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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암물질 논란' 깨끗한나라, 빚으로 영업자금 메웠다 [제지업 생존전략]②판매량 60% 감소에 200억 유출, '소각로 설치' 원가절감 총력

심희진 기자공개 2018-09-14 10:39:57

[편집자주]

종이는 우리 삶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다. 다만 IT(정보기술)산업 발달로 수요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제지업계는 이러한 변곡점을 맞아 인수합병(M&A)이나 연구개발(R&D) 등을 통해 다양한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흥망의 기로에 서있는 국내 제지업체들의 현주소와 생존 전략 등을 들여다 본다.

이 기사는 2018년 09월 11일 14:1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깨끗한나라가 상반기 3000억원대 매출을 올렸음에도 영업활동을 통해 실제로 거둬들인 현금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발암물질 생리대 파동으로 생활용품 판매량이 전년 동기대비 60%이상 감소한 탓에 영업적자를 기록한 데다 원재료 외상매입 거래가 줄어들면서 자금이 유출됐다. 깨끗한나라는 소각보일러 설치 등을 통해 원가 경쟁력을 높여 수익 반등을 꾀할 방침이다.

깨끗한나라의 사업부는 △제지 △생활용품 등 두 부문으로 이뤄져 있다. 본사를 중심으로 미국법인(Kleannara USA)이 백판지 등의 지류 제조·판매를, 2015년 설립된 자회사 보노아가 기저귀, 생리대, 화장지 등의 생활용품 사업을 담당하고 있다.

깨끗한나라는 지난 상반기 개별기준 3092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2012년 상반기 3000억원 돌파 이래 지난해까지 줄곧 성장가도를 달리던 매출은 7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더 큰 문제는 수익성이다. 지난 상반기 깨끗한나라는 208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2000년대 들어 적자를 기록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같은 기간 순손실 규모도 270억원에 달한다.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을 책임지고 있는 생활용품 부문이 올 들어 고전을 면치 못하면서 전례없는 위기에 직면했다. 지난 상반기 깨끗한나라의 지류 부문은 매출액 1323억원, 영업손실 194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보다 매출액은 26% 줄었고 영업이익은 60억원에서 적자전환했다.

생활용품 부문의 부진은 '위해 생리대' 논란에 휘말린 것과 관련이 있다. 지난해 8월 깨끗한나라의 생리대 브랜드인 '릴리안'에서 발암물질이 검출됐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이후 소비자들이 릴리안 불매운동을 벌이면서 제품 판매량이 급감했다. 지난 상반기 충청북도 청주·음성공장에서 생산한 패드(PAD) 물량은 약 18만5538톤으로 전년 동기(47만3402톤)보다 61% 줄었다. 공장 가동률도 68%에서 37%로 절반가량 하락했다.

모태사업인 제지 부문의 업황도 좋지 못했다. 지난 상반기 제지 부문은 1709억원의 매출과 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보다 매출액은 4% 줄었고 영업이익은 20억원에서 적자전환했다.

펄프 등 원자재 가격 인상으로 수익성이 악화됐다. 2016년 톤당 58만원이었던 국제 펄프가격은 2017년 66만원, 지난 상반기 80만원으로 상승했다. 2017년말 시작된 중국 정부의 환경 규제로 현지업체들이 펄프 수입량을 늘리면서 공급 부족사태가 벌어진 탓이다. 올해 깨끗한나라가 펄프 매입에 투입한 자금은 600억원이다. 전년 동기(504억원)보다 19% 늘어난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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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이 악화됨에 따라 현금창출력도 크게 떨어졌다. 지난 상반기 깨끗한나라는 개별기준 마이너스(-) 영업활동현금흐름을 기록했다. 장부상 매출, 영업이익, 순이익 등이 잡히긴 했으나 실제로 제품 판매를 통해 확보한 자금은 없었던 셈이다.

올해 깨끗한나라 곳간에서 빠져나간 현금은 약 197억원이다. 현금창출력이 악화된 데에는 매입채무 감소가 영향을 미쳤다. 2017년말 기준 1035억원이었던 한국제지의 매입채무는 지난 6월말 846억원으로 줄었다. 원재료 거래처 가운데 외상 대신 현금결제를 요구한 곳이 늘면서 유동성이 반년새 190억원가량 빠져나간 셈이다.

재고자산이 증가한 것도 현금창출력 둔화의 원인으로 꼽힌다. 2017년말 640억원이었던 재고자산은 지난 6월말 688억원으로 늘었다. 생리대 발암물질 검출 논란이 발생한 지 1년여가 지났지만 여전히 수요 회복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운전자본 부담에 시달리고 있다.

회사를 떠난 직원들이 늘어난 것도 자금 유출로 이어졌다. 지난해 상반기 깨끗한나라는 퇴직금 지급 명목으로 20억원가량을 사용했다. 올해 인력 조정에 투입된 현금은 약 100억원으로 전년보다 5배가량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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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을 통한 현금창출력이 사라진 깨끗한나라는 단기차입을 통해 운영자금을 마련했다. KEB하나은행, NH투자증권 등으로부터 빌린 자금은 2222억억원가량이다. 이 중 약 1876억원은 만기가 도래한 차입금을 상환하는 데 투입했다. 나머지 350억원가량은 신제품 출시 등 경영활동에 사용했다.

릴리안 브랜드의 이미지 회복이 쉽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금창출력이 반등하기까진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돌파구 마련을 위해 원가절감에 주력하고 있는 만큼 영업적자 폭은 다소 축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깨끗한나라는 올해 완공을 목표로 2017년 8월 유동상 소각보일러 설치 작업에 돌입했다. 해당 소각로를 통해 생산공정에서 발생한 폐기물을 재활용하면 석탄, 액화천연가스(LNG) 등 화석에너지 사용을 최소로 줄일 수 있다.

깨끗한나라 관계자는 "올해 매출 감소는 생활사업부가 부진했기 때문"이라며 "연내 소각보일러가 설치되면 원가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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