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워도 다시 한번' 반전드라마, 이대로 마무리? [2018 PE 엑시트 리뷰]④ MBK파트너스의 코웨이 매각
한희연 기자공개 2018-12-31 08:32:16
[편집자주]
이제 더 이상 PE를 제쳐놓고 국내 M&A시장을 논할 수 없게 됐다. 그만큼 PE 비중이 커졌다는 방증인데, 2018년 역시 예외일 수 없었다. 특히 국내 PE시장 이력이 10년을 넘어가면서, 물론 셀러(Seller)로서의 PE의 시장 영향력이 점차 커져가고 있다. 2018년 한국 M&A시장을 뜨겁게 달군 주요 PE 엑시트 딜들을 조명해본다.
이 기사는 2018년 12월 27일 11:1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 10월 말 MBK파트너스는 웅진그룹에 코웨이를 재매각하는 내용의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구속력 있는 SPA까지 체결했지만, 클로징까진 아직 지켜봐야 한다는 시각들이 많다. 그만큼 웅진그룹의 코웨이 인수 거래는 매각 시도부터 협상, 계약, 이후 진행될 클로징까지 변수가 많다는 의미다.클로징이 아직 안 된 딜이고 워낙 반전을 거듭한 전력이 있어 변수가 있긴 하다. 하지만 계획대로 코웨이가 다시 웅진 품으로 최종적으로 돌아간다면 '영원한 적도, 영원도 우방도 없다'는 유명한 외교 격언이 인수합병(M&A)시장에서도 통용됨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사례로 꼽힐 것으로 보인다.
◇ 살 때부터 틀어진 감정선, 웅진-MBK 거래 성사 예측하기 어려웠던 이유
웅진에서 사온 코웨이를 6년만에 다시 원주인에 되팔기로 한 MBK파트너스였지만, 결과가 이렇게 나오리란 예상은 하기 힘들었다. 법정 소송까지 갈 정도로 딜 과정에서 양측의 갈등은 깊었고, 그간 양측의 공식적인 입장을 가늠하면 갈등의 골은 풀기 힘들 것이라 예상됐기 때문이다.
MBK파트너스는 지난 2013년 1월 1조 1914억 5000만 원을 들여 코웨이 보통주 30.9%를 인수했다. 웅진과의 감정이 크게 훼손된 것이 바로 이 인수 때부터다.
당시 MBK파트너스는 코웨이를 인수하기로 웅진그룹과 본계약까지 체결하고 잔금납입을 앞두고 있었다. 하지만 웅진그룹은 잔금 납입을 앞두고 기습적으로 법정관리를 신청한다. 잔금납부 기한은 2012년 10월 4일이었지만 웅진이 납부기한을 앞당겨 달라고 요구해 10월 2일로 이를 조정한 상태였다. 웅진은 잔금납입 확약서를 레버리지 삼아 금융권 차입까지 했다.
하지만 9월 25일 극동건설이 1차 부도를 맞았고 26일에는 협상대상자인 웅진홀딩스가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그 사이 윤석금 회장 일가는 보유지분을 팔아 현금을 챙기기도 했다고 알려졌다.
정작 협상 당사자인 MBK파트너스는 법정관리 전 그 어떤 언지도 받지 못했다. 오히려 잔금 납입 확약서까지 써준 상태였다. 우여곡절 끝에 법원이 법정관리 이전 MBK파트너스와의 계약의 효력을 인정해 코웨이 인수를 성사됏지만 웅진에 대한 신뢰는 '0'으로 떨어졌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MBK파트너스에 대한 웅진의 '원죄'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 6년간 3번의 리캡·2번의 블록딜, 회수방식 다각화로 여유 확보
어찌됐든 MBK파트너스의 품에 안긴 코웨이는 지난 6년간 안정적인 성장을 이루며 알짜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인수 전과 비교해 매출은 1.3배 늘어 2조 원 대를 넘겼고 영업이익은 2배, 순이익은 3배가 뛰었다.
특히 내실을 충실히 다진 점이 눈에 띈다. 2012년 11.3%였던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말 18.8%였고, 2015년에는 20%를 보였다. 이는 사모펀드(PE) 특유의 경영전략 덕이다. 기존 그룹 소속으로 발생할 수 있는 불필요한 계열사 사업 관여나 외형성장으로의 집착 등을 버리고 공정한 성과평가 보상제도를 도입하는 등 전방위적으로 전략을 뜯어고친 것이 주효했다.
코웨이를 잘 키우면서 MBK파트너스는 다양한 방식으로 투자금 회수전략을 구사했다.
