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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서 올라오는 ‘위기’… 건설업계 내리막길 ‘예약’ [Market Outlook]지방아파트 미분양 급증, 대안사업 SOC·남북경협 '미지수'

이명관 기자공개 2018-12-24 14:43:51

[편집자주]

이 기사는 자본시장 미디어 머니투데이 더벨이 만든 자본시장 전문매거진 thebell Insight(제27호) 2019 Korea Capital Markets Outlook에 실린 기사입니다.

이 기사는 2018년 12월 19일 09:0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경남 미분양 1만4847가구, 충남 9489가구, 경북 8760가구…. 주택사업 비중을 늘려 호황을 맛봤던 건설업계가 10년 전의 ‘악몽'을 떠올리고 있다. 해외 사업도 부진이 깊어진다. SOC 예산이 다시 늘어나고 남북 경협 기대감이 커진다는 점이 그나마 위안거리다.

2019년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지 만으로 10년째 되는 해다. 2008년 미국에서 발생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금융위기의 발단이었다. 그 여파로 미국 최대 금융사 중 하나인 리먼브라더스가 문을 닫았고, AIG손해보험의 파산보호 신청까지 이어졌다.

미국발 금융위기는 국내 경제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쳤다. 타격을 집중적으로 받은 곳이 바로 건설업이다. 주택사업으로 승승장구하던 다수의 건설사들은 얼어붙은 경기에 미분양이 늘면서 유동성 위기에 봉착했다. 미분양 물량은 IMF 외환위기 이후 최대치인 16만 가구를 넘어설 정도였다. 결국 수많은 건설사들이 무너졌다. 수십년 동안 업계를 주름 잡던 건설사들이 법정관리에 돌입하거나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최근 들어 다시 위기가 반복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지방을 중심으로 미분양 가구 수가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연이어 부동산 규제책을 내놓으면서 부동산 시장이 반등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저금리와 풍부한 유동성에 기반한 부동산 호황이 끝나고 내리막길을 예고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그나마 건설사들이 기대를 거는 건 정부가 발주하는 사회기반시설(SOC) 일감과 '남북경협' 정도다.

◇부동산 호황 '끝', 지방 미분양 '급증'

지난 몇년간 괄목할 만한 성장을 보인 건설사 대부분은 주택분양 사업에 전념해온 중견 건설사다. 2014년부터 시작된 국내 아파트 시장 호황과 맞물려 성장가도를 달렸다. 특히 LH가 내놓은 공공택지를 낙찰받아 분양하는 형태로 쏠쏠하게 재미를 봤다.

시행사를 총동원, 택지 입찰에 참가하고 주력 시공사가 아파트를 짓는 방식으로 막대한 이익을 거둬들였다. 이 같은 형태로 사업을 확대한 대표적인 건설사로 호반건설과 중흥건설, 우미건설 등이 꼽힌다.

대형 건설사들도 주택사업 비중을 늘리면서 대규모 이익을 거뒀다. 2015년 이후 최근까지 대형 건설사의 영업이익에서 주택과 건축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을 훌쩍 넘는다. 현대건설과 대림산업, 대우건설, GS건설, 포스코건설, 현대산업개발 등 주요 대형 건설사들도 고마진인 주택 사업에 올인한 셈이다. 특히 롯데건설과 현대산업개발의 주택 의존도는 절대적이었다.

상위 5개 업체(현대건설, 대우건설, 대림산업, GS건설, 현대산업개발)의 영업이익 증가세를 보면 '아파트 잔치'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다. 2016년 1조7710억원이던 이들의 영업이익은 2017년 3조 4535억원으로 2배 가까이 급증했다. 주택사업 비중을 급격하게 늘린 덕을 톡톡히 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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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미분양 물량이 점차 증가하면서 건설업 호황이 끝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18년 9월말 기준 미분양은 6만596가구다. 2017년말 대비 3000가구 가량 증가한 수치다. 2년 연속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악성으로 분류되는 준공 후 미분양도 전체의 24.6%에 해당하는 1만4946가구에 달한다. 2017년 대비 50% 가까이 증가했다.

