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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 시작된 금융감독체계]'진영'논리도 가세하나②참여연대 등 문재인 정부 지지기반 주축…감독기구 개편 영향

안경주 기자공개 2018-12-26 14:53:38

[편집자주]

한동안 잠잠하던 금융감독체계 개편 이슈가 또다시 수면위로 떠올랐다. 지난 정부에서 '혼연일체'를 강조하며 애써 감추려던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오랜 갈등이 결국 선을 넘은 탓이다. 이 때문에 정부에서 금융감독체계 개편에 속도를 낼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면밀히 살펴보면 민간·시민단체 출신의 인사를 금감원장에 앉히면서 이미 문재인 정부에서 변화를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금감원 체제 10년이 흐른 지금, 금융감독체계 개편은 과연 이뤄질까.

이 기사는 2018년 12월 24일 11:1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융감독원이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논란 등 주요 금융현안에 대해 기존 방침과 180도 다른 정책을 내놓고 있다.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이 현안에 대해 논평 및 의견서를 발표하면 금감원이 뒤이어 기존 방침을 뒤집고 관련 대책을 내놓는 식이다. 금감원장에 민간·시민단체 출신 인사들이 임명된 후 불거진 탓에 더욱 파장이 컸다.

이 같은 분위기는 금융감독체계 개편 논의에서도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금융소비자 보호'에 방점을 둔 금융감독체계 개편을 주장하고 있는 시민단체들이 가세하면서 금감원 독립의 필요성과 함께 금융위원회 해체론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시민단체, 감독정책부터 금융감독체계 개편 논의까지 가세

문재인 정부는 금융정책과 감독, 소비자 보호 등 세 기능을 각각 분리해 서로 견제하도록 하는 대선 공약을 국정과제로 정했다. 금융위의 금융정책 기능을 기획재정부로 이관하고 감독 기능은 금감원에 일임하며, 독립적인 금융소비자 보호기구를 설립하는 내용으로 금융감독체계를 개편하겠다는 게 주요 골자다.

이 같은 개편안은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의 논리가 반영된 것이다. 그동안 금감원이 금융위의 지나친 통제로 인해 금융소비자 보호라는 본연의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게 시민단체들의 주장이었다. 금융권 관계자는 "참여연대 등은 금융위의 지나친 통제 기조로 인해 금감원이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 등 금융개혁에 드라이브를 걸지 못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체계 개편이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 정부가 바뀔 때마다 반복된 탓이다. 김대중 정부 시절인 1998년 금융감독위원회 설립을 계기로 금감위-금감원 체제가 시작된다.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2008년 금융위-금감원 체제로 전환됐고, 2018년 문재인 정부 역시 금융감독체계 개편을 국정과제 중 하나로 채택했다.

이 때마다 진보나 보수 측 의견이든지, 시민단체나 관료의 의견이든지 진영논리는 반영됐다. 다만 지금처럼 일방적으로 한쪽의 논리가 두드러지게 반영된 적은 없다.

금융감독체계 개편 역사

민간·시민단체 출신 인사들이 금감원장에 임명된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금감원장 자리를 꿰찬 인사들은 대표적인 금융위 해체론자들이다. 이들은 금융위 보다 금감원의 역할과 권한 강화를 주문했다. 공교롭게도 주장의 강도는 최흥식 전 원장보다 김기식 전 원장, 김기식 전 원장보다 윤석헌 원장이 더 강했다.

이들은 당장 금융위 해체를 주장하고 나서지 못했지만 금융감독체계 개편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금감원의 독립성에 방점을 두고 금융감독 정책을 펼쳤다. 이 과정에서 시민단체의 논리를 그대로 받아들이기도 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논란이 대표적이다. 당초 금감원은 지난해 2월 "회계기준 위반 사항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금감원은 입장을 바꿔 지난 5월 고의적 분식회계가 인정된다는 결론을 내렸다. 삼성바이오 재감리는 최흥식 전 원장의 지시에 따른 것이다.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의혹을 가장 먼저 제기한 건 참여연대였다. 특히 금감원은 증권선물위원회에서 삼성바이오의 분식회계 근거로 참여연대의 논리를 그대로 인용하기도 했다.

금감원이 지난해부터 역점을 두고 추진했던 금융회사 지배구조도 진영논리가 가세한 사례다. 금감원은 최고경영자(CEO)가 사외이사를 추천하고, 그 사외이사가 자신을 뽑아준 CEO 연임에 힘을 실어두는 이른바 '셀프추천'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금융회사 지배구조 점검에 나섰다. 그동안 셀프추천, 셀프연임 문제는 시민단체와 금융노조에서 꾸준히 제기했지만 금융당국 내에서 공론화되지 못했다. 그러다 최흥식·김기식 전 원장이 강하게 문제를 삼으면서 지배구조 변화의 신호탄이 됐다.

◇문재인 대통령 지지기반…영향력 확대될 듯

시민단체의 논리가 금감원의 금융감독 정책에 반영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기반이기 때문이다. 최근 문 대통령의 규제개혁 행보를 두고 반발하고 있지만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와 노동계가 지지기반이란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실제로 문재인 정부는 시민단체와 꾸준히 정책연대를 해오고 있다.

현 정부에서 요직에 진출해 있는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 출신 인사가 60여명에 달하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청와대에만 김수현 정책실장, 조국 민정수석이 있다.

여기에 문 대통령이 정계 입문 이후 재야 소장파 학자들과 꾸준히 세미나를 하며 경제·금융 분야 공부를 해온 것도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진보진영 학자들이 요직을 차지하거나 정책 입안 과정에서 목소리를 강하게 낼 수 있는 이유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대표적이다.

이 때문에 금융위와 금감원 갈등으로 표면화된 금융감독체계 개편 논의 과정에서 민간·시민단체와 노동계의 논리도 상당부분 반영될 수 있다. 한 발 더 나아가 경제 민주화를 앞세운 금융감독체계 개편이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금감원 관계자는 "시민단체와 노동계에선 금융소비자 보호를 이유로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선과 함께 금융감독체계 개편을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다"며 "향후 개편안을 만드는 과정에서 이들의 영향력이 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시민단체와 노동계는 예산안으로 촉발된 금융위와 금감원 간 갈등 구도에서 금감원의 손을 들어주면서 금융감독체계 개편을 주장하고 있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금융개혁에 앞장서는 금감원의 힘을 빼면 그 피해가 고스란히 금융소비자에게 돌아간다"며 "금융위가 주도하는 현행 금융감독체계 개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도 "(시민단체와 노동계가) 일방적으로 금감원을 두둔하고 나설만큼 금융위는 금감원을 압박하고 있다"며 "금융위 해체를 포함한 금융감독체계를 신속히 개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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