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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가격 정체기와 투자 전략 [WM라운지]

김경록 미래에셋은퇴연구소장공개 2018-12-13 08:19:44

이 기사는 2018년 12월 11일 10:21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자산가격이 장기적으로 항상 오르기만 했던 건 아니다. 20~30년 동안 자산가격이 정체되는 경우도 있었다. 일본, 대만, 이탈리아를 보면 경제가 장기 저성장 국면에 들어서자 주식, 부동산 가격은 등락을 거듭했을 뿐 상승하지 않았다. 우리나라도 이 국면에 접어들었을 가능성이 높다. 이럴 경우 자산관리를 어떻게 해야 할지 일본 사례를 중심으로 살펴보자.

일본은 1990년대 초반 장기 저성장에 접어든 이후 20년 이상 자산가격이 정체됐다. 채권금리가 0.3%대에 머무르고 주가와 부동산 가격이 낮은 수준을 형성하는 소위 '자산시장의 3저 현상'이 나타났다. 주가가 순환적으로 출렁이기는 했지만 2018년에도 1996년 고점의 박스권 상단을 탈출하지 못했다.

일본 6개 도시 지가를 보면 1990년대 초 고점 대비해서 상업지는 80%, 주택지는 50% 가량 하락했다. 이에 따라 1980년대 후반 큰 버블을 겪고 난 뒤 지가는 1985년 가격 수준으로 다시 돌아갔다. 다만 수도권 주택을 중심으로는 2013년 이후 조금씩 오르고 있다. 일본은 장기적으로 자산을 보유하고 있었어도 자산가격 상승을 통해 수익을 얻기는 어려웠음을 알 수 있다.

같은 기간 중 자산시장에서는 재미있는 현상이 일어났다. 자산가격이 하락하다 보니 배당수익률과 임대수익률이 높아진 것이다. 배당수익률은 분자에 배당이, 분모에 주식가격이 있고 임대수익률은 분자에 임대료가, 분모에 부동산 가격이 있다. 분모의 자산가격이 크게 하락하면서 수익률이 높아진 것이다. 이에 따라 투자자산에서 받는 배당과 임대료가 정기예금 금리를 넘어서게 됐다.

일본의 주식 배당수익률(중형주 기준)은 1980년대 후반 0.5% 수준이었다가 1990년대 중반 이후 주가하락과 함께 1.5~2.5% 수준에서 움직이게 됐다. 예금이자가 0.1~0.5% 내외였고 채권수익률이 평균 0.3%였던 것을 감안하면 매력적인 수준이다. 배당수익률이 예금금리를 앞지르게 된 것은 1996년이며 현재까지 더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임대 수익률은 부동산가격에 따라 등락이 있지만 전반적으로 4~5% 수준을 보였다. 1990년대 후반 5% 정도이던 도쿄도 수도권 맨션 임대수익률은 아직 4% 수준이다. 일본의 경우 부동산가격은 하락했지만 임대수익률이 높아져 저성장 시기에 임대시장이 확대된 것이다. 이에 임대업이 발전하고 리츠(REITs, 상장된 부동산펀드)와 같은 임대소득을 주는 상품이 인기를 끌었다. 한편 저금리가 지속되자 일본은 2000년대 들어서면서 해외채권 중심으로 해외자산 비중을 늘리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가계자산에서 해외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3% 수준으로 낮은 편이다.

제조업으로 성장하는 국가들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일본과 같은 도전을 받는다. 대만은 1980년대에 중국으로 공장이 이전하면서 국내 시장은 잃어버린 20년을 겪게 되고 자산가격도 정체됐다. 그 기간 동안 주가는 오르지 않고 국내 10년 만기 채권금리는 2003년에 2%대에 접어 들다 2010년대에는 1%대 수준을 보였다. 이에 따라 대만에서는 해외채권형펀드가 인기를 끌었다. 일본의 예에서 본 것처럼 자산가격 상승이 아니라 자산에서 나오는 소득(income)으로 수익을 취하는 방식이다.

제조업으로 성장한 우리나라도 이 길을 답습할 가능성이 크다. 후발 제조업 국가들은 낮은 비용으로 진입해 선진국의 기술을 빨리 따라 잡고 선발 제조업 국가를 위협한다. 산업혁명을 이룬 영국을 프랑스, 독일, 미국이 위협했고 서구 국가들을 일본 제조업이 위협했다. 1970~80년대 일본의 제조업 성장은 미국을 위협해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하게 만들었다. 미국의 자동차 산업은 1950년대까지 세계에서 절대적인 위치를 차지했지만 1970년대부터 일본의 소형차에 밀리기 시작했다. 미국은 1990년대 IT산업으로 경쟁력의 판을 바꾸어 버리면서 다시 성장을 주도하게 된다.

최근의 중국이나 인도의 제조업 성장은 우리나라를 위협한다. 뿐만 아니라 미국, 일본, 독일과 같은 선진국 제조업도 경쟁자다. 우리나라 제조업은 반도체에서만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난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비용이 싼 해외로 나가거나, 기술혁신을 하거나, 산업의 중심축을 바꿔야 한다. 보통은 첫번째 방법을 많이 사용하는데, 제조업이 해외로 나가면 국내 투자와 고용이 줄어든다. 나머지 두 방법은 오랜 시간이 걸리고 성공하지 못하면 침체가 지속된다는 문제가 있다.

이 기간 동안 저성장과 더불어 자산가격은 등락을 거듭하며 정체 상태를 보일 것이다. 그렇지만 지금까지 축적된 자본에서 소득은 어느 정도 나온다. 따라서 저성장기에 국내자산투자는 가격 상승이 아닌 배당이나 임대료와 같은 소득수익을 목표로 해야 한다.

만일 자산가격 상승에 따른 차익을 얻고 싶으면 오래 보유하는 것보다 적정한 수익률이 나면 이익을 취하고 가격이 낮을 때 다시 사는 전략이 좋다. 혹은 로봇이나 바이오 같은 성장 섹터를 사서 장기 보유하는 게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자산의 일정 부분을 혁신과 성장이 있는 글로벌 기업에 배분하는 게 좋다. 그러면 해외주식에 어느 정도 배분해야 할까? 국민연금의 자산배분을 보면 주식, 채권, 대체자산이 대략 4 대 5 대 1이며, 주식은 국내와 해외 비중이 각각 6 대 4 정도 된다. 개인도 이 자산배분을 염두에 두면 좋을 것 같다.


김경록 미래에셋은퇴연구소장
미래에셋자산운용 채권운용 CIO
미래에셋캐피탈 대표이사
미래에셋자산운용 경영관리부문 대표
[저서] 인구구조가 투자지도를 바꾼다 / 1인 1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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