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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기 맞은 미래산업의 '창업주 리스크'

강철 기자공개 2018-11-28 08:27:55

이 기사는 2018년 11월 27일 08:1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미래산업은 한국의 1세대 벤처기업으로 통한다. 반도체의 작동 여부를 자동으로 검사하는 테스트 핸들러(test handler)를 국내 최초로 개발하며 성공 신화를 써나갔다. 많은 벤처기업들이 미래산업의 기술력과 경영 노하우를 벤치마킹했다. 사세는 어느덧 벤처기업이라 부를 수 없을 정도로 커졌다.

잘 나가던 미래산업은 2012년 가을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는다. 창업자인 정문술 전 회장이 경영권 지분을 돌연 장내에서 매각한 게 발단이 됐다. 18대 대선을 3개월 앞둔 당시 미래산업은 '안철수 테마주'로 부각됐다. 주당 300~400원이던 주가가 한달 사이 2000원까지 치솟았다. 매각대금 400억원을 챙긴 정 전 회장은 미련없이 미래산업을 떠났다.

후폭풍은 거셌다. 주가는 2주만에 제자리로 돌아왔다. 평판 리스크에 불황이 맞물리면서 실적과 재무구조도 나빠졌다. 유동성 확보를 위해 아까운 자산들을 팔아야 했다. 말그대로 총체적 난국에 빠졌다.

위기를 수습한 것은 이권휴 대표다. 2014년 3월 최고 경영자에 오른 이 대표는 대대적인 경영 개선을 주도하며 재무 건전성을 제고했다. 안정적으로 운영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한편 경영권을 안정화하기 위한 노력도 기울였다.

가장 심혈을 기울인 것은 R&D 역량 강화다. 미래산업은 이 대표 취임 후 각종 신제품을 개발하며 반도체 장비 시장에서의 점유율을 다시금 높였다. 2016년 출시한 이형부품 삽입기 'MAI 시리즈'의 경우 국내외 메이저 가전제품 제조사로부터 주문이 쇄도하고 있다. 반도체 테스트 핸들러도 내년부터 중국에서의 매출이 크게 증가할 전망이다. 지금의 영업 추이를 감안할 때 앞으로 수익성이 대거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 전성기가 다시 도래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주가는 여전히 지지부진하다. 200원 안팎에서의 횡보가 오랜 기간 지속되고 있다. 동종업체들이 연일 최고가를 경신하던 시절에도 미래산업은 예외였다. 향후 성장 가능성, 재무 건정성 등이 주가에 전혀 반영되지 못하는 상황이다.

시장에서는 저조한 주가의 이유로 '창업주 리스크'를 거론한다. 창업주로 인해 평판이 훼손된 기업의 주식을 살 투자자가 얼마나 되겠냐는 것이 골자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M&A 이슈 때문에 투자하기가 꺼려진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 대표를 비롯한 현 경영진 입장에서는 매우 답답할 노릇이다. 지금은 떠나고 없는 창업주 때문에 지난 5년의 정상화 노력이 시장과 주주들로부터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하는 상황.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시장은 현명하다고 믿는다. 미래산업의 성장세는 향후 주가에 제대로 반영될 것이라 생각한다. 다만 심혈을 기울여 재기의 발판을 마련한 경영진이 창업주 리스크 때문에 부가적인 에너지를 낭비해야 하는 지금의 상황은 무척이나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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