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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제지, 재고 늘고 빚내서 운영자금 마련 [제지업 생존전략]②11년만의 적자전환, 인쇄용지 비중 낮추기 총력

심희진 기자공개 2018-09-07 08:36:14

[편집자주]

종이는 우리 삶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다. 다만 IT(정보기술)산업 발달로 수요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제지업계는 이러한 변곡점을 맞아 인수합병(M&A)이나 연구개발(R&D) 등을 통해 다양한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흥망의 기로에 서있는 국내 제지업체들의 현주소와 생존 전략 등을 들여다 본다.

이 기사는 2018년 09월 04일 15:2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제지가 지난 상반기 역대 최고 수준의 매출을 올렸음에도 영업활동을 통해 실제로 거둬들인 현금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보통신(IT) 기술 발달로 인쇄용지에 대한 수요가 줄면서 재고자산이 증가한 데다 거래처 외상판매가 누적되면서 현금이 들어오기는커녕 오히려 빠져나갔다. 한국제지는 인쇄용지 대신 고부가가치 특수지 판매량을 늘려 수익 반등을 꾀할 방침이다.

한국제지의 사업부는 △지류 제조·판매 △특수지 제조·판매 △식품용 포장용기 제조·판매 등 크게 세 부문으로 이뤄져 있다. 본사에서 인쇄용지, 복사용지 등의 지류를 만들고 2013년 인수한 국일제지 장가항법인을 통해 강판간지, 이형원지 등 특수지를 제조하고 있다. 식품용 포장용기 사업은 1993년 설립한 한국팩키지가 전담하고 있다.

한국제지는 지난 상반기 3597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는 역대 최고치인 2013년(3599억원)에 매우 근접한 수치다. 하지만 수익성은 2007년 이후 최저치를 나타냈다. 지난 상반기 한국제지가 기록한 영업손실은 약 50억원이다. 순이익도 72억원 순손실로 11년만에 적자전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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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 비중이 70%에 달하는 핵심 사업인 지류 부문이 올 들어 고전을 면치 못하면서 전례없는 위기에 직면했다. 지난 상반기 한국제지의 지류 부문은 매출액 2860억원, 순손실 93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보다 매출액은 7% 줄었고 순이익은 55억원에서 적자전환했다.

지류 부문 생산량에는 변화가 없었다. 지난 상반기 한국제지는 전년 동기와 비슷한 26만6000톤의 인쇄·복지용지를 판매했다. 지류 부문의 부진은 핵심 원재료인 펄프와 관련이 있다. 2016년 톤당 58만원이었던 국제 펄프가격은 2017년 66만원, 지난 상반기 80만원으로 상승했다. 2017년 말부터 시작된 중국 정부의 환경 규제로 현지업체들이 펄프 수입량을 늘리면서 공급 부족사태가 벌어진 탓이다.

한국제지는 북·남미, 동남아시아 등에서 펄프 대부분을 수입해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가격 민감도가 높다. 지난 6월말 기준 전체 원재료 매입 비용에서 펄프가 차지하는 비중은 80%가 넘는다.

한국제지 관계자는 "펄프 등 원재료 값이 급등한 데 비해 시장 가격은 거의 상승하지 못한 데다 인쇄용지 등의 소비량이 줄어들면서 수익성이 급락했다"며 "중국의 성장률 둔화 등으로 특수지 사업도 위축됐지만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다양한 신제품을 출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성장동력인 특수지 부문도 펄프값 상승 영향을 피해갈 수 없었다. 지난 상반기 특수지 부문의 매출은 677억원, 순손실 5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보다 매출액은 50% 증가했지만 순이익이 17억원에서 적자전환했다. .

지난해 톤당 112만원이었던 특수지 판매가격을 올해 118만원으로 인상했지만 5% 인상했지만 펄프값 상승분을 상쇄하긴 역부족이었다. 특수지의 경우 전체 원재료 매입비용에서 펄프가 차지하는 비중이 88%로 인쇄용지보다 높다.

올 들어 중국 내수경제가 둔화된 것도 특수지 부문에 영향을 미쳤다. 특수지는 철강, 전자, 건설 등에 사용되는 중간재인 만큼 전방산업의 영향을 많이 받는 편이다. 여기에 한국제지가 집중하고 있는 고급 특수지 시장이 현지업체들의 수출 부진으로 위축된 것도 악재로 작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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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이 악화됨에 따라 한국제지의 현금창출력도 크게 떨어졌다. 지난 상반기 한국제지는 마이너스(-) 영업활동현금흐름을 기록했다. 장부상 매출, 영업이익, 순이익 등이 잡히긴 했으나 실제로 제품 판매를 통해 확보한 자금은 없었던 셈이다.

올해 한국제지 곳간에서 빠져나간 현금은 약 226억원이다. 현금창출력이 악화된 데에는 재고자산 증가가 영향을 미쳤다. 2017년 말 기준 1412억원이었던 한국제지의 재고자산은 반년새 1550억원으로 140억원가량 늘었다. 정보통신(IT) 기술 발달로 인쇄용지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면서 공급과잉 현상이 지속돼 운전자본 부담이 확대됐다.

매출채권이 증가한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2017년 말 1794억원이었던 매출채권 잔고는 지난 6월말 1925억원으로 늘었다. 거래처에 대금을 받지 않고 제품을 판매한 규모가 131억원가량 증가한 셈이다. 임직원에게 퇴직금으로 17억원가량을 지출한 것도 유동성 부족에 영향을 미쳤다. 외상이 아닌 현금결제로 펄프, 광택제인 라텍스(LATEX) 등의 원재료를 구입한 물량이 전년 동기보다 100억원가량 늘어난 것 역시 자금 유출로 이어졌다.

영업을 통한 현금창출력이 사라진 한국제지는 단기차입을 통해 운영자금을 마련했다. KEB하나은행, 신한은행, 산업은행, 우리은행 등으로부터 2267억원가량을 빌렸다. 이 중 약 1881억원은 만기가 도래한 차입금을 상환하는 데 투입했다. 나머지 390억원가량은 신규 거래처 확보 등 경영활동에 사용했다.

한국제지의 주력 품목인 인쇄용지에 대한 수요가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 점을 감안하면 현금창출력이 회복되기까지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한국제지가 돌파구 마련을 위해 고부가가치 특수지 비중을 늘리고 있는 만큼 국일제지 장가항법인이 향후 수익창출원(cash cow)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제기된다. 장가항법인은 품질 향상에 필요한 투자 등을 단행해 충성고객들을 지속적으로 확보해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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