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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민의 Money-Flix]'국가부도의 날'이 남긴 ‘헬조선' 혹은 ‘트럼프 월드'<국가부도의 날>과 비교되는 리만 브라더스 사태를 다룬 할리우드 영화들

이철민 VIG파트너스 대표공개 2018-12-11 17:53:20

[편집자주]

많은 영화와 TV 드라마들이 금융과 투자를 소재로 다룬다. 하지만 그 배경과 함의를 파악하기란 쉽지 않다. '알고 보면 더 재미있다'는 참인 명제다. 머니플릭스(Money-Flix)는 전략 컨설팅 업계를 거쳐 현재 사모투자업계에서 맹활약 중인 필자가 작품 뒤에 가려진 뒷이야기들을 찾아내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려 한다.

이 기사는 2018년 12월 11일 09:22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른바 ‘IMF 사태' 혹은 1997년 금융위기는 지금의 40대 이상들에겐 어떤 식으로든 잊을 수 없는 기억들을 남겼다. 그 기억들이 모두 다시 떠올리기에 고통스러운 그런 종류만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사회 전반에 가해진 초유의 변화가 가져온 충격이, 어떤 형태로든 그들의 기억 한 켠에 자리잡고 있다는 것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는 그 기억들을 들춰내는 것에 대하여, 의식적으로 거부감을 느껴 왔다. 사상 유례가 없는 IMF 구제금융의 조기 졸업 이후, 반성이나 치유는 물론이거니와 최소한의 사실 정리 또한 누구도 나서서 시도하지 않았던 것이다. 특히 어마어마한 소재의 보고임에도 불구하고, 그간 TV 드라마나 영화는 IMF 사태를 철저히 외면해왔다.

그런 의식적인 외면 혹은 회피에 결정적인 종지부를 찍은 것이 바로 이번에 개봉된 최국희 감독, 김혜수, 유아인, 허준호, 조우진 그리고 뱅상 카셀 주연의 영화 <국가부도의 날>이다. 제목이 가진 선정성만큼이나 개봉 전부터 많은 관심을 불러 일으킨 이 영화는, 무려 21년만에 당시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리고 우리에게 무엇을 남겼는지를 과감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이철민_국가부도의날
21년전 IMF 금융위기를 본격적으로 다룬 첫번째 영화로 기록될 '국가 부도의 날'

그런데 그런 시대적인 의미와 달리, 영화 자체에 대한 평가는 그리 호의적이지 않은 상황이다. 무엇보다 IMF 사태를 바라보는 시각 그리고 그로부터 도출해 내고자 했던 메시지가 굉장히 혼란스럽기 때문이다. 특히 이 영화가 참조했을 법한 미국의 ‘리먼 사태'(혹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다룬 몇몇 할리우드 영화들과 비교해보면, 그런 평가는 충분히 수긍이 갈만 하다.

그 비교 대상이 될만한 영화들로는 <마진 콜: 24시간, 조작된 진실>(Margin Call, 2011년), <투 빅 투 페일>(Too Big to Fail, 2011년), <라스트 홈>(99 Homes, 2014년), <빅쇼트>(The Big Short, 2015년) 등을 들 수 있다. 이 작품들은 리먼 사태 당시와 그 이후에 일어난 일들을 각각 전혀 다른 입장에 있던 주인공들을 통해 조망한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우선 <마진 콜>(케빈 스페이시, 스탠리 투치, 제레미 아이언스 주연)은 리먼 사태 바로 전날 오후부터 딱 하루 동안 뉴욕의 한 투자은행에서 있었을 법한 상황을 다루고 있다. 위기의 징조를 알아채고는 포지션을 최대한 빨리 정리해 살아남으려는 조직과 개인들의 급박한 모습을 보여주며, 위기 진원인 투자금융업의 허상을 까발린 보기 드문 하드코어 금융 영화라는 평가를 받았다.

HBO에서 TV용 영화로 만든 <투빅 투 페일>(윌리엄 허트, 폴 지아마티 주연)은 당시 재무장관 핸리 폴슨과 연준 의장 벤 버냉키를 주인공으로 한 작품이다. 금융 위기가 닥쳐오자 정치인, 경제관료 그리고 은행 고위직들이 7000억달러 규모의 TARP(부실자산구제프로그램)를 합의하여 기업과 서민이 아니라 금융기관을 우선적으로 살려내는 과정을 비판적 시각에서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한편 <라스트 홈>(엔드류 가필드, 마이클 셰넌 주연)은 금융위기로 집을 빼앗기고 홈리스로 살게 된 한 젊은이가 겪는 부조리한 상황을 통해, 서민들이 당한 고통에 집중한 사회고발성 영화다. 금융위기가 단지 뉴스 속에서 벌어지는 남의 일이 아닌, 바로 우리와 우리의 이웃들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생생하게 보여준 작품이라는 호평을 받았다.

마지막으로 국내 금융업계 종사자들 사이에서도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던 <빅쇼트>(크리스찬 베일, 라이언 고슬링, 브래드 피트 주연)는, 금융위기의 징후를 미리 파악하고 과감한 공매도를 통해 엄청난 부를 축적한 이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국내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던 놀라운 실화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대중적인 성공이 놀랍지 않았던 작품이다.

이들 영화들과 비교해 보면 <국가부도의 날>의 문제는 금방 드러난다. 금융사 임직원들의 이야기를 사변적으로 다루고, 정치인과 관료들은 선과 악의 구도로 단순화하였으며, 갑수(허진호)로 대표되는 서민의 아픔은 전형적인 사례를 뽑아 피상적이면서 감상적으로만 보여주고, 위기를 기회로 해서 돈을 챙기는 정학(유아인)의 이야기는 흥미거리 정도로만 다룬 것이다.

그 때의 상흔이 오늘날의 ‘헬조선'을 만들었다는 메시지를 명확히 전달하고 싶었다면, <빅 쇼트>를 연상시키는 정학 중심의 이야기는 과감히 삭제했어야 했다. 대신 갑수의 이야기를 좀 더 입체적으로 다루었다면, 금융위기가 한 참 지난 후 미국인들이 왜 트럼프를 대통령으로 선택했는지를 이해할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해주었다는 <라스트 홈>과 같은 긍정적인 평가를 받지 않았을까?

5분 만에 보는 한국 IMF 외환 위기: https://www.youtube.com/watch?v=j5a8ACPeNzY&t=11s
이철민대표프로필(18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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