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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重그룹, 보릿고개 속 묘수된 '분할합병' 현대미포 지분 거래시 '1조' 부담, '현금유출' 없이 지주사 완성

박창현 기자공개 2018-08-24 08:34:06

이 기사는 2018년 08월 23일 08:53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중공업이 지주회사 체제 완성을 위해 마지막 뽑아든 카드는 '분할 합병'이었다. 조선업 장기 불황 여파로 자금 확보가 녹록치 않은 상황에서 최적의 선택을 했다는 평가다. 지주사 전환 걸림돌이었던 '현대미포조선' 지분을 직접 사들일 경우, 최대 1조 1000억원의 자금이 필요했다. 하지만 분할 합병 절차를 밟으면서 자금 유출 없이 지주사 요건을 충족하게 됐다.

현대중공업은 최근 자회사인 현대삼호중공업 분할 합병을 골자로 한 지배구조 재편 계획을 발표했다. 현대삼호중공업을 현대미포조선 보유 지분(42.34%)을 승계하는 '투자회사'와 조선업을 영위하는 '사업회사'로 분할한 뒤, 투자회사를 현대중공업과 합병시키는 것이 핵심이다.

거래 성사시 현대중공업은 지주사 전환의 9부 능선을 넘게 된다. 현대미포조선 지분은 현대중공업그룹 지주사 전환의 마지막 걸림돌이었다. 현대중공업은 최근까지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현대중공업지주→현대중공업→현대삼호중공업→현대미포조선'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구축하고 있었다.

공정거래법상 지주사 체제 손자회사인 현대삼호중공업은 증손회사인 현대미포조선 지분을 100% 보유해야만 했다. 하지만 현대삼호중공업은 현대미포조선 지분율이 42.34%에 불과했다. 따라서 지주사 요건 충족을 위해 현대삼호중공업이 현대미포조선 보유 지분을 모두 정리하거나, 57.64%를 추가로 매입해 100% 자회사로 만들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이번 분할 합병은 증손회사 관련 지주사 요건을 한번에 충족시키는 묘수가 됐다. 당장 현대중공업이 현대미포조선 지분 42.34%를 가진 현대삼호중공업 투자회사와 한 몸이 되면, 현대중공업이 곧바로 현대미포조선의 모회사가 된다. 또 전체 지주사 체제로 보면 자회사-증손회사 관계가 설정된다. 자회사는 비상장 증손회사 지분을 40% 이상만 확보하면 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행위제한 요건이 해소된다.

특히 별도의 자금 지출 없이 지배구조 개선에 성공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분할 합병안이 아니었다면 현대중공업이나 현대삼호중공업이 직접 현대미포조선 지분을 사들일 수 밖에 없었다. 이 경우, 지분 매입 대가로 조 단위 현금 유출이 불가피했다.

당장 현대중공업이 현대미포조선 지분 42.34%를 장내에서 직접 매입할려면 총 8053억원(21일 종가 기준)을 투입해야 한다. 현대삼호중공업이 거래 주체로 나서면 비용은 더 커진다. 증손회사 100% 지분 요건 충족을 위해 57.37%의 지분을 추가로 사들여야 하기 때문이다. 해당 지분 시가는 1조1000억원에 육박한다.

현재 현대중공업과 현대삼호중공업 모두 자금 사정이 녹록치 않다. 현대중공업은 사업 포트폴리어 재편 여파로 올 상반기 매출이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32% 이상 줄었다. 여기에 고정비 부담까지 더해지면서 올해 200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 중이다. 혹독한 불황에 대비하기 위해 현대중공업은 올해 유상증자와 유휴부지 매각까지 단행하는 등 재무 여력 확보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재무 전략 또한 현금 유출을 최소화하고 차입금을 줄이는 긴축 정책에 방점이 찍힌 상태다.

현대삼호중공업도 마찬가지다. 저가 수주 후폭풍이 몰아치면서 상반기 1200억원이 넘는 영업손실이 쌓였다. 현대중공업과 마찬가지로 현금 확보와 비용 관리 중심의 재무 전략을 펼치고 있다. 실제 현대삼호중공업은 운영 비용 부담 때문에 부채비율(67.15%)이 작년 말 대비 11% 포인트 이상 올라갔지만 차입금은 6022억원에서 4762억원으로 줄였다. 현금성 자산 역시 영업손실에도 불구하고 160억원이나 더 늘렸다.

추가 손실에 대비해 핵심 계열사들이 긴축 재무 전략에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조 단위 자금 지출은 꺼내 들기 힘든 선택지였다. 결국 거래 주체 계열사들의 자금 사정이 좋지 못한 상황에서 현금 유출이 없는 '분할 합병' 카드가 최선의 해결책이 된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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