본(PI) 투자에 따른 충당금 부담을 덜어보자는 차원에서였다. PI투자는 주로 에퀴티 투자로 이뤄졌는데 이에 따른 충당금 적립 비율이 100%, 130% 등 점점 올라가는 추세가 이어졌다. 당연히 은행입장에서는 부담으로 다가왔다. SC은행의 경우 자체계정 투자가 많을 때는 충당금을 7조 원 정도씩 쌓아야 할 때도 있었다.

SC은행은 결국 100% 자기자본만 투자하던 펀드 지분을 외부 LP에게 매각하는 형태로 다변화하자는 결정을 내렸다. 처음에는 PF 사업부의 완결한 스핀아웃(Spin-out)이 검토됐지만, 사업부 덩치가 다소 컸다. 결국 투자자 다변화를 통해 점진적 분사로 가닥을 잡았다. 이 같은 큰 그림에 따라 PF 사업부의 주력 부문인 PE(Private Equity) 투자금에 대해 2012년 이후 다섯 차례 지분 매각을 추진했다.

점진적인 투자자 다변화 노력을 하고 있던 기존 분사 방식은 2016년 변화를 맞는다. SC은행의 경영진 교체 과정에서 2015년 새로 취임한 빌 윈터스(Bill Winters) 회장은 PE사업부를 2016년까지 완전 분리하는 것으로 결정한다. 일시적인 유가 변동과 환율 급락 등으로 PE 사업부의 수익률이 낮아지자, 기존의 점진적 분사에서 일괄 떼내기로 전략 방향을 급하게 수정한 셈이다.

빌 윈터스 회장은 JP모간 출신으로, JP모간 시절에도 '본업에 집중하자'는 경영철학을 갖고 있었던 인물이다. 실제로 JP모간 PI사업부가 유니타스캐피탈과 원에퀴티로 스핀아웃하는 과정을 안에서 경험했다. 이 같은 경험을 바탕으로 SC에 와서도 '비주력 사업의 정리'을 모토로 하나 하나 사업부를 매각했다.

독일에 있는 자동차 리스 사업이나 말레이시아의 골드 파이낸싱 회사 매각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전통적인 상업은행에서 다소 비껴가는 사업부는 모두 매각대상으로 올랐다. 비교적 작은 사업부부터 팔기 시작했고 결국 마지막으로 남은 것은 덩치가 가장 컸던 PF사업부였다. PF사업부의 일괄 스핀아웃은 당시 PF사업부 수장이었던 조 스티븐스(Joe Stevens)의 주도로 추진됐다.

막상 2016년 일년 내 PF부문 스핀아웃 완결을 목표로 하려다 보니 사업부의 덩치가 부담이었다. PF사업부는 원래 PE투자로 시작했지만 부동산, 메자닌, 인도SME, 에너지인프라 등 투자 영역이 커지면서 해당하는 투자팀이 모두 따로 세팅돼 있었다. 정리 작업을 거쳐 팀을 합치거나 인력이 이동하는 등의 변화를 주며 최종적으로 부동산(RE)과 PE부문만이 남았다. RE와 PE부문을 연내 한번에 독립시키는 게 2016년 목표였지만 6조 원 가까운 규모가 한번에 분사하는 데는 여러 이해관계가 걸려 있었다. 결국 기존의 PF사업부 일괄 독립 건은 무산됐다.

빌 회장은 2016년 말 RE와 PE부문의 분리 독립으로 전략을 수정한다. 기존 일괄 독립을 지휘하던 글로벌 대표가 해임되면서 MD급 임원도 한차례 정리됐다. 이후 몇 개월간 기존 포트폴리오 관리 등 전열을 가다듬고 이듬해인 2017년 3월 다시 분사 작업이 재개됐다. 빌 회장이 당시 천명한 사업부 분사 데드라인이 2018년 말이었다.

RE부문은 PE에 비해 규모가 작아 먼저 정리작업이 진행됐다. 운용규모가 크지 않아 스핀아웃보다는 다른 회사로의 매각으로 방향이 결정됐다. RE부문은 직원이 25명 정도에 AUM이 7000~8000억 원 정도 였다. 올초 영국계 자산운용사인 액티스(Actis LLP)와 매각 계약을 체결했다. 액티스는 기존 운용규모에서 부동산 부문이 크지 않은 운용사였다. SC의 RE 부문을 가져오면서 부동산 부문 강화를 꾀하는 셈이다.

이제 정리 대상엔 PE부문만 남았다. PE부문 독립 소식이 알려지자 기존 미국계 사모펀드 등에서 사업부를 사겠다는 러브 콜도 다수 있었다. 하지만 결국 SC PE부문은 매각이 아닌 독립으로 최종 가닥을 잡았다.

2017년 6월부터 23억 달러를 관리하는 PE부문 독립과 15억 달러 규모의 신규 펀드 조성 프로젝트가 동시에 시작됐다. 프로젝트는 순항을 거듭해 빠르면 올 가을께 딜 클로징을 앞두고 있다. 프로젝트가 완결되면 AUM 기준으로는 전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딜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새로 독립하는 회사는 한국, 중국, 동남아시아, 인도, 아프리카, 중동 등 6개국의 SC PE 대표와 최고운영책임자(COO) 등 7명이 파트너가 된다. 아직 독립회사의 이름은 정해지지 않았다. 현재 사내 공모 형태로 적합한 이름을 물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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