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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양사·JB금융 반세기 동행]손실 감수 49년 투자…'1대 주주' 지위 수성①직접 경영참여 '부인'…'오너가 친인척' 김한 회장 경영은 개인사?

안영훈 기자/ 김선규 기자공개 2018-12-17 10:11:30

[편집자주]

김한 JB금융지주 회장이 물러날 뜻을 밝혔다. 동시에 삼양사는 최근 JB금융지주 지분 일부를 추가 매수, 1대주주 자리에 올랐다. 삼양사 오너 일가 중 1명이 경영권을 놓자 동시에 오너가의 회사는 JB금융의 지분율을 더 늘린 것이다. 1대주주의 책임감으로 볼 수도 있고 영향력을 놓치지 않으려는 시도로도 볼 수 있다. 50년간 지속된 삼양사와 JB금융의 동행, 은산분리가 엄격히 지켜지는 국내 은행계에서 어떻게 유지되었고 비춰지고 있는지를 들여다봤다.

이 기사는 2018년 12월 13일 08:3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김한 JB금융지주 회장의 퇴임 발표와 삼양사의 JB금융지주 보유 지분율 확대가 동시 다발적으로 이뤄지면서 삼양사와 JB금융지주의 반세기 동행이 재조명되고 있다. 49년간 삼양사와 JB금융지주의 관계는 한결같았다. 한편으론 든든한 상호 버팀목이, 다른 한편으론 서로에게 부담스러운 관계가 유지됐다.

◇삼양사, 홀로남은 설립 출자자

삼양사와 JB금융지주의 인연은 196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67년 박정희 전 대통령은 '1도 1은행' 원칙을 발표했다. 이후 각 도에서는 지역 대표 기업들의 출자로 은행 설립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JB금융지주의 모태인 전북은행 설립도 이때 이뤄졌다. 1969년 12월 전북은행은 당시 전라북도 대표 기업들인 삼양사, 대한교과서, 호남식품, 쌍방울 등의 출자로 설립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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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현재 JB금융지주의 5% 이상 주주 명부에 당시 출자 회사 중 이름을 온전히 남긴 곳은 삼양사가 유일하다. 상대적으로 산업기반이 약한 전라북도에서 나머지 출자자들은 IMF를 거치며 부도처리되거나 지분매각을 통해 전북은행에서 발을 뗐다.

실제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호남식품, 대한교과서, 상국상호저축은행 등 지역을 대표하는 기업들이 전북은행 지분을 쥐고 있었다. 하지만 이들 기업들은 줄줄이 무너지면서 전북은행 지분을 매각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주주로 등장했던 곳이 KTB PE, 신영자산운용, 경기저축은행 등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전북 연고 기업 중 현재 삼양사를 제외하고는 대다수가 사라지거나 그 위상이 이전하고 천지차이"라며 "대구, 부산, 광주 등과 달리 전북지역의 경우 산업기반이 약하다보니 전북은행은 최약체 지방은행으로 평가됐고, 초창기 출자기업 중 자발적으로 지분을 매각한 곳도 있었다"고 말했다.

과거 기업에게 은행 소유는 버킷 리스트 중 하나였다. 하지만 1983년 은행법상 은산 분리 규제가 시작된 이후 은행 지분 소유의 매력은 현격히 떨어졌다.

삼양사도 한때는 JB금융지주에서 발을 빼려고 했다. 과거 계열사인 삼양종금과 전북은행을 합병해 본격적으로 금융업에 뛰어들 계획이었으나, IMF 쇼크로 삼양종금이 무너지자 금융업 전략을 사실상 포기하면서 전북은행 지분 역시 매각할 의사를 밝혔다.

2006년에는 당시 김윤 삼양사 회장이 직접 전북은행 지분 매각을 공식적으로 언급하기도 했다. 비(非) 핵심자산은 정리하고 미래 사업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지역 정·관계에서의 반대로 지분 매각 계획을 철회했다. 전북상공회의소협의회 등 지역 정관계가 나서 삼양사가 전북은행 대주주 지위를 유지해줄 것을 강력히 건의할 정도였다.

최약체 지방은행으로 버텨 온 전북은행은 주주들에 대한 배당 보다는 자본확충을 위해 손을 벌리는 일이 더 많았다. 삼양사는 기존 보유 지분율 희석 방어 차원에서 수십차례의 전북은행 유상증자에 참여를 멈추지 않았다.

사실 유상증자 참여때마다 삼양사 내부에서도 회의적인 말들이 오갔다. 실익은 커녕 즉각적인 손실을 반영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JB금융지주 출범으로 상장폐지될때까지 전북은행의 주가는 액면가(5000원)를 밑도는 일이 허다했다. 주주총회를 거치면 예외적으로 '주식 액면가액 미달 발행'이 가능하지만 일반적으로 유상증자 신주 발행가 산정시 액면가에 미달할 경우 액면가를 기준으로 신주 발행가를 정하게 된다. 이로 인해 삼양사는 시장에서 주당 4000원 중후반에 거래되는 전북은행의 주식을 유상증자 참여로 주당 5000원에 사기도 했다.

삼양사 한 관계자는 "제조업체로 공장 설비 투자비도 아쉬운 판에 전북은행 유상증자 참여는 1대주주 지분율 유지 목적 외 다른 의도는 없었다"면서 "실제 전북은행의 주가는 액면가를 미달하는 경우가 많아 유상증자 참여로 손실을 반영해야 했다"고 말했다.

전북은행 보유 지분은 JB금융지주 지분으로 바뀌었고, 9월 말 기준 삼양사의 JB금융지주 보유주식의 장부가치는 786억원이다. 반세기동안 유상증자에 나섰지만 삼양사는 아직 JB금융지주 투자로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

◇유일한 오너가 경영참여…"실질적 경영참여와는 무관, 현 지분율 유지 최우선"

소유와 경영의 분리 체제의 삼양사와 전북은행의 관계에 변화가 생긴 것은 2010년 김한 JB금융지주 회장이 제10대 전북은행장으로 취임하면서부터다.

김한 회장은 삼양사의 김윤 회장과 사촌 지간으로, 김 회장의 전북은행장 취임으로 삼양사는 지방은행 최대 주주 중 유일하게 경영에 참여하는 모양새가 빚어졌다.

삼양사 고위 관계자는 "김한 회장이 전북은행장으로 취임했을 때는 전북은행이 너무나 어려웠을 때였다"며 "당시 오랜 기간 IB업계에 근무한 김한 회장이 본인의 역량을 잘 펼칠 수 있다고 생각해 전북은행장에 오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삼양사는 시장에서의 JB금융 경영참여 시각을 부인하고 있다. JB금융과의 금융거래 관계가 일체 없고, 오너 친인척인 김한 회장측의 의견에 반대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실제 김한 회장의 최대 경영 성과 중 하나인 광주은행 인수에 있어서도 삼양사는 반대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IB적 시각이 강한 김한 회장측에서는 전북은행의 향후 발전을 위해선 광주은행 인수가 필요했지만 삼양사 입장에서는 전북은행이 덩치 큰 광주은행 인수시 리스크가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결과론적으로 전북은행의 광주은행 인수는 성공적었지만 삼양사 입장에서 예나 지금이나 JB금융에 대한 모든 의사결정의 기준은 '기존 지분율 유지'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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