매각 전까지 MBK파트너스는 세번의 자본재조정과 두번의 블록딜을 단행했다. 이미 배당금과 리캡, 블록딜 등을 통해 투자 원금과 이익을 어느 정도 회수한 MBK파트너스는 지분 매각 협상에 있어 부릴 수 있는 여유가 상대적으로 많은 편에 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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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웅진의 러브콜에도 꿈쩍않던 MBK, 스틱이 물꼬 터
웅진은 그룹이 어려워지면서 근간 사업을 외부로 팔았다는 생각에 파는 순간부터 끊임없이 코웨이를 다시 되찾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곤 했다. 하지만 이를 위한 첫번째 행동은 MBK파트너스를 더욱 물러나게 하는 결과를 낳았다.
MBK파트너스가 지난해 5월 코웨이 지분 5%를 파는 첫번째 블록딜을 단행하자 웅진은 이를 두고 법정 소송을 벌였다.
웅진은 "2012년 코웨이 지분 매각 당시 우선 매수권을 부여 받았으며, MBK파트너스가 우선매수권이 있는 웅진에 먼저 인수의사를 타진하지 않고 블록딜로 지분을 시장에 팔았기 때문에 계약을 위반한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MBK파트너스는 해당 계약서에는 '특정인을 대상으로 하지 아니한 장내 매도의 경우는 예외'라는 문구가 담겨 있다며 이를 반박했다.
결과적으로 해당 소송은 MBK파트너스의 승리로 끝났지만 양측의 감정의 골은 더욱 깊어졌다.
이미 인수 과정에서 보여준 웅진의 태도 등에 크게 데인데다, 소송까지 당하자 MBK파트너스는 웅진을 협상 상대방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을 이례적으로 공식화 하기도 했다. 지난 8월 웅진그룹이 스틱인베스트먼트와 손잡고 코웨이 인수를 추진한다고 발표한데 대해 공식 자료를 내 "웅진에 대한 매각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밝힌 것이다. 매물을 파는 사모펀드(PE)가 특정인에게는 팔지않는다는 공식 입장을 낸 것은 사실상 시장에서 전무후무한 일이다.
감정은 감정이지만, 합리적인 가격이라면 안 팔 이유가 없고 안살 이유가 없는 인수합병 시장에서 MBK파트너스는 '프로'다운 결정을 하기로 한다. 일련의 사건으로 껄끄러움은 있지만 감정을 배제한 채 '딜'의 측면에 중점을 두기로 한 것이다. 여기에는 동종업계에 있는 스틱인베스트먼트의 역할이 컸다는 후문이다.
웅진그룹이 여러 차례 러브콜을 보내도 움직이지 않던 MBK파트너스의 마음은 웅진의 요구조건을 담은 협상 안을 갖고 온 스틱에게는 열렸다. 결국 10월 협상은 물꼬를 텄고 급속도로 진전, 한달도 채 되지 않아 SPA 체결까지 이뤄졌다.
◇ 6년새 1조원 이상 차익…코웨이 자체는 효자 포트폴리오
인수와 매각 과정에서 거래 상대방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었지만 코웨이라는 기업 자체는 MBK파트너스에게 큰 수익을 안겨줬다. 2013년 1월 1조 1914억 5000만 원을 들여 30.9%의 코웨이 지분을 인수해 올해 10월 말 22.17%를 매각하는 SPA를 체결하며 몸값으로 1조 6850억 원을 받기로 했다.
2014년 7월 이뤄진 자본재조정을 통해 차입금을 늘리며(4700억 원→8200억 원) 3500억 원은 주주 배당금으로 들어갔다. 배당금액은 3436억 원인데 MBK파트너스가 들고 있는 보통주에 2012억 원이 들어갔다. 2017년 4월 단행된 두번째 자본재조정을 통해 차입금은 1조 2500억 원으로 늘었고 우선주는 대부분 상환됐다. 이때 생긴 4300억 원의 재원은 대부분 우선주 상환에 썼다고 알려졌다.
지난해 5월 블록딜을 통해 지분 5%를 매각하며 3700억 원이 회수된다. 지난 9월에 이뤄진 두번째 블록딜을 통해서도 3100억 원 가량의 현금이 유입됐다. 지난 9월에는 세번째 리캡도 이뤄졌는데 이를 통해 2800억 원의 현금이 유입됐다.
코퀘이홀딩스 공시에 따라 해당 SPC가 주주에게 준 분기 배당금의 합은 2014년 3435억 원, 2015년 91억 원, 2016년 91억 원, 2017년 3377억 원 정도다. 우선주 상환 시기를 감안하고 보통주와 우선주 비율로 단순 추정할 때 보통주 투자자인 MBK파트너스가 2014년부터 2016년까지 가져간 배당금은 2117억 원 정도로 계산된다. 지난해 배당금 3377억 원이 대부분 MBK파트너스에 들어갔다고 가정하면 2014년~2017년 간 MBK파트너스의 배당금 수익은 5400억 원 규모다.
두차례 블록딜을 통해 유입된 현금을 추정한 배당금 수익과 더하면 1조 2500억 원 가량이다. 웅진으로의 매각대금에 현재 차입금을 감안해 추정하면 MBK파트너스가 코웨이를 통해 회수할 이익은 1조 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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