일부 지역에 미분양이 집중돼 있다는 점도 우려를 키우는 대목이다. 전국에서 미분양 주택이 가장 많은 경남은 1만4847가구로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 충남(9489가구), 경북(8760가구), 충북(4426가구)도 위험 지역으로 거론된다. 반면 서울은 29가구, 전라남도 광주는 194가구에 불과하다.

이처럼 미분양이 증가하고 있는 것은 수급이 엇박자를 내고 있는 탓이다. 지난 3년간 부동산 시장의 호황을 등에 업고 건설사들이 경쟁적으로 주택 분양을 늘렸지만, 수요는 이를 따라가지 못했다. 수요와 공급이 엇박자를 내다 보니 분양이 잘 될 리 없다.

◇주택시장 불안, 해외사업이 대안

주택사업에 대한 불안감이 감돌고 있는 가운데 해외 사업 부진도 길어지면서 건설업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유가 상승 덕분에 2017년 해외건설 수주액이 증가했지만 300억달러를 회복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2018년 11월말 현재 해외건설 수주액은 265억달러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년동기대비 9% 증가한 액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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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대형 건설사들이 힘을 내며 수주 증가를 이끌었지만 업계 전체적으로 보면 부진이 계속되고 있다. 국내 건설사들은 2015년 461억달러의 해외수주를 기록한 이후 2016년부터 300억달러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2017년에 이어 2018년에도 상황은 비슷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김민형 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몇 년간은 국내 건설사들이 사업 리스크를 감수하며 해외 수주에 적극 나설 이유가 없었다"며 "국내 부동산 시장이 살아났고, 중동에서 대규모 사업 손실도 경험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최근 3년 동안 국내 건설업계의 해외 수주 금액이 큰 폭으로 감소한 건 국제유가 급락에 따른 발주 물량 감소와 함께 국내 건설사들의 소극적인 수주 전략도 영향을 미쳤다. 2013년부터 중동발 어닝 쇼크를 경험한 이후 보수적인 해외 수주 전략을 유지 중이다. 거기다 최근 대형 건설사들도 해외 사업보다는 국내 주택사업의 비중을 늘려왔다.

하지만 국내 주택 시장 침체 조짐을 보이는 등 시장 분위기가 바뀌며 해외 수주의 중요성이 다시 커지고 있다. 이렇다 보니 시장에선 과거 수주했던 부실 사업장 공사가 대부분 마무리되면서 다시 공격적인 수주에 나설 여력이 생긴 만큼 해외 수주에 관심을 가질 가져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SOC 예산 증가, 건설사 숨통 트일까

정부가 경기 부양 카드로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를 늘릴 가능성이 있다는 게 그나마 위안거리다. 국회 역시 국토부 SOC 예산을 늘리는 쪽으로 정책방향을 잡았다. 국토부가 제출했던 SOC 예산(14조7000억원)보다 더 늘어난 금액이 2019년 예산으로 책정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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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C 예산은 2015년 26조1000억원에서 해를 거듭할 수록 줄었다. 매년 수조원씩 예산이 감축됐고, 2017년에는 19조원대로 떨어지기도 했다. 2019년 SOC 예산이 늘어나면 건설사 입장에서는 조금이나마 숨통이 트일 수 있다.

SOC가 주된 수익원 중 하나인 건설사 입장에선 반길만 한 일이다. SOC는 수익성은 상대적으로 낮지만 대부분 관급공사다 보니 안정적으로 사업을 펼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최소한 실적 지지대 역할을 할 수 있다.

여기에 남북화해 모드가 조성되면서 경협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는 점도 건설사 입장에선 기대되는 부분이다. 남북 경협이 현실화 될 경우 가장 먼저 도로·항만 등의 SOC 분야의 사업이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 대우건설을 비롯한 다수의 건설사들은 내부에 TFT를 꾸리는 등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다만 북미 간 협상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은 변수다. 실제 사업 성사로 이어지기까지 예상보다 시간이 길어질 수도 있다. 설사 사업이 본격화된다고 하더라도 국내 건설사들이 해당 사업을 도맡을 수 없을 수도 있다. 미국과 중국, 러시아를 비롯한 국가들의 참여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남북 경협이 기대 만큼의 호재가 아닐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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