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8년 10월 15일 08:0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암호화폐 거래소를 바라보는 시각이 부정적인 것은 리더(리딩 업체)가 부패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올해 초 암호화폐 거래소를 취재하며 만났던 중소 암호화폐 거래소 대표의 말이다. 암호화폐를 도박장과 같이 취급하며 죄악시하는 분위기가 형성된 이유에 대해 묻자 돌아온 답변이다. 이 대표는 직접적으로 업체명을 언급하지 않았지만 지배 구조가 불투명한 빗썸을 염두에 둔 답변이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해 초반까지 암호화폐 시장이 갑자기 팽창하자 시장은 암호화폐 거래소가 벌어들이는 어마어마한 수수료 매출에 관심을 가졌다.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공부는 뒷전이었다. 암호화폐 가격이 급상승하기 시작하고 거래량은 매일 신기록을 경신했다. 80%가 넘는 영업이익률을 내는 암호화폐 거래소 사업을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인식하는 분위기가 형성되며 거래소의 주인(대주주)에도 관심이 쏠렸다.
대형 암호화폐 거래소인 업비트와 코빗은 국내 주요 IT기업인 카카오와 넥슨이 주요주주로 참여하며 사업을 들여다보고 있다. 신뢰 있는 기업이 지분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 두 업체의 장점으로 꼽혔다.
반면 빗썸은 최대주주의 정체가 불명확해 지배 구조를 둘러싸고 논란이 지속됐다. 빗썸 운영사 비티씨코리아닷컴의 최대주주는 비티씨홀딩컴퍼니다. 빗썸의 주요 주주는 공개됐지만 정작 비티씨홀딩컴퍼니의 진짜 주인은 베일에 가려져있어서 논란이 많았다.
순환출자와 유사한 지배 구조를 띠고 있다는 점도 빗썸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요소로 꼽혔다. 불신의 이미지가 씌워지며 빗썸이 진행하는 신사업이나 블록체인 생태계 확장을 위한 노력은 가려졌다. 암호화폐로 돈장사하는 이미지만 형성되는 듯 했다. 하지만 빗썸의 5대주주였던 김병건 회장이 이끄는 BK컨소시엄이 1대주주로 올라서며 그동안의 오명을 씻을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 BK컨소시엄은 지난 11일 싱가포르에서 비티씨홀딩컴퍼니가 보유한 지분인 76%의 절반인 38%를 4000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김병건 회장은 블록체인 기술에 초점을 맞춰 다양한 사업을 벌이는 인물이다. 빗썸의 가치를 돈이 아닌 기술에 무게를 두고 있기 때문에 이번 거래를 바라보는 시각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지분 매각 소식 발표 후인 13일 빗썸은 코인힐스, 코인마켓갭 등 암호화폐 정보 사이트에서 거래량 기준 세계1위를 탈환하기도 했다.
최대주주 변경에 따라 당장 빗썸 사업 전반의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책임경영 기반을 마련하며 외부의 시각이 바뀌는 상황이 내부 임직원들의 사기를 높이고 결속력을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이번 거래를 기회로 빗썸이 리딩 업체로서 한국 블록체인 산업을 확대하고 건전한 암호화폐 생태계를 조성하는데 앞장서길 바란다. 정공법을 통해 빗썸의 제2의 도약을 이뤄낼 때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살얼음' 분위기 깬 이지효 파두 대표 사과
- [DL이앤씨 인사 격변]마창민 대표도 떠난다, 조직 전면 쇄신
- [DL이앤씨 인사 격변]인적분할 4년차, '가이던스 달성 실패' 후폭풍 거셌다
- [DL이앤씨 인사 격변]CFO도 퇴출, 후임자 내외부 물색
- [DL이앤씨 인사 격변]감원 칼바람, 임원 10명 중 3명 짐 쌌다
- CJ올리브영, 글랜우드PE와 결별 '이사회 재정비'
- [코스닥 주총 돋보기]'상폐 위기' 엠벤처투자, 주주 해명 '안간힘'
- FI 지분 되사온 CJ올리브영, ‘승계 플랜’ 본격 가동하나
- 에스텍파마, 폴라리스AI파마로 '새 출발'
- 나무가, '공정 자동화 전문가' 이동호 대표이사 선임
정유현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 식품 부문 호조 삼양사, FCF '순유입' 전환
- '적자 축소' 풀무원 해외 사업, 올해 흑자 원년 노린다
- [LG생건 이정애 체제 1년 점검]기업가치 회복 시급, 실적 개선 '정공법' 전략 필수
- [LG생건 이정애 체제 1년 점검]리더십 변화 맞춘 새 판 짜기, 이사진 변화 '퍼즐 완성'
- [LG생건 이정애 체제 1년 점검]북미·일본 공략 가속화, 해외 실적 변동성 낮춘다
- [LG생건 이정애 체제 1년 점검]실적 악화 속 재무 체력은 강화, 올해 '성장' 변곡점
- [알리바바의 약속문 톺아보기]아킬레스건 '소비자 보호' 의지 피력, 실효성은 의구심
- [풀무원은 지금]재무 부담 지속에도 달라진 '현금 흐름' 주목
- [알리바바의 약속문 톺아보기]한국과 '우호적' 관계 강조, 1.5조 실탄 쏘는 까닭은
- [풀무원은 지금]전문경영인 체제 성장 가속화, 리더십 힘 싣는 이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