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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균 LS산전 회장의 '스마트그리드' 사랑 [thebell note]

심희진 기자공개 2018-08-13 08:12:11

이 기사는 2018년 08월 10일 08:1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달 23일 서울 삼성동에서 한국스마트그리드협회 제9회 정기총회가 열렸다. 협회장 자격으로 이날 행사에 참석한 구자균 LS산전 회장의 표정은 그 어느 때보다 밝았다. 아픈 손가락으로 꼽히던 스마트그리드 사업이 본궤도에 오른 데 따른 안도감과 자신감이 얼굴에 드러났다.

스마트그리드는 정보통신(IT) 기술을 활용해 전기 공급자와 소비자에게 사용량에 대한 정보를 실시간 제공함으로써 전력 효율을 극대화하는 지능형 전력망이다. LS산전은 지난 2분기 스마트그리드 부문의 선전 덕분에 설립 이래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특히 LS-Nikko동제련, 삼양그룹 등으로부터 ESS(전력저장장치)를 잇따라 수주한 것이 주효했다. 분기당 100억~200억원이었던 스마트그리드 매출은 720억원으로 증가했다. 외형 확대와 맞물려 영업이익도 흑자전환했다.

업계에선 구 회장의 뚝심에 주목하고 있다. 스마트그리드에 대한 연구개발(R&D)을 장려한 인물이 구 회장이기 때문이다. 2008년 LS산전 대표이사에 오른 구 회장은 취임 직후 미래 먹거리로 스마트그리드 사업 육성에 주력해왔다. 2009년부터 약 10년간 한국스마트그리드협회장을 맡으며 국내산업 기반을 다지는 데도 기여했다. 그 공로를 인정받아 2016년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친환경에너지 분야 전문가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올초까지 스마트그리드는 골칫거리였다. 2010년대 들어 환경문제 등으로 신재생에너지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점쳐졌지만 전력사업 대부분이 규제대상에 묶인 탓에 사업성을 확보하기 쉽지 않았다. 정부의 정책지원이 부족했던 데다 국내 기업들의 참여율도 낮아 시장조차 제대로 형성되지 못했다. 이로 인해 스마트그리드가 속해있는 융합사업부는 매분기 100억원 수준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그러나 구 회장은 스마트그리드 확장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어느 사업이나 맨땅에 헤딩하는 단계에선 손실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 LS산전이 갖고 있는 기술력에도 확신이 있었다. 스마트그리드를 구축하려면 송배전 시스템, 지능형 계량기(AMI) 등이 필요하다. LS산전은 국내 기업 가운데 유일하게 관련 기술을 대부분 확보하고 있다. 본업과의 시너지 창출 측면에서도 스마트그리드는 성장성 높은 사업임에 틀림없었다.

현재 스마트그리드는 LS산전의 수익 안전판으로 자리매김했다. 최근 세아그룹으로부터 ESS 프로젝트를 추가로 따냈다는 점, 정부가 올해부터 2022년까지 스마트그리드 인프라 구축에 4조5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한 점 등을 감안하면 스마트그리드의 실적 기여도는 앞으로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경영환경이 녹록지 않을 경우 적자사업을 정리하라는 목소리가 안팎에서 힘을 얻는다. 시장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것이 효율적인 경영전략이라는 인식도 있다. 하지만 구 회장은 단기 수익이 아닌 장래성을 토대로 한 우물만 파는 뚝심을 시장에 보여줬다. 그는 다리를 다쳤을 때도 휠체어를 타고서라도 스마트그리드 관련 회의만은 빠지지 않았다. 스마트그리드에 대한 그의 집념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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