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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사회와 4차 산업혁명 [WM라운지]

김경록 미래에셋은퇴연구소장공개 2018-10-04 07:58:35

이 기사는 2018년 10월 01일 09:4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우리나라는 2017년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14%를 넘어서며 고령사회에 접어들었다. 일본은 70세 이상이 전 인구의 20%를 넘었다고 하니 놀랄 일이다. 우리나라도 2025년이 되면 65세 이상 인구가 5명 중 1명 꼴이 된다. 급속한 고령화는 저성장을 가져 오지만 변화에는 기회가 있기 마련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고령사회에서 기회가 되는 분야가 최첨단 4차 산업혁명이다. 4차 산업혁명 제품의 수요처가 고령자이기 때문이다.

일본 소니(SONY)는 2018년 개띠 해를 맞아 인공지능(AI) 로봇 강아지 '아이보(Aibo)'를 내놓았다. 이 로봇에는 소니의 영상, 음향, 센서, 메카트로닉스 분야 기술력과 AI, 로보틱스, 커뮤니케이션 등 최첨단 기술이 융합돼 있다. 실제 개들에게 아이보를 넣어주니 자신의 동료처럼 인식한다는 실험결과도 있을 정도다. 소니는 지난 1월 아이보를 공개한 직후 사전 예약 판매량이 3개월만에 1만여대를 넘어서자 생산시설을 확충했다. 특히 배우자가 사망해 혼자사는 고령자들이 많이 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니는 이 제품을 세계의 고령자뿐 아니라 급속하게 팽창하는 중국의 고령시장을 겨냥해 만들었다.

이런 로봇이 세계화되는 사례는 일본에서 만든 '파로(Paro)'라는 물개 로봇에서 알 수 있다. 이 물개는 캐나다 북동쪽에 서식하는 하프물개 종류다. 파로는 일본의 타카노리시바타가 디자인한 것으로 2004년에 수제품으로 처음 선보였다. 2009년에는 미국에서 2종 의료기구로 분류됐다. 지금은 세계 각지에서 치매환자와 고령자들이 사용하고 있다. 치매의 진행 속도를 늦추고 고령자들의 마음을 안정시키는데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음식을 줄 필요도 없고 죽지도 않기 때문에 고령자들과 함께 있기 적합하다. 이 로봇 역시 로봇의 동작을 유연하게 해주는 기계 장치, 12개의 센서, 사람을 기억하는 인공지능 등의 첨단기술이 내장돼 있다. 사람과 눈을 맞추고, 털을 쓰다듬으면 반응하고, 사람들에게 안긴다.

아이보, 파로, 팔로(Parlo), 페퍼(Pepper), 로베어(Robear) 등 일본은 인공지능을 탑재한 서비스용 로봇에서 브랜드를 만들고 있다. 베이비부머가 젊을때 소니의 워크맨, 토요타의 렉서스 등을 입에 올렸다면 이들이 노년이 되었을 때는 파로, 팔로, 페퍼 등이 회자될지 모를 일이다. 문제는 워크맨은 만지지 못했던 중국의 베이비부머들이 노년이돼 파로나 페퍼 등을 사용할 경우다. 엄청나게 새로운 시장이 열리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병원에서 치료용 로봇을 시험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건강보험이 적용되면도입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

고령자가 증가하면서 사회문제로까지 대두되는 문제는 치매다. 일본에서는 위치정보시스템과 센서를 이용해 치매노인을 관리한다. 택시기사들이나 봉사자들이 스마트폰 앱을 깔면 치매 노인이 옆을 지나갈때 위치정보를 알려준다. 호주에서는 GPS를 신발에 부착해 간병인이 치매 환자 위치를 알 수 있게 해주는 스마트 슈즈를 이용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치매 유병자는 2024년 100만명, 2040년에는 200만명을 넘어설 것이라고 한다. 일본은 2025년에 약 700만명에 이를 것으로 본다.

향후 30년간 세계에서 60세 이상 인구가 11억명이 증가해 20억명이 된다. 전체인구의 20%를 넘어선다. 고령 인구 증가의 65%는 아시아 지역에서 일어난다. 아시아 국가 중에서는 중국이 이끌고 있다. 중국의 65세 이상 인구 증가 전망을 보면 2016~2025년까지 매년 640만명이 증가하고, 2026~2035년에는 매년 860만명이 늘어날 예정이다. 그리고 이후 20년 동안 매년 400만명이 증가한다. 서구 국가는 이미 고령화돼 있고 여기에 신흥시장의 고령화가 가세한다. 미국 연준의장이었던 그린스펀(Alan Greenspan)이 자신의 자서전에서 말했듯이 세계가 은퇴하는 중이다.

글로벌로봇주식지수(Global Robotics and Automation Index) 성과를 보면 2010년 200에서 2018년 현재 800으로 4배 올랐다. 복리로 8년동안 매년 19%가 오른 셈이다. 이를 추종하는 ROBO ETF에는 일본기업이 30% 정도된다. 전세계 10대 로봇메이커중 6개가 아시아에 있는데 화낙(Fanuc), 야스카와전기, 가와사키 중공업 등 주로 일본 기업들이다.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도 미국의 휴머노이드 로봇 기업 보스톤다이내믹스(Boston Dynamics)를 인수하면서 휴머노이드 로봇 최강자로 떠올랐다. 로봇 핵심 부품영역도 일본이 강하다. 우리나라는 근로자 1인당 로봇 채택률은 세계 1위지만 로봇 산업기반은 거의 없다. 8월에 LG 전자가 입는 로봇인 'LG 클로이수트복'을 선보였다.

보스톤다이내믹스 창업자 마크 레이바트(Marc Raibert)는 "로봇은 장기적으로 노년층 및 장애인을 대상으로 그 가능성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귀가 어둡거나, 잘 까먹고, 잘 넘어지는 등 노년층은 대부분 장애를 갖고 산다. 세계가 고령화되면서 4차 산업혁명 제품의 탄탄한 수요처가 생겨나는 셈이다. 수요가 탄탄하면 그 산업은 발전하기 마련이다.

기술이 발전하고, 제품 가격이 상용화될 정도로 하락하면 큰 시장이 형성될 수 있다. 지금은 묘하게도 4차 산업혁명 패러다임과 고령화 패러다임이 만나고 있다. 고령사회를 칙칙한 관점으로만 보지 말고 첨단 산업과 연계하는 관점을 가져보자. 이를 통해 관련 산업이나 기업에 장기투자 하면 좋은 성과를 얻을 것으로 본다.


김경록 미래에셋은퇴연구소장


미래에셋자산운용 채권운용 CIO
미래에셋캐피탈 대표이사
미래에셋자산운용 경영관리부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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