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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민의 Money-Flix] 10년전 히어로가 슈퍼악당으로, 일론 머스크의 변신?일론 머스크 연상시키는 기업가가 악당으로 등장하는 영화 <베놈>

이철민 VIG파트너스 대표공개 2018-10-18 11:23:09

[편집자주]

많은 영화와 TV 드라마들이 금융과 투자를 소재로 다룬다. 하지만 그 배경과 함의를 파악하기란 쉽지 않다. '알고 보면 더 재미있다'는 참인 명제다. 머니플릭스(Money-Flix)는 전략 컨설팅 업계를 거쳐 현재 사모투자업계에서 맹활약 중인 필자가 작품 뒤에 가려진 뒷이야기들을 찾아내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려 한다.

이 기사는 2018년 10월 18일 10:45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08년 4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의 화려한 시작을 알린 <아이언맨>이 개봉되었을 때, 화제가 되었던 실존 인물이 한 명 있었다. 스티브 잡스에 이어 IT 업계의 아이콘으로 급부상하고 있던 일론 머스크다. 그가 영화 속 주인공인 토니 스타크(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실존하는 모델이라는 말이 소셜 미디어는 물론 주류 미디어들에서도 많이 회자되었던 것.

그가 스탠포드 대학 응용 물리학 박사 과정을 중퇴한 후 여러 첨단기업을 창업한 30대 중반의 경영자란 점은 분명 토니 스타크와 중첩되는 부분이 있었다. 그런 평가를 의식하고 그걸 긍정적인 방향으로 활용하기 위해서, 마블은 2010년작 <아이언맨 2>에 일론을 직접 등장시키는 과감한 선택을 한다.

영화 초반에 토니 스타크와 페퍼 포츠(기네스 펠트로)가 모나코의 식당에 들어가던 중, 앉아있던 머스크를 우연히 만나 악수를 하고 짧은 담소를 나누는 장면을 넣은 것이다. 머스크의 첫 스크린 등장이었던 그 장면에 대해, 관객들은 물론 평론가들도 '영화와 현실 세계를 교차시킨 아주 재미있고 적절한 시도'였다는 찬사를 보냈다.

그 뒤부터 ‘살아있는 아이언맨'이라는 별명은 머스크를 계속 따라다녔다. 그 스스로도 더 과감하게 사업 분야를 확장하면서, 동시에 다양한 미디어를 활용해 자신의 하이테크 영웅 이미지를 강화시켜 나갔다. 2014년 조니 뎁 주연 SF영화 <트렌센던스>에서, 신경망 네트워크 관련 강의장의 관객으로 잠시 얼굴을 비친 것은 그 대표적인 사례다.

2013년작 로버트 로드리게즈 감독의 <마세티 킬즈>(Machete Kills)에선 머스크 본인뿐만 아니라 그의 회사 스페이스X까지 등장하기도 했다. 팰콘9 로켓이 서 있는 스페이스X의 발사 기지 전경에 이어, 주인공 마세티를 만나 인사하는 머스크의 모습이 나오는 것이다. 그리고 애니메이션 <심슨>과 시트콤 <빅뱅이론> 등에도 그는 여러 차례 직접 목소리와 얼굴을 내비쳤다.

그렇게 미디어를 통해 긍정적이고 진취적이었던 일론의 이미지에 변화가 보이기 시작한 것은 2014년말부터였다.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영화 <오스틴 파워스>의 악당 닥터 이블(마이크 마이어스)을 연상시키는 사진을 올린 것이 시작이었다. 물론 장난 삼아 올렸던 것이지만, 그간 건실한 천재, 억만장자, 기업가의 이미지에 약간의 악동 이미지가 덧칠해지는 계기가 되었다.

그렇게 시작된 이미지의 변화는 2015년경 9월 CBS의 에 출연하면서 확산의 계기를 마련한다. 그가 화성을 거주 가능한 행성으로 만드는 빠른 방법으로 극지방에 핵폭탄을 터뜨리면 된다는 말을 하자, 진행자 스티븐 콜버트가 그런 생각은 슈퍼 악당에게 어울린다고 언급을 한 것이 큰 화제가 되었던 것이다.

할리우드 영화에 천재이자 억만장자인 IT 기업가들이 이른바 ‘미친 과학자'들을 밀어내고 악당으로 본격 등장하기 시작한 것도 그 즈음부터다. 2015년작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에 등장한 리치몬드 발렌타인(사뮤엘 잭슨)가 대표적인 예다. 그는 세계적인 IT기업을 소유한 천재 억만장자로, 지구 환경의 복원을 위해 인류를 줄여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이를 실행하는 인물로 등장한다.

다음 해인 2016년 개봉된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에 등장하는 렉스코퍼레이션의 창업자 렉스 루터(제시 아이젠버그)도 매우 흡사한 설정을 가지고 있다. 자수성가한 IT기업의 천재 창업자이지만, 실상은 악당이었던 것. 배우 제시 아이젠버그가 영화 <소셜 미디어>에서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를 연기했던 경력은, 그런 설정의 현실성을 높여주는 역할을 했다.

비슷한 사례는 얼마 전 개봉되었던 저예산 SF영화 <업그레이드>에서도 찾을 수 있다. 천재적인 두뇌를 가지고 베셀 컴퓨터를 창업해 세계적인 기업으로 키운 20대 CEO로 등장하는 애론 킨(헤리슨 길버트슨) 역시 악역이기 때문이다. 나치, 공산당, 외계인, 좀비, 미친 과학자 등 할리우드 영화의 악당 계열의 반열에, 천재이자 억만장자인 IT 기업가들이 한자리를 확고히 차지한 것이다.

이철민 기고_베놈
일론 머스크를 연상시킨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영화 '베놈'의 천재 기업가이자 악당 칼튼 드레이크

그리고 그런 악당 캐릭터의 결정판이 이번에 개봉된 스파이더맨의 외전쯤 되는 <베놈>에 등장한다. 생명공학기업 라이프파운데이션의 창업자이자 CEO인 칼튼 드레이크(리즈 아메드)라는 인물이다. 그는 19살 때 창업해 큰 성공을 거둔 천재 엔지니어로, 인구 폭발과 환경 오염이라는 지구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주 탐사를 해야 한다는 강력한 의지를 가진 인물로 설정되어 있다.

24살의 나이에 첫 창업을 하고 궁극적으로는 인류를 다른 행성으로 이주시킬 목표를 가지고 스페이스X를 설립한 머스크를 연상시킨다는 평가가 여기저기서 나오는 이유다. 태국 유소년 축구팀 사고 및 테슬라의 상장 폐지 가능성에 관련된 무책임한 언행은 물론, 인터넷 방송 중 마리화나 흡연 등의 행태 때문에 악화되고 있는 머스크의 이미지와 연계해서 보는 이들이 많았던 것이다.

이렇게 고정되기 시작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당분간 개선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40대 중반이 되었고 더 큰 기업들을 통해 운용하는 기업가가 되었지만, 오히려 그에 걸맞은 변화를 거부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렇다고 그가 실제 악당이 될 리는 없겠지만, 그를 믿고 천문학적인 돈을 투자한 투자자들의 시각에는 불안함은 계속 증폭될 것이 분명하다.

<아이언맨 2> 일론 머스크 출연 장면: https://www.youtube.com/watch?v=0a1hUGDVI4Y
이철민대표프로필(18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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