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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수 부재' 태광산업, '보수적' 자금운용 강화 [이호진 3심 태광그룹 운명은]③총차입 1000억 '15년래 최저', 안전자산 투자로 현금 5000억 축적

심희진 기자공개 2018-10-25 08:18:51

[편집자주]

경영비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의 재상고심 선고가 25일 열린다. 대법원에서 상고가 기각될 경우 곧바로 수감절차를 밟게 된다. 오너 부재로 경영 시계가 멈춰있는 태광그룹의 앞날도 이번 판결로 운명을 달리할 예정이다. 더벨은 태광그룹의 경영환경과 지배구조 등 현주소를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18년 10월 24일 13:59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태광산업이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한 지 올해로 7년째다. 그간 태광산업은 벌어들인 수익을 사세 확장에 투입하지 않고 차입금 상환, 금융자산 매입 등에 주로 활용했다.

총수 부재로 과감한 의사결정이 불가능한 상황에 직면하자 최대한 몸을 낮추고 안정적 재무구조를 유지하는 데 주력한 것으로 분석된다. 보수적 자금운용 결과 태광산업의 총차입금은 15년만에 최저치로 줄었다. 내부 현금 보유량은 6년새 4000억원가량 늘었다.

1961년 설립된 태광산업은 2000년대 중반까지 50여년간 무차입 경영기조를 고수했다. '벌어들인 만큼만 다시 투자한다'는 이임용 창업주의 경영방침이 금융거래에 엄격한 잣대를 적용했기 때문이다. 2004년 말 기준 태광산업의 부채비율은 48%에 불과했다. 기업의 단기지급 능력을 가늠하는 지표인 유동비율은 253%에 달했다. 사내 자금 보유량을 나타내는 유보율 역시 1000%를 넘어섰다.

보수적 자금운용 기조가 깨진 건 2세인 이호진 전 회장이 경영일선에 등장하면서다. 이 전 회장은 태광산업을 중심으로 그룹 성장동력 발굴에 집중했다. 2006년 쌍용화재(현 흥국화재해상보험)를 인수하며 금융부문을 확대한 것이 대표적이다. 미디어 분야에서도 활발한 투자 행보를 나타냈다. 2004년 동대문·강서·남동·서해방송을 인수한 데 이어 2009년 큐릭스 계열 7개 유선방송사업자(SO) 등을 사들였다.

적극적 사세확장과 맞물려 태광산업의 외부자금 조달 규모도 늘어났다. 2007년까지만 해도 수백억원대였던 연결기준 단기차입금(유동성장기부채 포함)은 이듬해 1650억원, 2009년 3440억원으로 증가했다. 장기차입금도 2006년 1500억원, 2007년 2670억원, 2008년 3140억원으로 확대됐다. 2011년에는 설립 이래 처음으로 총차입금이 5000억원 이상 쌓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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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광산업의 자금운용 방식에 변화가 생긴 건 2012년 총수 부재 사태에 직면하면서다. 앞서 2011년 1400억원대 횡령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 전 회장은 이듬해 실형을 선고받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주요 의사결정을 책임질 컨트롤타워가 사라지자 태광산업은 내부 자금을 보수적으로 운용하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빚 관리에 집중했다. 잇단 인수합병으로 2012~2013년 6000억원대까지 늘어났던 연결기준 총차입금은 2014년 3400억원, 2015년 2100억원, 2016년1200억원, 지난해 1000억원으로 감소했다. 이는 2002년 이후 15년만에 최저치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단기차입금이 2013년 5200억원에서 2016~2017년 1000억원으로 줄었다. 2012년 2600억원이었던 장기차입금은 2016년 전액 상환했다. 최근 3~4년간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인 현금 3500억원 가운데 절반가량을 재무건전성 유지에 투입한 셈이다. 덕분에 2015~2017년 연결기준 부채비율은 30% 수준까지 낮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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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무 상환과 더불어 내부 곳간을 채우는 데도 집중했다. 이 전 회장 구속 직전인 2010년대 초만 해도 태광산업은 금융상품 투자에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2009~2010년 300억원 안팎의 단기금융상품을 보유한 것이 전부였다. 단기금융상품은 일정한 이자 수익을 보장받으면서도 운용 기간이 짧고 현금화가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

태광산업이 금융자산 투자에 적극 나서기 시작한 건 2011년부터다. 그해 태광산업은 신한은행 등으로부터 4000억원에 달하는 단기금융상품을 확보했다. 이후 2016년까지 연평균 3000억원의 금융상품을 사들였다. 이 전 회장의 재판이 길어지는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높아지자 안전 자산에 자금을 묶어두는 편이 낫다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 전 회장 사퇴 후 6년간 투자활동을 최소화하고 대부분의 자금을 차입 상환과 금융상품 매입에 쓴 결과 태광산업의 현금 유보금이 크게 증가했다. 지난해 말 기준 현금성자산(단기금융상품 포함)은 5000억원으로 2010년 말 1150억원보다 4000억원가량 늘었다. 현재로선 스판덱스 등 신제품 개발 외에 대규모 설비 증설 계획이 없다는 점, 이 전 회장의 경영 복귀가 늦어지고 있어 투자처 발굴이 쉽지 않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보수적 자금운용 방침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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