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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주 독식' 서룡전자, 성호전자 2세 승계 '키' ①작년 박성재 부사장 직접 인수…유증 참여, 父 제치고 최대주주 차지

박창현 기자공개 2018-12-18 10:05:35

[편집자주]

모든 일에는 시작과 끝이 있다. 기업과 오너십도 마찬가지다. 지배구조 최정점에 서 있는 오너들도 처음부터 그 자리에 있었던 것은 아니다. 지배구조 재편의 풍파와 무게를 견디고 나서야 비로소 왕관을 쓸 수 있었다. 너무도 당연하게 여겼던 오너십의 형성 스토리와 핵심 변곡점들을 되짚어 본다.

이 기사는 2018년 12월 17일 15:3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1위 콘덴서 제조업체 성호전자의 후계 승계 작업이 한창이다. 적통 후계자인 박성재 부사장이 100% 개인회사를 필두로 큰 그림을 그려가고 있다. 승계 발판으로는 신주를 독식할 수 있는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활용하고 있다. 유증 절차가 마무리되면 박 부사장은 아버지 박현남 회장을 제치고 성호전자 최대주주에 등극하게 된다.

성호전자는 1973년 설립된 전원공급장치·필름콘덴서 전문 제조업체로, 2001년 코스닥 시장에 입성했다. 이후 수 십년간 박 회장 1인 지배 체제가 공고히 유지됐다. 다만 올해를 기점으로 성호전자 지배구조는 격변기를 맞고 있다.

그 중심에 바로 '서룡전자'가 있다. 서룡전자는 박 회장의 장남인 박 부사장이 지분 100%를 갖고 있는 개인회사다. 주력 사업은 필름콘덴서 유통이다. 박 부사장이 처음부터 서룡전자 주인은 아니었다. 남남이었던 두 회사는 유통을 연결 고리로 만났다.

서룡전자는 원래 성호전자와 마찬가지로 필름콘덴서 제조업을 영위했었다. 하지만 채산상이 떨어지자 제품 유통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1위 제조업체인 성호전자로부터 제품을 납품받았다. 그러다 지난해 서룡전자가 성호전자 측에 경영권 매각을 타진했고, 오너일가였던 박 부사장이 인수 주체가 돼 거래를 마무리지었다.

박 부사장이 최대주주에 등극한지 1년만에 서룡전자는 성호전자 지배구조의 핵심 축으로 급부상했다. 박 부사장이 후계 승계 작업의 첨병으로 서룡전자를 앞세웠기 때문이다.

서룡전자

서룡전자는 올 11월 처음으로 성호전자 주주명부에 이름을 올렸다. 당시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단독으로 참여해 성호전자 신주 140만6469주를 취득했다. 주당 711원 씩, 총 10억원을 투입됐다. 이 거래로 서룡전자는 총 4.55% 지분을 확보, 박 회장(12.17%)과 부인 허순영 씨(7.11%)에 이어 단숨에 3대 주주로 올라섰다.

한 달 뒤 서룡전자는 다시 한 번 성호전자 유상증자에 참여했다. 이번에도 지분을 독점할 수 있는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활용했다. 1차 유증보다 규모를 키워 총 20억원의 자금을 투입했다. 다음달 최종적으로 거래가 완료되면 서룡전자는 277만4109주의 신주를 취득, 성호전자 최대주주에 등극하게 된다.

기존 최대주주였던 박 회장의 경우, 두 차례 유증에서 모두 배제됨에 따라 보유 지분율이 12.17%에서 10.75%로 크게 희석된다. 반면 서룡전자는 신주 확보로 지분율이 11.94%까지 올라간다. 상장 후 17년만에 최대주주가 바뀌는 셈이다.

서룡전자가 오너 2세인 박 부사장 개인회사라는 점에서 일련의 유증 거래가 사실상 후계 승계 작업으로 해석되고 있다. 신주를 독차지하면서 '박 부사장→서룡전자→성호전자'로 이어지는 새로운 지배구조 축이 구축됐기 때문이다.

2세 승계가 본격화됨에 따라 오너일가 보유분의 연쇄 이동도 예상된다. 박 부사장은 개인 보유분(2.45%)과 개인회사 물량(11.94%)을 모두 더하면 지분율이 14.39% 정도다. 반면 박 회장은 부인 보유분까지 합치면 지분율이 17%가 넘는다. 개별 지분율은 서룡전자가 가장 많지만, 여전히 오너 1세인 박 회장 부부의 지배력은 막강하다. 따라서 탄탄한 2세 지배체제 구축을 위해 박 회장 또한 순차적으로 보유 지분에 대한 증여 절차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서룡전자가 성호전자 지배구조 정점에 오른 만큼 추가적인 수직계열화 시너지도 기대된다. 박 부사장이 경영권을 확보하기 전부터 서룡전자와 성호전자는 돈독한 거래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서룡전자가 성호전자의 필름콘덴서 제품을 매입한 후 유통 절차를 거쳐 시장에 되파는 구조였다. 연간 거래 규모는 17억원 수준이다.

서룡전자와 성호전자가 사실상 한 몸이 됐기 때문에 시너지 창출을 위해 내부거래 규모 또한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서룡전자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박 부사장 또한 수직계열화 수혜를 기대할 수 있다.

성호전자 관계자는 "성호전자 오너 일가가 서룡전자를 사들이면서 상호 윈윈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며 "규모의 경제가 실현되면 성호전자와 서룡전자 모두 이익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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