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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화진칼럼]적대적 M&A의 기원(2): 적대적 M&A의 개화

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공개 2018-12-24 08:30:00

이 기사는 2018년 12월 17일 10: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잉코가 적대적 M&A시장의 원조였다면 적대적 M&A시장을 개화시킨 회사는 유나이티드 테크놀로지스(United Technologies Corporation: UTC)다. 잉코의 ESB 적대적 인수 때 백기사로 등장했었던 바로 그 회사다.

UTC는 1975년까지는 United Aircraft였다. 후자는 1934년에 United Aircraft and Transport Corporation이 나누어지면서 생긴 항공기 제조회사다. UTC로 이름을 바꾼 이유는 항공산업을 넘어서 여러 첨단기술산업으로 사업을 다각화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군사용 항공기에 치중하지 않고 민간 항공기 제작 비중을 늘리는 계획도 그에 포함된다.

UTC는 잉코의 ESB 적대적 인수를 가까이서 지켜보았고 성장과 다각화 계획을 적대적 M&A를 적극 활용해서 펼쳐나가기로 했는데 그 첫 번째 목표물이 오티스(Otis) 엘리베이터였다.

당시 엘리베이터 업계는 침체 상태였다. 경기 사이클을 타고 건설업계 경기에 민감하게 연동되어 있었다. 그러나 오티스 매출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엘리베이터 서비스 사업이 엘리베이터 제조 사업보다 훨씬 더 안정적이었다. 경영진도 우수했다. 60% 정도의 매출이 해외에서 일어났는데 국제화에 요긴할 것으로 여겨졌고 국내 회사여서 해외 기업을 인수하는 데서 오는 위험도 없었다.

UTC는 물론 처음에는 우호적인 인수 제안을 냈다. 오티스가 거절하자 1975년 10월 15일에 주당 42달러에 주식 공개매수를 시작했다. 오티스 주식은 32달러 선에서 거래되고 있었다. 소송전을 포함한 치열한 공방이 벌어졌고 오티스는 자동차 부품회사 다나(Dana Corporation)에 백기사 요청을 보냈다. 다나가 개입했으나 결국 UTC가 주당 44달러에 승리를 거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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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코의 ESB 인수가 실패작으로 끝났던 것과는 달리 UTC의 오티스 인수는 큰 성공작이었다. 특히 해외시장에서 큰 성과를 거두었다.

오티스는 현재에도 UTC의 계열회사다. 현재 매출액 기준 세계 1위의 엘리베이터 제조사다. 이 성공사례는 다른 기업들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 모두들 적대적 M&A를 경영전략의 일부로 여기기 시작했다. 투자은행들은 전략과 금융 측면에서 새로운 도전을 맞게 되었다.

같은 해에 바로 콜트 권총으로 유명한 무기제조사 콜트(Colt Industries)의 밀봉전문회사 갈록(Garlock Industries)에 대한 적대적 인수가 시도되었다. 콜트가 기습적으로 시작한 이 싸움은 UTC-오티스 사례에 비해 훨씬 더 치열했었기 때문에 ‘Saturday-night special'이라는 M&A 용어를 만들어 냈다. 이 말은 저가품 권총을 의미하는 속어인데 콜트가 감행한 것 같은 기습적이고 공격적인 적대적 인수 시도를 뜻한다.

갈록은 콜트의 공격에 맞서서 증권소송과 독점금지소송을 잇달아 제기했다. 그리고 최초로 PR을 경영권 방어에 활용했다. 저명한 PR 펌을 고용해서 대대적인 언론전을 펼친 것이다. ‘Saturday-night special은 주주들의 이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카피가 여기서 나왔다.

그러나 갈록은 결국 방어를 포기하고 콜트의 인수 제안을 받아들였다. 이후로는 적대적 인수는 기습적이어야 성공할 수 있다는 인식이 퍼지게 되었고 미국의 증권관련 법령이 기습적인 주식 공개매수를 규제하는 방향으로 정비되었다. 기업들은 적대적 인수에 안전한 회사가 없다고 생각하게 되어 투자은행들로부터 경영권 방어에 관한 자문을 받기 시작한다. 이로써 적대적 M&A는 당연한 경제행위, 사회현상으로 정착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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